나는 윔블던을 보러 런던에 갔지만
당시에 사실 더 큰 이벤트는 2014 월드컵이었다.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는데
내가 묵었던 숙소 주변에 펍(네덜란드 펍?!?)은 특별히 국기 장식도 해놓고 축구 중계를 시청할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가 임박할 때마다 들썩이는 길거리 펍의 분위기가 너무 부럽긴 했지만,
나는 가난한 1인 여행객이었고, 혼자 거기 들어가 섞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대신 저렴하게 다국적 응원을 즐길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당시에 닷새 정도 퐁당퐁당 호스텔에 묵었는데
1층 로비에는 TV를 같이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경기 중계가 있는 날이면 그곳은 응원방으로 바뀌어서 골이 터질 때마다 거기서 함성 소리가 올라오곤 했다.
그런데 왜 난 거기 섞일 용기가 없었을까.
사실 30여 년을 살고도 호스텔을 가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긴 했다.
그것 만으로도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릴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 로비의 휴게 공간에서 누군가 날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축구 중계가 있는 날, 왁자지껄한 로비를 괜시리 더 빨리 지나쳐서 내 방으로 올라오곤 했다. 왜 그랬을까? 사람이 무서워서??
지나고 생각해보니,
내가 또 언제 월드컵이 진행되는 시기에 유럽에 체류할 일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더 늙기 전에...좋은 기회였는데...
호스텔 다니면서, 모르는 사람과도 잘 섞여서 떠들썩하게 노는 사람들 부럽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