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발표 순간,
머뭇거리던 워렌 베이티에게 봉투를 건네받은 페이 더너웨이는 '라라랜드'를 외쳤다.
그러나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이 2분 30초 만에 갑자기 황당한 순간으로 바뀌었던 '라라랜드'팀.
사실 작품상 수상작은 '문라이트'였다.
수상자 명단이 담긴 봉투를 잘못 건넨 회계사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나는 솔직히...
어느 정도는 시상자 책임도 있다고 본다.
보니 앤 클라이드 (1967) 개봉 50주년을 기념하여, 2017년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워렌 베이티와 페이 더너웨이.
워렌 베이티는 만 79세이고, 페이 더너웨이는 만 76세이다. 재빠른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 더불어 시력도 저하.
젊은 시상자가 나왔어도 "Emma Stone - la la land"라고 쓰여있는 내용을 보고 그대로 읽었을까 싶은...의구심이 든다. "아...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 사건이 앞으로 펼쳐질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어떤 힌트처럼 보인다. 의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가 들어도 신체는 예전 노년층에 비해 정정한데 지적인 능력은 어쨌거나 쇠퇴한다.
나이 든 분들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고, 나 역시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고 가까이 있는 작은 글자가 안 보이기 시작한 요즘....나이 드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이런 사례들에 더 관심이 가게 된다. 위 사진을 잘 살펴보면 봉투에 선명하게 "ACTRESS IN A LEADING ROLE"이라고 써져 있다. 이것을 한 번 살펴볼 여유만 있었어도...
'라라랜드'팀은 정말 정중한 반응을 하며 '문라이트' 팀에게 트로피를 넘겨주었고, 그뒤로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쿨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길다. 이들에게도 언젠가 남을 물먹일 기회가 올 수도 있고, 또는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것을 절감할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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