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자면서 꾸는 꿈의 형태가 다른데,
흑백만 꾸는 사람, 일어나면 내용을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사람 (나는 꿈을 안 꿔~~ 라고 말하는), 컬러 꿈을 꾸는 사람 등등이 있다.
나같은 경우, 꿈은 보통 컬러이고, 촉감, 맛, 소리를 다 느낀다. 내가 말을 하려 할 때는 입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자면서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는데 일어나면 몇 개는 기억이 난다.
매우 디테일해서 기억에 남는 꿈이 몇 가지 있는데, 어떤 작가는 눈을 뜬 뒤 이런 꿈 내용을 곧바로 적어놓는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꾼 디테일한 꿈은....
내가 아프리카에서 열린 스포츠 경기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같이 간 친구와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 친구가 좀비로 변해서 (통통 튀어서 날아다님) 그를 피해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한국 식당 같은 곳으로 피하는 내용이었다. 창문 너머로 여러 건물들에서 불이 나고 펑펑 터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 '부산행'의 영향인 듯?)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었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내가 그렇게 생면부지의 사람들 사이에 갑자기 뛰어들어와 도움을 청하고 있으니 어떤 여자분이 식당 메뉴판을 내밀었다. 꿈속에서 나는 '이분이 내가 불쌍해서 뭔가 음식을 사주시려나봐.' 이런 생각을 했고, 나는 "괜찮아요, 안 먹어도 돼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그게 아니라 제가 새로 개업하려는 식당 메뉴판 시안이에요. 보니까 느낌이 어때요?"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거였다. 😲 허허허... 나는 괜찮네요, 좋네요...그런 대답을 한 듯.
오늘은 낮에 잠시 또 디테일이 살아있는 꿈을 꾸었는데
하도 생생해서 모두 손으로 적어놓았었다.
그것을 다시 여기에 옮겨볼까 하고 ㅎㅎㅎ
타이핑을 하면서 조금 더 기억나는 대로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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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가면서 상하이에서 환승을 하게 되어 상하이의 한 호텔로 들어왔다. 오후 5시까지 공항에 가면 된다고 생각함.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들어가는 형태의 호텔이었다. 작고 깨끗한 방에서 짐 정리.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 남자 직원이 들어와 뭔가를 설명하려 하는데, '나는 환승이라 그만 나가야 한다'고 했다. 꿈속에서 "짧게 머무르고 오후 5시 전 금방 나가는데 왜 호텔 잡았지?" 라고 생각했다. 택시 기사에 사기 당하지 않고 공항까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그 직원에게 물어보니 짐 챙겨서 호텔 앞으로 나오면 다 알아서 택시를 잡아준다고 했다. 짐을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가방에 낑겨넣을 게 많았다. (추가: 난 보통 1-2박을 해도 호텔에서 짐을 크게 풀지 않는데 이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뭘 이렇게 많이 흘렸지? 하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나중에 보니 방에 지갑도 놓고 갈 뻔 한 걸 주워서 다시 배낭에 넣었다)
(추가: 나는 술 취하거나 평소보다 up!되면 되도 않는 외국어에 도전하는데, 꿈속이라서 그랬는지) 가방을 챙기면서 직원에게 혼자 또 말 걸어봄. "我在天津八個月 , 그렇지만 (꿈속에서 but에 해당하는 중국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렇지만' 이라고 한국어로 말했다ㅋㅋ) 我不會說漢語" (추가: 꿈에서 깬 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찾아보니 我在天津 대신에 我住過天津, 我在天津住了 라고 말했어야 뜻이 통하는 거였다)
직원과 시시덕거리다가 입구로 나갔는데, 직원이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줬는데 내 신발이 아니었다. 크고 낡은...막 다른 곳을 찾아보는데 그 사이사이로 예전에 버려진 스리랑카에서 신던 신발과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들이 막 스쳐지나갔다. (이 신발들은 한국에까지 가지고 왔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아마도 엄마가 버리신 듯) 미련이 남은 신발들이다) 나는 막 난리치는데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관심이 없음. 그런데 꿈속에서 나를 당황시킨 문제는...대체 내가 한국에서 무슨 신발을 신고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였다. 여름 내내 신던 샌들 왜 안 가져왔지? 그 생각은 했다. 호텔의 그 신발장 앞을 지나서 나오면 표정이 비열한 아저씨가 신발을 막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 아저씨가 내 신발 훔쳐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근처에는 파란색 끈으로 된 샌들? 슬리퍼? 같은 것들이 있었고 그것은 내 신발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은 어느새 5시. 신발 찾다가 비행기를 놓치다니....황당했다. 그다음 비행편이라도 있으면 공항 가서 사정해봐야지 하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추가: 맨발로 호텔 밖으로 나왔는지는 꿈속에서 인상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꿈의 시작 부분에는 목적지가 불명확했던 것 같은데 이쯤에 와서 나의 행선지는 하노이가 되어있었다.)
