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년 전에 썼는데 올해도 지켜진 징크스



시상식이 있기 전에 밝혔다면 좋았겠지만..ㅋㅋ
사실 나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은 탈 줄 알았다.
오히려 워낙 대작 영화를 찍은 샘 멘데스에 밀려서 감독상이 타기 어렵다고 봤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연말부터 계속된 시상식에서 기생충/봉준호 관련 언급만 되어도 환호성이 제일 컸다는 점이 "투표제"인 아카데미에 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의적절성, 정치적 올바름....이런 거 다 떠나서 사람들이 기생충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사위원 몇 명이 모여서 판가름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투표로 정해지는 오스카이기에, '휩쓸려갈 분위기'와 '선호'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투표 사례에서 참고가 된 것은 문라이트의 작품상, 그리고 에마 스톤이나 라미 말렉의 주연상 수상 등이 있다.

8000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사실 후보에 오른 수많은 영화를 다 보고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배급사들이 캠페인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것이고, 입소문이 중요한 거겠지.

문라이트의 경우, 멋진 영화였으나 솔직히 이걸 8000여 명 회원들이 다 보고 감동받았다고?!?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당시 문라이트는 기생충처럼 평론가협회 등에서 수상 실적이 좋았는데, "이 영화 괜찮대..." , "다들 좋았다고 그러네..." 같은 입소문에 따라서 선호 순위가 올라간 것이 결국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상 선정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후보작이 8편일 경우, 회원들이 8편에 모두 순위를 매겨 투표를 제출한다고 한다.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은 영화의 득표수가 과반수를 넘으면 거기서 집계가 끝난다. 

만약 1위표 과반 이상 득표한 영화가 없을 경우, 1위표를 가장 적게 받은 영화 (즉 8등인 영화)의 표에서 그 1위로 적어낸 영화를 삭제하고 2위로 적어낸 영화를 다시 다른 1위 투표에 합산을 시킨다...그래도 과반 득표한 영화가 안 나오면 이번에는 1위 득표수에서 7등인 영화도 탈락시킨다. 그러면 투표지에서 영화 2개(7,8위)를 삭제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3위 선호로 적어낸 영화도 1위표로 합산되는 경우가 생긴다.

과반수가 나올 때까지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상당히 묘한 변수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어떤 투표자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는 못 되더라도, 2-3위 정도로는 적어낼 만큼 무난하게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참고 사항은.... 당시 다른 후보에 비해 최상의 연기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해 가장 각광받은 작품에 출연했던 에마 스톤, 라미 말렉의 경우였다. 라라랜드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에 힘입어, 사실상의 시청률 공헌상인 KBS연기대상 받아가듯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 가는 것을 보면서 아카데미 수상에는 그 어떤 것보다 '기세' - 기생충 대사에도 나오는 그 기세 - 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생충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아카데미는 품평회보다는 '인기 투표'에 가깝기 때문에 환호성과 인기를 주요 척도로 봤다. 그래서 앞선 시상식들 풍경을 보아하니....왠지 문라이트처럼 작품상을 기생충이 가져갈 것 같았다.

여기에 좀 더 확신을 갖게 해준 게 ㅎㅎ
강력한 라이벌(?) 1917이 BAFTA 작품상을 가져가면서....

최근 몇년간 작품상만 놓고 볼 때는 어느 시상식보다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을 좋아하며 시상식 때마다 환호성이 컸기 때문에 작품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내기를 걸었다가, 이겨서 $40을 받아가는 영화 평론가 영상 😂







올해 시상식마다 있었던 그 분위기, 그 '기세' - 예전 <문라이트>와 같았던 - 를 전한 Vulture의 Nate Jones 글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7/03/2017.html?m=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