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가 약자에게




고양이를 키울 때의 일이다.


하루 정도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고양이가 변기 위에 올라가 시커먼 발자국을 여기저기 찍어놓았다.
(당시 내가 살았던 스리랑카는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 형태의 집이라 바닥이 더러운 편이었다.)

종종 말썽을 피우곤 하던 아기 고양이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전에도 변기에 올라가지 말라고 몇 번을 혼냈는데 소용이 없다는 게 짜증이 나서 고양이를 좀 때려줬다.
솔직히 상당히 세게 때렸던 것 같다.
하지 말랬지? 하지 말랬지? 왜 이래?
얘가 왜 이럴까 정말.

고양이는 그날 따라 쉰소리를 내며 야옹거렸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 물통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고양이의 마른 듯한 목소리도 이해가 가고, 변기 위에 올라간 것도 변기 속 물이라도 먹어보려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너무 미안해졌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물통에 물을 따라주니, 정말 허겁지겁 정말 오랫동안 물을 먹던 게 생각난다.
고양이와 헤어져서 7년이 지난 지금도, 고양이를 몇 번 때렸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다. 한 번만 더 꼬옥 안아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미안하다고.

야생 고양이도 아니고 (나중에 좀 더 크고 나서는 반야생 고양이가 되었지만)
내가 물과 먹이를 준비해놓지 않으면 스스로 찾아먹을 수가 없는 어린이 고양이인데,
내 한 주먹에 잡혀서 도망 갈 수도 없는 녀석인데, 내가 왜 그렇게 세게 때렸을까.
나조차도 내가 강자의 입장에 섰을 때 내가 얼마나 내 잘못을 모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나보다 약한,어린, 사람들이 내 속을 썩일 때 자신을 한 번 돌아보세요.
그 원인이 '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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