호텔 밖으로 나와보니 웅장하고 고풍스런 건물이 바로 좌측 코너에 보였다. 내가 처음으로 상하이에 온 김에 진작 밖이나 둘러볼 걸 호텔 안에서 뭐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호텔 위치가 좋으니 호텔 주소를 알아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추가: 꿈의 시작 부분부터 나는 호텔에 들어서 있었으니 주소도 모른 채 그 호텔에 가 있었던 셈이다) 우측으로 조금 더 가니 고가도로와 지상철이 다니면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지상철을 보니 대중교통을 타고 공항에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티켓을 다시 확인해보니 출발 시각은 5:40이었다.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은 5:28이나 5:38 중의 하나였다.(기억이 희미함) 아마도 5:28이 더 맞는 듯 하다. 미친 듯이 가거나 비행기가 연착이 되면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꿈속에서 구글 플라이트로 검색을 하니 상하이-하노이 비행편은 그 5:40 비행편이 마지막이었다. (추가: 늦게 공항 가서 사정사정해서 다음 비행기편을 마련해준다고 해도 내일 비행기가 될 텐데, 그렇다면 이 호텔에 더 머물러야 되는데 괜히 체크아웃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택시비 500을 ATM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추가: 500이라는 액수는 기억나는데 중국 돈 500위엔은 9만원 정도의 돈이라 물가 싼 중국 택시비로는 맞지 않는다. 그런데 꿈속이니까 뭐ㅋㅋ) 내가 반년 전에 새로 발급받은 신한 yolo triplus 체크 카드가 있는데, 꿈속에서 선명하게 이 카드를 내려다 본 기억이 난다. 이 카드는 해외 ATM 출금시 $3을 환급해주는 카드이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ATM이 하나 보였으나 내 카드는 마스터카드인데, 기기에 마스터 로고가 없었다. 한글로 "신한 ㅇㅇㅇ"라고 써져있었으나 이 기기를 만든 회사 이름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중국에 살 때 발급받았던 중국공상은행 데빗카드를 떠올리며...'아 그 카드 가져왔으면 10년 만에 잔액 한 번 조회 시도해볼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추가: 내가 중국을 떠난 것은 2004년이지만, 2007년에 홍콩에 갔을 때 중국공상은행 ATM에 그 카드를 밀어넣어본 기억이 있다. 잔액 조회할 때마다 금액이 줄었던 것을 기억한다. 중국공상은행은 아직 내 계좌를 가지고 있으려나...) 그런데 그 ATM에는 공상은행 로고도 없었다.
이러다가 내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어서 꿈에서 깨어났다.
머리로 현실적인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면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것은 영화 '인셉션'에도 나온다.
너무 디테일하고 스펙터클한 꿈 ㅋㅋㅋㅋ
이틀이 지난 아직도 몇몇 장면이 생각난다.
이래서 내가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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