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같은 순간




싫증이 빨라서😁 폰 배경화면을 거의 매일 바꾸고 있는데, 그래서 사진첩을 훑다가 사진 찍은 지 4개월 만에 알았다.

2022 롤랑가로스 결승전은 진짜 하늘이 도운 날이었다는 것을.

결승전 전날, 다음날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었다.
나달이 롤랑가로스에서 힘겹게 넘긴 경기는 대부분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였다. 바로 전날 준결승에서도 비가 많이 와서 지붕을 닫고 경기하는 바람에 양쪽 선수가 땀을 줄줄 흘려가며 힘든 경기를 했다. 심지어 익숙치 않은 경기장 상태로 인한 피로도때문이었을까...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준결승이 2세트만에 끝나버리기도 했고. (경기 끝나고 나오니 파란 하늘이 펼쳐짐) 

⬇️ 결승 경기 당일 일요일 오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가 보내줬던 현지 일기 예보.(카톡 기록된 한국 시간 오후 3:10 ->  프랑스 시간 오전 8:10) 





일요일 결승 시작 시간인 오후 3시를 전후로 뇌우 예보까지 있었다. 🌩😥 내가 보던 날씨앱에도 'thunderstorm'이라는 말이 떠서 '대체 화창한 6월에 그것도 결승전에 이게 뭔 난리야?'라는 식의 생각을 했던 게 어슴푸레 기억 난다.


남자 결승전 전날 토요일 경기에서 우승했던 이가 슈비온텍의 일요일 낮 트로피 샷.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한 하늘.





경기 시작 전 오후 2시, 필립 샤트리에 코트 바깥 상황...
저건 분명 비구름인데 😬






제발 비가 안 오기를, 지붕 닫지 않게 되기를 바람.





그동안 사진을 찬찬히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오늘 다시 보니, 경기 시작 전 결승날에만 있는 무용 공연(2시 50분)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씨에서...





3시 3분, 선수들 등장과 함께 반짝반짝. 갑자기 해가 나왔다가 사라짐.
해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시간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면, 해가 없을 때는 코트 안에 서있는 사람들 그림자가 없지만 해가 구름을 제치고 나오면 그림자가 생기는 걸로 알 수 있다.

이제야 내가 찍은 동영상의 시간을 확인하니 현지 시간 오후 3시 6분에 찍은 영상에도 그림자가 없는데, 오후 3시 10분, 나달의 경력(?) 소개와 함께 다시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선수 소개가 끝나고 1세트에는 다시 구름이 끼긴 했지만 2세트부터는 나달의 공 바운드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반짝이는 날씨가 계속되었고, 대회 우승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

정말 하늘이 도운 하루.
뒤늦게 타이밍이 이 정도로 극적이었던 것을 발견하면서, 혼자 감동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어렵게 떠난 여정이었는데 그날 마치 누군가가 내가 행복하도록 도와준 것처럼 느껴져서.
드라마 내용 중에...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다가 뒤늦게 매 순간순간마다 타인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발견하고 주인공이 감동해서 우는 걸 많이 봐서 그런가, 나도 홀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결승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오후 7시 넘어서 그제야 예보대로 강한 비가 후두둑 쏟아짐.






요즘... 종교라는 게 별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어떤 우연에 의해 내가 행운을 찾으면, 인과 관계가 없는 그 시간과 그 조화에 인과 관계가 있었다고 믿어버리는 것. 절대자를 믿지 않는 내가, 경기 시작 직전에 해가 났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무엇인지 모를 존재에 감사하게 된다는 것. 
그 테두리 바깥 사람이 보기에는 그 믿음이 '이게 뭔소리야?'싶게 매우 의문스럽다는 것 :) 


사실 남자 결승전 전날 - 여자 결승 때도 경기가 무사히 종료된 뒤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딱히 남자 결승전에 참석한 사람만이 겪었던 행운이 아닌데도 말이다. 




롤랑가로스 14회 우승을 기록한 태양왕(Le Roi de Soleil) 라파 14세.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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