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moment



나이들어가면서 사고 체계와 가치 판단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가는
주위 노년층들을 보면서
나이 드는 게 점점 너무 무서워진다.

그분들이 지금 자신들의 판단이 얼마나 이상한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계시듯이
나도 나이 들어 어느 순간 내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를 이해 못하는 젊은 사람들은 경솔하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한때 그분들도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 체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순간에 나도 고루한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지금 내 판단이 노년층 몇몇분의 판단과 "달라서" 그분들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것을 철썩같이 믿어버리는 노년층들이 있다. 그런 사례를 보면 사고/가치 판단 체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발표 호명 실수에 대해, 왜 수상 명단 봉투를 건네준 회계사의 부주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작품상 시상자였던 워렌 베이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80대에 가까운 고령자였다는 것도 분명히 작품상 호명 실수에 한 축을 담당했다. (젊은 배우나 젊은 감독에게는 작품상 시상을 맡기지도 않지만, 3-40대 정도의 배우가 "Emma Stone - La La land" 라고 써진 것을 보고도 이걸 작품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http://mori-masa.blogspot.kr/2017/03/2066.html?q 이것은 분명히 앞으로 펼쳐질 초고령화 시대에 대한 신호라고 생각했다.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고, 인생사의 많은 부분에서 견해가 일치하는 좋은 친구들은 지금 대부분 두 아이의 엄마이며 돈 잘 버는 직장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 좋은 성격/인품 때문에 다들 일찌감치 유부녀가 되고, 퇴사하지 않고도 자기 커리어를 지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직장일도 바쁘지만 언제나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 두 아이의 엄마 노릇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1년에 한 두번 밖에 만나지 못 하는 그 짧은 대화가 오히려 우리 우정을 지켜주었는지도 모르겠다. 😆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나의 말실수도 늘어났을 테니...


그들과 좀 더 자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은 공감을 나누고, 더 많이 위로받고 싶지만.... 자녀 교육에 바쁜 그들과의 진득한 만남은...아마도 그들의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미뤄야 되지 않을까 싶다. 10년이 더 남았네...

지금도 많은 5,60대 주부들의 일상이 모임, 모임, 모임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많은 인생 선배들이 3,40대에는 절친도 1년에 한 번 만나기 힘들다가 아이들이 다 커야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역시 오랜 시간이 다시 지나야 내 친구들과 '자식 얘기' 아닌 '우리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도 찾아올 것 같다.


내가 아쉬운 것은
이제 그렇게 '우리'에게도 시간 여유가 찾아올 때쯤이면
우리의 사고 체계도 무너지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나누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도, 나도 '옛날에 내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니네'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리고 70대에 이르신 우리 엄마의 친구들과의 모임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억력과 배려심이 감퇴해서 서로 엉뚱한 약속 장소에서 나타나 서로 탓하다가 기분 상한 채,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도 두렵다. 기억력과 기동력이 감퇴해서 약속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는 것. 어느 순간 건강 문제로 친구들이 하나둘씩 줄어드는 것.


최근에 누군가의 소셜 미디어에서 읽은 아름다운 글,

"God, Give the most beautiful moments to my parents, because they lost the most beautiful moments for me."


자신들의 가장 아름답고 명징하던 시절을 자식에게 준 내 친구들...
1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아름답고 명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때는 시간의 여유를 좀 찾아서...


나도 그때가 되어.... '젊은 사람이 들으면 뜨악할 이야기나 하는' 늙은이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
찌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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