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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런던에 갔을 때,
체류 마지막날 무슨 이유였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귀국 항공권 날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현지 심카드를 넣은, 영국 번호를 가진 폰이 있었지만 얼굴을 보지 않은 채로 전화로 비행기표 연장을 하기에는 뭔가 자신이 없었고, 인터넷에서 일본항공(당시 이용했던) 런던 지사 주소를 찾아, 일요일 오후에 무턱대고 찾아나섰다.

하지만 내가 런던 생활상을 너무 몰랐던 거지.
나름 시내 중심부였지만 일요일 오후, 진짜 쥐새끼(?) 한 마리 없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일본항공 지사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문 연 카페조차 한 군데도 없었다. 구식 노키아폰과 와이파이만 가능한 아이패드를 가진 나는, 아무도 없는 거리 한복판에 우두커니 남겨지게 되었다.

이를 어쩐다...



다행히 쥐새끼 대신에 비둘기 친구들은 있었다.


그동안 카페를 다니면서 와이파이를 연결했기에, 문 닫은 카페 근처로 가 보았다. 영업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다행으로 와이파이는 연결할 수 있었다. 거기서 프랑스에 사는 친구와 메신저로 급히 연락이 되어 갑자기 프랑스로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고, 일본항공 지사에 전화해 겨우겨우 항공권을 연장했다. 일본 억양이 강한 그 직원과는... 우리끼리 잘 통하는 아시아인만의 감성 영어로 통화했다. 


텅 빈 일요일 런던의 길바닥에 앉아서 문 닫은 카페의 와이파이를 얻어쓰며 항공권 연장을 했던 경험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지만, 그 위치가 어딘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위 사진 속 tossed 간판에 힌트를 얻어, 지도를 검색해보니, 내가 앉았던 그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ㅎㅎㅎ
프레따멍제에서 흘러나오는 와이파이로 프랑스에 있는 친구와 메신저를 하던 그곳! 저 둥근 받침 구조를 보니 딱 생각났다. 저기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가는 자유로운 해외 여행이 언제쯤 가능해질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다시 한 번, 길바닥에 앉아 문닫은 카페에서흘러나오는 와이파이를 받아쓰던 자유로운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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