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몇달 전에도 썼지만
봉사단 경험과 글로벌XXX산업학과 경험으로 인해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학과 졸업 후에, 생각보다 '글로벌'하게 살지 못해서
여러 외국 친구들과 직접 다시 만날 기회는 흔치 않고
그저 페이스북 등으로 연락이 유지될 뿐이지만
그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인간 삶에 흐르는 '보편성'을 느끼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보기도 한다.


한국 친구들이 거의 인스타그램으로 떠난, 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주로 스리랑카 친구들의 업데이트만 보인다. 몇몇 친구들은 어찌나 정보 'share'와 약간은 선정적인(내 기준에) 사진들을 좋아하는지... 본인이 직접 쓴 콘텐츠는 많지 않고 젊은 친구들이 모두 share로 미심쩍은 정보들을 계속 포스팅한다.


처음엔 여러 사진들에 깜짝 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어느새 면역이 생겼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장기 파손이나 인체 해부, 시신...이런 사진에 어느 정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민족 간 내전으로 폭탄 테러가 많았던 나라라서 그런지, 테러 피해자의 적나라한 (옛)사진이 뉴스피드에 그대로 올라온다. 내가 그 나라에 살던 동안 반군 지도자가 사살되면서 내전이 종식되었는데, 그날 모자이크 처리가 없는 눈 뜨고 죽은 시신 얼굴 사진이 신문 1면에 커다랗게 실렸었다.

그리고 사진만 슬쩍 봐도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정보들이 넘치게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이런 것을 왜 'like'하지? 다른 나라 친구들이라 이해해야 하지만...참 신기하네....'


오늘 중앙일보가 뉴욕타임즈를 참고해서 쓴 기사를 보니, 이것은 스리랑카의 전체적인 현상이었나보다. 나의 지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민족 구성 국가의 민족/종교간 대립 양상.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타종교인에 대한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
나는 사진 속 저런 포스팅을 익숙하게 보았다. (나는 거의 이해는 할 수 없고 글자만 읽고 쉬운 단어만 알아보는 수준이다.) 이 뉴욕 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Where Countries Are Tinderboxes and Facebook Is a Match" 이다.

다른 나라 친구들이 그저 행복한 일상의 사진을 공유 (혹은 자랑)하는 공간인 게 페이스북인데, 유난히 내 스리랑카 친구들은 정치적인 포스팅 쉐어가 많다 싶었는데, 그게 사회 문제가 될 정도의 나라 특성이었구나 싶다. 한국에도 이런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국에서는 주로 노년층이 카톡에서 이런 정보 공유를 한다.

스리랑카인의 다른 특징은 '코끼리'를 참 사랑한다는 것. 🐘코끼리를 따로 키워서 보호하는 구역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하는 동물인데, 이런저런 코끼리에 대한 포스팅도 참 자주 올라온다. 이것도 스리랑카 사람들 페이스북의 특징이다.


그리고 어린 자식의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일정 정도 커서 '어린이'라 부를 정도가 되면 얼굴 사진을 공개하지만 아주 어린 아기일 때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뒷모습 사진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금기 같은 게 있다고 한다.
아예 사진을 안 올리면 모르겠는데 뒷모습이나 손가락 사진은 계속 올라오는 걸 보면, 자랑하고 싶긴 하지만 '미신' 같은 것에 따라서 아기 시절에는 얼굴 공개하면 해가 갈까봐 주저하는 마음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페이스북 메신저의 약간은 과도한 기능 - 그 사람이 언제 활동했는지 다 표시되는 것 - 을 통해서 보면, 스리랑카 사람은 어느 나라에 살더라도 정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리랑카는 일년 내내 여름 날씨이지만 우리 나라나 북유럽의 해가 긴 여름을 상상하면 안 된다. 적도 지방에 있기 때문에 일년 내내 비슷한 시간에 해가 뜨고 지며 그것도 오후 6시면 이르게 어두워진다. 낮 활동 시간이 짧기 때문인지, 스리랑카 사람들은 보통 새벽 5시쯤 아주 일찍 일어나는 것을 현지에서 지내면서 알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세계 각지로 흩어진 제자들의 활동 시간대를 보면 해외로 이주하더라도 늘 그 나라의 새벽 시간대에 일어나 메신저에 접속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도 어쩌면 스리랑카인의 특징이라면 특징 😉 (스페인, 이란 등의 국가는 밤 늦게 활동하는 습성이 있어서 늦게 잠든다고 알려진 것에 비해서는.)




태국 친구의 경우,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특징이었다.
종교 지도자가 아닌, 그저 인간이었던 '왕'에 대한 신성화와 돌아가신 이전 국왕에 대한 추모 열기는 놀라웠다. 물론 그 놀라움이란 '잘못됨'에 대한 놀람이 아니고 '다름'에 대한 놀람이다. 나도 아마 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국왕에 대한 존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이란 사람을 알게 되고 나니, 동성끼리 볼키스 인사가 보편적인 곳이라서 그런지 남자들끼리도 소셜 미디어에 😘😍 이모지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라면 남자들은 이성에게만 쓸 것 같은, 혹은 남자들끼리 잘 쓰지 않는  '뽀뽀' '하트' 이모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동료 사이에 마구 날아다닌다 💛💛. 결혼 이외의 연애 관계는 잘 용납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가? 남녀 사이에 티나게 쓰면 안 되어서 그런지 남자들끼리 헤프게도 💛😘😍💛 쓴다 :)


소셜 미디어의 포스팅에서 한국 사람과 '다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만 친구들인데 (= 음식 사진, 어디 놀러간 사진, 친구랑 찍은 사진) 지리적 가까움은 역시 친근감을 느끼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가보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인의 소셜 미디어에서 느끼는 특징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여러 나라 친구들을 알아가다 보면 "역시 인간은 다 같구나" 와 "역시 나라마다 다르구나"가 동시에 느껴지는 게 재미있다. 그 차이가 너무 낯설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왠지 초등학생 감상문을 보는 것 같은 건전한 마무리📄)




댓글

  1. "In the Western countries for which Facebook was designed, this leads to online arguments, angry identity politics and polarization. But in developing countries, Facebook is often perceived as synonymous with the internet and reputable sources are scarce, allowing emotionally charged rumors to run rampant. Shared among trusted friends and family members, they can become conventional wisdom." By AMANDA TAUB and MAX FISHER APRIL 21, 2018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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