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테니스(특히 ATP) 팬을 하면서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11월 말 - 12월 중순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경기가 있다는 점이었다.
대양주 - 중남미- 북미 -유럽- 북미- 아시아-유럽 순서로 돌면서 ATP 'world tour'가 펼쳐지기에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 몇몇이 있으면, 1년 내내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잠 안 오는 새벽에도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반드시 테니스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한국 정현 선수가 4강에 오르면서 국내에도 테니스에 관심이 생긴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됐다. "정현 이번 주 대회 또 나가나요?" "저번 주에도 경기 있지 않았나요?" "정현 지치지 않나요?" "참가 대회 관리 좀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글들이 보이는 것이다.
1년 내내 끊임없이 전세계를 돌아가며 투어를 하는 프로 테니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상황인데, 초심자에게는 신기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수많은 대회에 연달아 참가할 수 있는지...
나는 그동안 테니스를 잘 안 보던 사람들의 여러 가지 반응을 예상했지만 저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었다^^.
새삼 내가 아는 세계, 내가 모르는 세계, 상대방이 알았던 세계, 상대방은 모르는 세계 등등의 간극이 참 크다고 생각했다.
테니스 선수들만 보다가, 핸드볼 선수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경기장을 'hall'이라고 불렀다. 테니스의 경우 'court'라고 부르듯이.
hall이라고 하면 결혼식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넓은 방 같은 곳만 떠올렸던 나는 그들이 말하는 'hall'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 했었다.
오래 전부터 매주 쉴새없이 대회가 펼쳐져 왔던 프로 테니스 일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내가 낯설어하듯이,
자신들이 당연하게 부르는 hall이 뭔지 못 알아듣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겠지.
내가 몰랐던 세계였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단, 그 세계를 모르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줄 수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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