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중드를 본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도 뭔가 새로운 걸 만나는 재미에 계속 본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막장'으로 가는 방식은 한국과 똑같아서 안 새롭지만.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


1. 사실 한 나라의 사람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을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중국의 나쁜 면 - 하면 많이 떠올리게 되는 건 우악스러움, 남에게 폐가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 뻔뻔함... 진상들에 대한 뉴스/경험담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진상'들의 연기도 상상을 초월한다. (아, 연기가 아니라 일상인가?) 진짜 어디서 데려왔는지 궁금한 현실감있는 단역들의 진상 연기가 툭툭 튀어나오는데, 중국 현대 드라마 연기 중에 최고봉은 가게같은 데서 소란을 피우는 '진상' '민폐' 연기인 것 같다. 볼 때마다 감탄한다. 현실 그 자체인 것 같다. 단기 폭발력이 주연들의 연기 실력을 능가한다.

연기 잘 한다고 꽤나 칭찬받지만 그 연기 방식이 내 맘엔 안 드는 한국 배우가 한 명 있는데, 최근 엄청 화제가 된 어떤 드라마 속에서도 그녀의 연기는 꽤나 호평받았지만 나는 그 배우의 모든 대사 처리가 너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딱 하나... 연기 괜찮다 싶었던 장면은 그녀가 극중 사춘기 아들 때문에 짜증이 나서 혼내는 장면이었다. 실제로도 다 큰 아들을 둔 배우의 그 경험이 그대로 우러나오는 연기라 그런가, 가장 자연스럽다고 느꼈던 듯 하다. 

결국은 평소에 제일 잘 하는 일을, 연기로도 제일 잘 한다?!?!?



2. 미드/영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국/영국을 좋아하거나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을 사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글들을 보노라면 중드를 좋아하면서 중국까지 선망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걸 알게 된다. 정말 그냥 좋아하기엔 좀 많이 애매한 나라이기는 하다. 이게 중드의 특징인 것 같다. 체제 선전용으로 열심히 영화,드라마를 만들겠지만 문화 애호가 그 나라 애호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3. 미국 영화에서 그려지는 뉴욕 이미지처럼, 주인공들이 성공을 위해 상하이로 몰려드는데... 직장에서 꼭 갈등을 겪게 되고 시원하게 때려치거나 짤리게 됨. 비싼 상하이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중국이 그렇게 넓은 나라인데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향에서의 에피소드는 다 같다. 정겹지만 느리고 답답하고 직장에서는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ㅎㅎ. 

부모의 성화에 남자도 소개받지만, 착하기만 한 이 고향 남자들은 너무 재미가 없고 시시해서 곧 주인공에게 차인다. 상하이 속도로 살던 주인공은 적응을 못해 결국 상하이로 돌아온다. (사실 드라마 겨우 두 개 비교한 거지만 주연들의 고향 삶의 모습이 너무 똑같....) 중국은 드라마 내용도 통제를 한다던데, 고향으로 돌아가는...적어도 소도시 방문이라도 하는 촬영을 꼭 넣게 강제되어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4. 2년 전에 중국 호텔에서 폰에 대고 소근소근 얘기해도 정확히 번역되어 나오는 게 신기했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중국인들은 문자 메시지가 아닌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일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한자 입력 과정이 어려우므로 음성 메시지를 녹음해서 보내는 게 훨씬 시간이 덜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옆에 사람이 있든 말든 어디서나 수근수근 소근소근 폰에 대고 혼잣말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중국 폰의 음성 인식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듯 하다.


5.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 대도시는 일정 부분 서울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드라마 속 사회 인식, 문화 수준은 한국의 2000년대 초반에서 거의 8,90년대?? 모습을 보인다. 30살 되기 이전에 결혼 안 하면 큰일나는 줄 아는 드라마들을 보고 오래전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외에도 최고로 경악한 장면도 있었다. 

2017년 드라마에서, 사업을 하는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과 계약을 맺으면서 액수가 적다고 중국어로 대놓고 앞에서 무시하며 빈정거리는 장면이나 (상대는 중국어를 못 알아들으므로) 나중에 이들을 심부름꾼(분위기 형성용?!) 용도로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데, 그 장소에서 순딩순딩 웃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인데도 그들을 보면서 다른 주인공이 -그저 피부색 때문에- "저 사람들 무서워"라고 말하며 시선을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내용은 요즘 한국에서 방영되었다가는 큰 파문이 일고 사과 방송이 나가야 할 만한 내용인데, 중국에서는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6. 남녀의 절절한 연애를 강조하는 드라마는 보통 주인공들의 부모를 몰살(!)시켜 갈 곳 없는 처지로 만들어 놓는다. 👀 

남*여주의 부모가 대부분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와는 달리 "의지할 데라곤 서로 밖에 없는, 서로를 구원하는 관계" 라는 것을 너무나도 선호해서, 중국 드라마엔 부모의 사랑을 거의 못 받고 자라거나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주인공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 혹은 재혼 가정이라 한쪽 부모와 서먹한 경우도 많고... 양친이 모두 살아 계시고 화목한 설정이라면 조연인 경우가 많고 주연들은 대부분 가정 환경이 불우하고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를 가진 경우가 정말로 많다. 어릴 적 그 트라우마에서 구원해준 그 소녀/그 소년을 못 잊어서 20년이 지나도록 연애를 안 하다가 우연히 다시 서로 만나는, 서프라이즈급 설정도 허다하다.🤪

+ 드라마 초반부터 투닥투닥하던 남녀가 '뻔한' 과정을 거쳐 중반쯤 드디어 연인이 되면, 거의 반/드/시 여태까지 만나서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편집 장면으로 주제곡과 함께 천천히 지나간다.  


7. 한국 드라마에선 배우들이 대사를 하는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식사 장면에서 연속해서 국물만 열심히 떠먹거나 교묘하게 젓가락만 뒤적뒤적하고 있는데, 중국 배우들은 대체적으로 대사를 하면서 열심히 먹는 편이다. 입에 뭔가를 넣고 우물거리며 대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드라마도 그렇지만 중국 드라마도 뭔가 '전문직' '상류층'에 대한 환상이 심해서 어느 드라마에나 '부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꼭" 서양식 식사를 한다. 양손에 칼과 나이프를 들고 썰거나 샐러드를 먹는다. 회전 테이블을 돌려가며 먹는 초대형 중식당 테이블이 등장하는 장면 - 주로 회식이나 상견례 - 을 제외하고,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이 중국 음식을 먹는 장면은 거의 없다는 게 특징.





🌄🌇한/중 공통 설정 : 단역 배우든, 조연 배우든 1-2회 분량 스쳐가는 '유난스런 돈 많은 여자'의 역할을 맡게 되면 꼭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나온다. 웃김. 어깨에 걸치는 게 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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