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i, 2012





2012년 방콕 가는 길에 가장 싼 항공권이었던 베트남항공을 이용하느라
뜻하지 않게 가보게 되었던 하노이.

방콕으로 가기 전에 하노이든, 호치민이든, 어디선가 꼭 21시간 정도 긴 환승 시간(실질적으로 체류 시간)을 가져야 하는 항공편이었는데, 공항과 시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호치민에 좀 더 마음이 끌렸는데, 어쩌다가 하노이 체류로 예약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노이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최소 45분 ~ 1시간 이상이 걸리고
그동안 교통편에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택시도 위험하고, 2달러 짜리 미니버스를 탔더니 호텔 바로 앞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고마워했는데 나중에 돈 더 내라고 난리를 쳐서 놀랐다고 하고...다들 경험담들이 살벌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다가 관광객 차림이 아닌, 그래도 말쑥하게 차려 입으신 한국인 아저씨를 만났다.
혼자 왔느냐, 시내까지 어떻게 들어갈 거냐, 여자 혼자면 조심해라...
아저씨는 신사적이었고, 예전에 어디선가 남들의 여행 후기에서 친절한 한국 현지 교민을 만나서 시내까지 그분의 승용차를 타고 편하게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읽었지만....
나는 그냥 네..네...하고 간단히 대답을 하고, 짐 찾는 곳에서 그 아저씨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 아저씨는 정말로 여자 혼자 온 같은 나라 여성을 걱정하는 분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그냥 혼자 시내로 들어가면서 세상 모든 사람이 악의가 없는, 서로 믿을 수 있는, 호의를 베풀고 서로 웃고 떠나면 그만인 세상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 아저씨도 정말 그냥 내가 딸 같이 걱정 되어서 나를 시내까지 안전히 태워다주기만 하고, 나도 크게 빚졌다는 생각 들 거 없이 그냥 감사 인사하고 헤어지면 되는, 그런 깔끔한 사람과 사람 사이.
그런데, 모든 사람을 크게 믿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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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러 짜리 미니버스 탑승. 버스 안이 사람으로 다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 뒷 자리에 동양인 남성과 서양인 여성이 앉았는데, 이 남성은 (호주에 사는 한국계라고 했다.) 버스 안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했는지 뒷자리 여성에서 신나게 영어로 작업을 거는 소리가 다 들렸다.

그 중 웃겼던 것은..... " 너....내가 항상 이러는 사람은 아닌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꽤 넓어. 우리 쉐어하는 것을 어떨까?"라고 했던 것.

ㅋㅋㅋㅋ

너무 티 나는 작업 내용. 아마 여자가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기억.
서로 정보를 교환하다가 그 남자가 한국 출신 호주 사람이라고 하자, 여자가 한국말 할 줄 아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남자는 몇 몇 한국어를 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엿듣느라 심심치 않게 해준 그 남자에게 버스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해줄 걸 그랬나 보다 "잘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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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내에서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 앞.
프랑스 식민지였던 곳이라, 유럽풍 건물과 유명한 호텔들이 많이 남아있다.







중간에 기둥이 나온 게 아쉬워서 다시 찍어 본 사진.





무단 횡단과 신호 무시가 만연하는 중국에서도 얼마간 살아본 나...지만,
그 경험이 너무 오래되었나보다.
앞을 보지도 않은 채 딴 곳을 응시하면서 건널목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물결에 겁을 먹어 많이 돌아보지 못 했다.





21시간 정도의 환승 시간 중에 절반 이상을 그냥 숙소에 처박혔다. 작은 호텔이 아주 많아서 3만원이면 그럴 듯한 방에 묵을 수 있는 곳이다. 위의 영상은 숙소에서 내다 본 풍경.





언젠가 다시 가서
유럽풍 우아한 호텔에 묵어 보고,  천천히 시내를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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