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비싼, 그러나 마음의 피난처 😌 아난티 힐튼 부산



(적어도 나에게는) 높은 가격대의 힐튼 부산. 몇년 전부터 몇 번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곳😏. 가격대도 가격대이지만 '기장'이라는 위치도 실행에 못 옮기는 데 한몫 했었다.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해운대까지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터미널이 있고, 그게 가장 싼 이동 방법이긴 하다. 버스로는 5시간이나 걸리지만 사실 기차를 탈 때는 집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추가로 걸리기 때문에, 버스/기차 전체적인 시간이 아주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힐튼 부산은 해운대에서 또 10km 떨어져 있어서 추가로 시간과 이동 비용을 잡아먹는다. KTX를 이용하면 시간 단축은 되겠지만 부산역에서는 기장 힐튼이 25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대중교통(버스)은 한 시간 반 소요, 택시비는 3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아휴, 이렇게 먼 데를 언제 가보나??

20만 원대 후반 가격이 보이면 종종 예약해 놨다가 늘 포기했던 곳. 그래도 이번에는 큰맘 먹고(?) 엄마를 모시고 가게 됐다. 호텔은 12월말 거의 최저가에 예약해뒀고 1월 중순이 되어 기차 예약을 하려고 하니,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시점에 설 연휴 특가가 있어서 대구->서울 KTX 구간은 17,400원에 탈 수 있었다.👌 이런 할인 기회 잡으면 뿌듯하다 ㅋㅋ.



호텔 서쪽 바닷가에서 본 아난티 힐튼의 하얀 건물



아난티 힐튼 부산은 2017년 7월에 개관한 곳으로 만 5년 반이 지난 시점에 방문, 부산 동쪽 기장에 새로 개발된 지역내  'Ananti Cove'에 속한 숙박 시설 중의 하나다. 그냥 힐튼 부산이었다가 2020년 9월에 '아난티 힐튼 부산'으로 호텔명을 변경했다. 예전 남해 리조트처럼 지명도를 확보한 뒤에 언젠가는 힐튼과도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2023년 12월 추가 작성: 2023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힐튼과 결별)


KTX를 타고 가다가 밀양에서 새마을호를 바꿔타는 경로를 택해서 신해운대역 도착. 내가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부산역보다는 신해운대역으로 가서 택시 이용을 최소화하려는 루트였다. 신해운대역에서는 택시로 8-9000원대가 나온다. 밀양역에서 15분 정도 대기한 시간을 포함해 서울역에서 KTX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아난티 힐튼 도착.  

도착 즉시 1층 입구에서 친절하게 짐을 가져가 방으로 갖다 주지만, 길 안내는 약간 무심하게 한다. 처음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커다란 문을 보고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는 건지 당황했지만🙇 나중에 방 안에서 아난티 리조트의 소개를 보니 그게 의도라고 한다.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는...





 일반 고객 체크인은 10층에서 하게 된다. 탁 트인 창 너머로 기장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로비가 있다. 




사실 난 이미 사진으로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는데, 부모님들은 그 특유의 '아이고 그 먼 데에 그 돈을 왜 아깝게...' 하면서 억지로 따라왔다가도 이때부터 조용해지시게 된다. 😝 돈값은 하는 곳.

낮에 신해운대역으로 오는 기차는 12시 아니면 3시 도착인데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12시 도착 기차를 선택, 호텔에 12시 반 전후에 와서 체크인을 하려 하니 당연히 안 됐다. 그래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다시 나감. 사실 "신"해운대역은 새로 만들어진 역인 만큼 좀 외져서 바로 옆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해운대였으면 그래도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식당 중에서 골라 식사를 하고 기장으로 이동했었을 텐데, 주위가 썰렁한 신해운대역으로 왔으니 거기서 기장으로 곧바로 이동했기 때문에, 결국 호텔 근처에서 전형적인 관광지 느낌 나는 식사를 했다. 그래도 정규 체크인인 15시 보다는 좀 더 이르게 방에 입성.






방 사진은 대충 찍어둬 넓이가 감이 안 오지만 방에서 보이는 바다 전망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곳. 우리 방은 호텔 건물 중에서도 약간 더 동향에 위치한 방이어서 일출을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남해 바다인 해운대에서 보는 일출은 해가 좀 왼편으로 치우쳐 떠오르지만, 동해에 가까운 기장에서는 해가 거의 정면에서 떠오른다. 🌟그리고 밤에는 서울과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방에는 작은 테라스도 딸려있는데, 겨울이라 거기 앉아서 별 구경을 오래 못해서 아쉬웠다.






넓은 욕실에서는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할 수 있다. 마지 못해 따라오는 듯 하던 엄마께서 마침내 항복. 너무 좋아하신다.






