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아에로멕시코




2015.03.06 02:27 

비행기 사진을 찍을 일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한국에 직항편이 없는 항공사(2015년 시점)의 항공기는 처음 타는 것 같아서 왠지 신기한(?) 기분.




아에로멕시코의 특징은 본인이 앉게 되는 좌석의 알파벳대로 (A, B, C...)탑승을 시킨다는 것. 미국 항공사들이 비행기 앞쪽이냐 뒤쪽이냐(즉 숫자)에 따라서 그룹을 나눠 탑승시키는 것과는 다른 방식.
3-3열 비행기는 복도가 하나 밖에 없으니, 타보면 다들 좁은 데서 짐 정리 하고 짐칸에 넣느라 아수라장인데, 이럴 땐 그룹이고 뭐고 다들 뒤엉켜 난리다. 아에로멕시코는 창가자리 승객이 가장 먼저 탑승하고, 그 다음이 중간, 마지막으로 복도석 승객이 탑승하도록 줄을 세운다. 사람들이 제대로 이 순서대로 탑승해 앉는다면야,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이기도.


난 늘 창가자리를 지정하지만 늘 늦게 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창가쪽에 앉는 나 때문에 이미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창가자리 지정했으면 일찍 타긴 해야겠지...내가 민폐.


몬테레이에서 나를 기다리는 친구에게 '덕분에 생전 처음 아에로메히꼬 타고 갑니다~ 이따 봐요!!'라고 메시지 보내놓고는,

'스페인어의 'X' 발음이 여러가지인데, 메히꼬 맞겠지? 내 기억에 의하면 맞을 거야...'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비행기에 타고 나서 들은 안내 방송의 발음은 '아에로메히꼬'가 맞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해 주었다.



먼저 타게 된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 구간은 약 4시간이 소요되는 국제선 구간.
천으로 만든 시트가 아닌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에는 처음 앉아봤는데, 멀리서 볼 때는 기내 전체가 깔끔해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얼룩과 음료 쏟은 자국이 왜그리 많던지;;;; 천보다 얼룩 제거가 더 쉬울 텐데 누가 좀 안 닦나?

4시간 국제선이라서 그런지 기내 영화도 빵빵했지만 'Argo'를 좀 보다가 정신 시끄러워서 시청 중단. 내 바로 뒷자리가 비상구석으로, 2열이 위치해 있었는데 아에로메히꼬는 비행기 탑승 뒤 비상구석 탑승자의 역할에 대해 따로 설명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나보다.
승무원이 내 뒷줄쪽에 서더니, "영어로 할까? 스페인어로 할까?" 이러더니 스페인어로 빠르게 말하고 사라져버렸다.


다음 비행편인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 구간을 델타항공 사이트에서 마일리지로 예약하면서 비상구 좌석을 얻게 되어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었는데.....음, 다음 비행편에서 저렇게 스페인어로만 말해버리면 나는 알았다고 해야 되나, 모른다고 해야 되나?? 근데 비상구석이 인기있다던데 어찌 나에게 차례가 돌아왔는지 신기하단 말야.




날렵한 winglets 오랜 만에 봐서, 촌스럽게 이런 것도 사진 찍음.
3-3 배열인 이 항공기는 어느 정도 꽉 찬 것 같은데, 내 옆자리는 역시 신기하게 비어있다.

나름 4시간짜리 국제선이라 '멕시칸 푸드'를 기대했는데, 부실한 샌드위치와 당근 조각들 던져주고 끝.
얼마 뒤, 이 자리에 왜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았다.
바로 뒷자리가 비상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탈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젠장, 속았네.


나름 seatguru 평을 다 읽어보고 탄 거 같은데, 내가 타는 날 갑자기 비행기 기종이 바뀐 거 같기도 하다.
그래 이렇게 앞자리 좋은 자리가 그냥 비어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북미대륙의 특징적인 지형인, 캘리포니아 아래 -Baja Califonia 로 삐죽 나와 있는 반도 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을 사진으로 남겨봄. 사진은 흐릿하게 나왔지만 기내에서 볼 때는 정말로 저 지형이 그대로 보였다. 창밖 왼쪽으로 코르테스 해의 푸른 바다가 보이고 있고 나머지가 반도.




멕시코시티에서 환승해서 타게 된 아에로메히꼬 국내선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 구간은 내가 App을 통해 12열로 지정.
비상구석이고 3-3배열에서 여기만 좌석이 2개라서 옆사람 걸리적거리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비상구좌석에 대한 스페인어 설명은, 걱정 안 해도 될 정도. 스페인어 왕초급인데도 이상하게 무슨 소리인지 다 알 것 같았다. 원래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승무원도 이 반복되는 절차에 질렸는지 "너 이해했니?" 같은 건 물어보지 않고 할 말만 하고 사라짐.


비상구석은 인기가 있다던데, 이상하게 이 자리도 나 혼자.
그러나 역시 이륙 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역시 뒤로 젖혀지지 않는 의자!
ㅠ.ㅠ


아까 4시간은 오히려 별 불편함없이 왔는데, 이넘의 좌석은 진짜 90도로 앉아가는 느낌이라 너무 불편했다. 1시간 비행이라 그냥 참기로 했다.
seatguru에서 미리 경고가 있었는데, 장점도 많이 써놔서 내가 그 부분은 흘려봤구나 ㅜ
그래, 인기 좋다는 비상구석이 텅텅 빈 이유가 있었어.




델타항공 저 좌석안내도 상의 *표시는 젖혀지지 않는 좌석에 대한 표시라는데, 왜 12열에는 없는 거야? 12열도 안 젖혀집니다.
737기종 일부는 그냥 비상구석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 같다.



비상구 좌석은 따로 돈 받고 파는 항공사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자리인데,
예약 시에 만약 비상구석 사전 지정이 쉽고, 이 자리가 비어있다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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