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외 여행 중에 구입한 교통카드를 모은다.
웬만한 교통카드는 발급 비용이나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여행안내서에 "귀국 전 XXX카드 반납하고 리펀드 받기" 가 필수 절차처럼 소개되어 있지만, 나는 여행 기념품으로써,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도시에 돌아간다는 꿈😂을 꾸기 위해
외국 교통 카드를 그대로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어떤 글을 읽었다.
해외 여행 중에 만난 생면부지의 한국 사람의 처지가 딱해보여(소매치기 당한 사람) 뭔가를 빌려줬는데 꼭꼭 돌려주겠다고 하던 그 사람이 한국 돌아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었다.
댓글을 읽다가 "절대 빌려주지 마세요, 남의 물건을 아무렇지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있어요. 별별 일 다 있어요."
이런 댓글을 많이 보았다.
그러다가 나도 친구에게 외국 도시 교통카드를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일이 생각났다.
내꺼 가지고 가면 보증금 추가로 들 일도 없고, 줄서서 구입 안 해도 되고, 금액도 이미 얼마 들어 있으니 편할 거다, 대신 다음에 내가 갈 일이 있으니 다 쓴 뒤에 돌려달라고 했고, 그 친구는 상당히 좋아하면서 받아갔다.
그 친구의 여행이 한 차례 연기되었는데, 그렇다면 내 동생이 그 도시에 먼저 가게 되어서 교통 카드를 다시 달라고 했더니, 카드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 그러면서 자기가 좀 더 있다가 그 도시에 가게 되니, 그러면 미안함의 표시로 거기서 내 선물을 사오겠다고 했다. 일단 나는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남의 재산(?)을 잃어버린 미안함의 표시는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친구는 선물을 사오겠다는 한 말도 영영 잊어버린 모양새다. 그러고 몇 년이 흘렀다.
사실 교통 카드의 보증금은 보통 몇 천원 밖에 되지 않고, 그 해당 도시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하찮게 볼 수 있다. 돌려달라는 사람이 짜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내 여행 추억이 남아있는 카드이고 디자인이 달라지면 나중엔 구할 수 없는 기념물이 되기도 하는 것인데 내가 선의로 빌려준 물건을 그렇게 대충 다루었다는 게 몇 년 만에 오늘 다시 떠오르면서 살짝 화가 났다.
'에휴, 이미 지난 일...어쩔 수 없지 뭐.'
몇 분 뒤, 옷 서랍 정리를 하기로 했다.
옷 말고 다른 것도 들어있는 마지막 칸을 열어 이것저것 보다가 봉투 하나를 열었다.
스리랑카 생활 2개월을 남기고 그동안 미뤄둔 휴가로 홍콩, 몰디브 등등에 가면서 비행기를 정말 여러 번 탔었는데, 그때 남은 자질구레한 종이들이 들어있었다.
엇!
2009년 연말 이후 종적을 감춰서 대체 어디있는지 너무 궁금했던 두바이 교통카드가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여기 있는 걸 왜 몰랐지?
두바이는 스리랑카에서 최종 귀국을 하면서 환승하면서 관광한 도시였다.
그때 당시 개통한지 정말 얼마 안 된 두바이 메트로를 탔었는데, 그 교통카드를 한국에 귀국한 뒤 대체 어디에 뒀는지를 몰라서 수년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재미있는 일이네.
XX도시 교통카드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사라졌던 일에 대해 속으로 투덜거린지 몇 분 만에
갑자기 몇년간 행방불명이던 두바이 교통카드 나타남 ㅋㅋ
정보를 좀 찾아보니, 유효기간이 5년이라 이미 효력을 잃은 카드이긴 하지만.
-------------2018년 4월 7일 추가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교통카드용 앱을 만들어서 잔액조회를 가능하게 만들어놓았다.
두바이 교통카드 - نول 카드 앱을 잔액조회 해보니
내 카드에 아직 1.7AED = 500원 정도의 소액이 남아있다고 나온다 ㅎㅎ. 여전히 충전해서 쓸 수 있는 건가?
거리에 따른 최저 탑승 비용이 1.8AED라고 하고 교통카드 최소 충전액이 7.5AED라고 하니, 적은 액수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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