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즌 시작 이후 20연승을 하고 있던 라파엘 나달이 인디언웰스 결승전에서 패배, 북미 하드코트 시즌을 마쳤다.
인디언웰스는 특히 그랜드슬램 대회 바로 다음 규모의 큰 1000시리즈 대회라서 7명을 만나서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대회이다. (상위 랭킹 32명은 1회전 부전승을 받아서 6명만 만나면 되긴 한다.)
1000시리즈 대회는 1년에 9개가 열리는데도 십수년간 이 1000시리즈 대회급을 우승한 선수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역시 7명을 연속 상대해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며 모두 이기기란 쉽지 않다.
사진 속 마이크를 잡고 있는 24세 테일러 프리츠 역시 이 우승이 1000급 대회 첫 우승으로,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승에 올라오기 직전 경기에서 발목을 접질러 뛰기도 힘든 상태였다.
나달 또한 준결승에서 공조차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 태풍급 바람 속에 3세트 혈전을 벌여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결승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걷지도 못할 줄 알았던 프리츠가 점수 차를 벌려나갔고 결국 나달이 열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꽤나 잘 나가는 선수였다가 투어 레벨에 진입해서 예상치만큼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던 프리츠였기에 다시 안 올 기회라는 걸 알고 고통을 안고 뛰었던 것이다. 물론 나달도 평소보다 많은 실수를 보여주며 고통과 싸우고 있었고. (너무 아쉬운 실수를 해서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엄마가 놀라서 내 방에 들어오시기까지 했다😝)
1세트는 프리츠가 압도했었는데, 2세트가 되니 두 선수 모두가 부상을 안고 고통 속에 비몽사몽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실수가 증가해서.
그러다가, 지난 호주 오픈 결승 5세트도 어떤 식으로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결과와 반대로도 흘러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5시간을 꼬박 채우고 6시간째에 돌입한 경기, 몰려오는 피로와 포기하지 않는 상대방의 끈기가 주는 압박감.... 당연하게 라파가 이겼겠거니 했지만, 오늘 두 선수가 고통 속에 헤매며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니 그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모르는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래서 비록 오늘 지더라도 그 승리가 있기에 모든 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초반 3개월을 행복하게 살게 해준 명약💊. 사실 그 우승이 없었더라면 2022년을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2022년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뤘기에 나달이 패배를 잘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처음 경험해보는 형태의 통증 때문에 (chest pain?) 본인도 생각이 많아져 시상식 때 우울해보여서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푹 쉬고 4월에 시작하는 클레이 시즌에 좋은 일이 있길!
내 생각같아서는 몬테 카를로 or 바르셀로나 중 하나 정도는 건너뛰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자 하면서도
승리의 달콤함도 알기에 욕심을 숨길 수도 없다.
몬테카를로나 바르셀로나 안 나가기를 바랐던 바람은 어이없게 해결됐네?! 나달의 가슴 통증은 갈비뼈 fracture에서 온 것이었고, 앞으로 4-6주 동안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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