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 바다




시간 여유가 좀 있었던 날.
도저히 맛없는 호텔 조식은 못 먹겠고,
스타벅스 기프트카드가 있으니 스벅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제주의 스타벅스에 가기로 함.

3년 전 갔던 함덕 해변에 당시에는 없었던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어 거기로 갈까 하다가,
가보지 않았던 곳이 나을 것 같아서 더 검색하던 차에
애월에 바닷가로 향한 2층 테라스가 있다는 스타벅스를 발견.


호텔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정도의 거리를
자동차가 없으니, 버스를 갈아타고 걸어걸어 거의 두 시간 만에 스타벅스 제주애월점 도착.






음...테라스의 바닷바람은 상쾌하긴 한데,
눈앞에 전깃줄이 가리는 ....그렇게 좋은 전망은 아니다.

오전에 와서 홀로 이 테라스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세 팀 정도가 차례로 테라스로 나왔다.
다들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 말, "아, 좋다~" 라고 하면서 소파에 앉았다.







나는 곧 안으로 들어와서 실내에 앉았는데,
다른 팀들도 생각보다 금방 안으로 들어온다.
ㅎㅎㅎ
그들도 실망한 건가?

스타벅스 제주 애월점은 바다 전망을 위해 굳이 가 볼 필요는 없는 것으로....

혹시 그래도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11시 이전, 오전에 가는 것을 추천.
그 시간대 이후에는 와글와글 시끌시끌 & 아기가 울어대는,
전국 어디에서나 가볼 수 있는 흔한 스타벅스가 된다.







카페를 나와서 그저 한적한 길가의 풍경이 훨씬 낫다.






이름만 듣던 애월, 애월....
드디어 갔다 왔다.
수박 겉핥기였지만.

역시 차 없이 뚜벅이 이동을 하기에는 너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버스 기사분들도 친절했고 그것 또한 하나의 즐거운 여정이었다.


애월 가는 길에, 카카오 프렌즈가 그려진 작은 삼다수 물병을 들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물을 다 마시고 남은 작은 빈 병이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멍하니 (그러나 예민하게) 다음 정류장은 어디인가 주시하고 있었다.
내 뒤 건너편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아유, 이렇게 작은 삼다수도 있나? 이거 어디서 파나? 이거 이제 필요없죠?" 하신다.

할머니께서 병이 예쁘고 귀엽다며 이 병을 소독해서 본인이 쓰시겠다고 하신다. 흔쾌히 할머니께 드리고 나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공짜로 생긴 물병인데....
할머니의 옆자리 지인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으신다. "아고, 아직 저런 거 좋아하시는 거 보니 여전히 젊으시네~~"


얼마 뒤, 어떤 정류장에서 한 아줌마가 "부탁 좀 합시다~" 하시며 묵직한 검정 봉지를 기사 아저씨 발치 언저리에 놓으신다. 그리고 지갑에서 3천 원을 꺼내 기사 아저씨께 드린다.

'어머? 제주 버스는 짐 실으려면 돈 더 내야 하는 거야??'


"Xxx 까지. 그냥, 몇 분쯤 도착할지만 알려주셔~~"
"25분 뒤요."

아줌마는 물건을 내려놓고 총총히 내리심.


알고 보니, 이것은 버스가 하는 '정류장 TO 정류장' 배달이었던 것이다.
25분 뒤 도착하는 - 그 부탁한 정류장에 물건 받을 사람이 나와 있으면 되는 것.
3천 원은 정해진 돈인지, 뭐 암묵적 룰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도시와는 좀 다른 정겨운 지역 생활상을 보는 것 같아 제주 버스 여행이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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