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속 나의 집







3-4년 전에 구글 지도로 2009년까지 내가 살았던 집 근처를 더듬어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스트리트뷰는 없었다.

오늘 몇 년 만에 우연히 보니, 스트리트뷰가 생겼다.
2015년 12월 촬영된 것이라고 하니, 그래도 2016년 정도부터는 볼 수 있었을 듯 한데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골목을 약간 들어가서 뒤편에 어슴푸레 보이는 집이 2년 가까이 내가 살던 집.
반지하와 옥상을 포함하면 거의 4층 규모의 집인데, 집주인이 세입자인 날 버리고(?) 홀랑 이사간 뒤로 몇달간 나혼자 그 큰집에 살기도 했었다.
내가 점유한 2층에만 방 4개와 화장실 2개가 있었고, 옥상 공간과 화장실 1개가 추가로 내 차지였다.
지금 다시 그렇게 살라면 못살 것 같다.
무섭~~.


손가락으로 지도를 살살 움직이며 거리를 돌아보니
새로운 건물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버려진 건물도 많고.
2년 동안 드나든 내 집앞에 저런 건물이 있었나? 싶은 낯선 건물도 있다.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지...


눈감았다가 딱 뜨면
저기에 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속 진한 녹색 담이 우리집과 옆집의 경계였는데
저 짧은 골목을 걸어나와 입구에 쓰레기봉투를 두고 가면 자동으로 처리가 되었다. 누가 했는지는 모른다. 2009년에 저 곳을 떠났는데, 2015년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그 자리에 봉지들이 뒹굴고 있는 게 신기해서 기억 났다.

더 신기한 건, 곰팡이가 생기거나 못 입게 된 옷/가방류를 내놓으면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집 앞은 바로 큰길이었다) 쓰레기봉투는 그대로 있더라도 의류는 금세 사라졌다. 물건에 애착이 많아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내가 포기한 지경의 옷인데도.... 누군가 나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사는 분이 계셨겠지.

스리랑카를 떠나면서, 여전히 애착을 버리지 못해서 많은 옷을 바리바리 다시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많다.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저기에 그 옷들 잘 정리해서 놓아두고 왔어야 하는데...
그랬으면 누군가가 훨씬 유용하게 입었을 텐데.


여전히 후회만 많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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