정규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11시로 숙박 가능 시간이 짧은 편이지만, 실제로 머물러 보니 70m² 크기의 방 하나하나마다 청소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겠다 싶기는 했다. 게다가 다른 호텔은 욕조 사용 비중이 낮을 테지만 이곳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욕조에 물을 받는 곳이라, 욕조 청소에도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보였다. 나도 사용하기 전에 내가 직접 욕조를 추가로 좀 닦았는데 욕조가 커서 좀 힘들었다. 🛀

역시 바다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아난티 힐튼의 조식은 그닥 맛은 없으나(?!?) 굉장히 넓은 구역에 걸쳐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여름 성수기가 아니라 덜 붐벼서 그랬겠지만, 식당 자체도 꽤 넓어서 여유있게 식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옆테이블의 대화까지 같이 들으며 식사해야 하는 빡빡한 조식당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동절기엔 모든 숙박객이 무료로 입장 가능했던 10층 맥퀸즈풀, 유리문 밖에는 겨울에도 정말 따뜻한 온수풀이 있다. 사진에는 밤이라서 까맣게만 보이지만 거기 앉아서 바다를 그대로 내려다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와 여기서 일출 보면 뜨듯~허니 최고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일출을 전후한 시간대는 따로 패키지로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개방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 사람들이 몰릴까봐 그러는 건가.

그 러 나... 새벽에 호텔 전체 정전이 있었는데, 내가 호텔에서 겪어본 초유의 사태였지만 아난티 힐튼의 대처는 아쉬웠다. 다들 잠든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수십분간 전화가 모두 통화중으로만 나오고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게 특히 의문의 일처리였다.




그래도...
주변에 산책로와 작은 쇼핑 타운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충분한 휴양의 느낌이 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실내외 구분없이 사진 찍을 곳 정말 많다. 이 길 주변은 고양이 친화적인 곳이라 산책로 곳곳에서 급식대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 명소 중 하나인 해동 용궁사까지도 걸어갈 수 있어서 따로 힘들여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



힐튼 회원이 된 후 5번째 방문한 호텔. 늘 날씨 예측이 불가한 숙박 한 달 전 예약을 해둔 건데도 힐튼 계열은 숙박할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날씨가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요번에는 겨울이지만 기온이 낮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좋았다. 서울 돌아가는 길에 대구에 들렀다가, 마침 찾아온 한파로 기온이 확 떨어지니까 돌아다니기 귀찮아졌던 걸 보면 날씨 운은 정말 중요하다.
대신, 겨울엔 기온이 높으면 하늘이 뿌연 날이 많아서 부산 첫날 하늘색은 별로였지만 다음날은 날도 개어서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






돌아온 뒤에도 여기서 찍은 바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언젠가 맘이 힘들 때, 긴 시간에 걸쳐 찾아 가서 아무말없이 쉬다 오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기본 숙박비가 높지만 🤑 멀어서 뭔가 더 피난처로 어울린다.

그래서 제목을 - 멀고 비싼 마음의 피난처라고 지었다.📝








장점 

- 방 크기도 기본적으로 크고(70m²) 어디를 가도 풍경이 아름답고 널찍널찍... 여유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 호텔 부지 내에 있었던 편의점이 없어져서 그런가, 미니바 맥주 가격이 저렴한 편으로 (3500원~) 편의점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므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처음으로 호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셔봄. 🍺




-단점

- 침실 크기와 거의 비슷한 넓은 욕실. 그러나 변기가 있는 칸을 왜 반투명 유리로 했는지... 위치도 화장실 출입문 바로 앞. 화장실 출입문을 닫을 수는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열어 놓고 머물게 되고 옷장도 그 안에 있으므로 다른 일로 욕실에 들어가다가 가족이라도 당황스럽고 보기 좀 민망한 장면 봐야 함. 사진에 보이는 샤워 부스도 반투명으로 실루엣이 그대로 보임. 꾸준히 후기에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던데 유리벽 내부에 시트를 붙이는 등의 개선이 5년 넘게 없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이들의 디자인 철학인가?!?! 

- 개관 5년을 넘기면서... 욕조의 '뜨거운 물' '차가운 물' 표식이 흐려져서 이용할 때마다 헷갈렸음. 이런 것 정도는 새로운 표식을 붙여서 보완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일환으로 샤워젤, 샴푸 등이 모두 비누 형태로 제공되는데 샤워 부스 안에 있는 거치 장소(뭐라고 쓰지?)에 비누를 두면 사용 후 물기가 마르면서 바닥과 딱 달라붙어 버린다. 글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매우 당황스럽다. 엄청 힘을 써서 겨우겨우 떼어냈을 정도니, 환경을 위해 샴푸바로 바꾼 것을 자랑만 하지 말고 샤워 부스 안에도 비누 거치대 설치해야 함. 비누 거치대에 왜 그렇게 요철이 있는지 이제 알게 됐다. 평평하면 비누가 굳어서 서로 붙어버린다. 힐튼 부산 욕실은 보기에는 넓고 쾌적하지만 사실 요소요소 아쉬운 부분이 많다. 

- 새벽 정전에 대한 대처가 아쉬웠음.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사후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 해운대처럼 시끌벅적하고 주위에 있을 것은 다 있는 관광지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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