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았다, 냄새난다... 최악의 후기를 여럿 봤지만
그래도 구룡쪽 말고 홍콩섬에서도 1박을 하고 싶어서 고른 호텔.
무려 "2005년"에 개관한 뒤로는,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한 기록이 없으니 후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만도 함. "브라운관"📺 티비와 오래 된 카펫을 바꿨고, 2010년대 후반에 침대 헤드보드 정도 교체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방의 모습.🫣
하지만 홍콩섬 중심에서 멀지 않은 것 치고는 비교적 낮은 가격대와 매우 간소한 아침 제공, 교통 편리... 이런 이유 때문에 눈 딱 감고 선택해봤다. 많은 호텔이 10년을 넘기면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한 번은 하는데 18년간 조금씩만 고쳐가며 버틴 호텔은 대체 어떤 모양새일까? 그럼에도 홍콩섬이라는 위치 때문에 내가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급에 숙박할 때 평소 지불했던 비용의 2배를 주고 숙박해야만 했다. 💸
호텔이 叮叮에서 가깝다는 후기를 보다가❔️🤔 딩딩-叮叮車가 홍콩 트램이라는 사실 배움. 호텔에서 센트럴 방향으로 가려면 도보 4분 거리에 canal road west 트램 승차장이 있다. 이거 유용함. 실제로 홍콩섬에 숙박할 때는 트램 타고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지하철 코즈웨이베이역 승강장에서부터 호텔이 실제로는 아주 가까운 것이 아니지만 타임즈 스퀘어 쇼핑몰을 통해서 나오게 되어 있으므로 "A출구"에선 도보 2분 만에 호텔 도착. 지하철 역사 내부에서 A출구로 가는 데만 6분 이상 걷지만 그래도 뭐 합치면 10분이 되더라도 땡볕 아래 걷는 게 아니라, 여행 가방 굴리기 좋은 반들반들한 지하 통로를 걸으니 그나마 낫다.
사실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그 다음부턴 외국인을 위한 아무런 안내가 없는 셈이니 헤매기 시작.
다들 이 호텔 교통이 편하다고 하는데 나만 왜 여기서 감을 못 잡겠는 걸까 🤐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페라가모 광고판이 보일 때 그 매장을 오른쪽에 두는 방향으로 건물을 빠져나온 다음, 오른쪽으로 돌아 좁은 골목을 따라 가다 보면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가 있다. Sharp street에 접어들었을 때 호텔 간판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행길에는 '이 길이 맞나?' 하고 좀 헤매게 된다.
아니면 지상층에서 "Lane Crawford" 백화점으로 들어가면 호텔과 거의 마주 보는 출구가 하나 있다. 위 지도에도 보이듯이, 길을 둘러서 가는 게 아니라 실내로 백화점을 통과하는 것. 레인 크로포드를 통과해서 나오면 호텔이 위치한 sharp street이다.
사실 이건 몇 번 헤맨 뒤에야 직원에게 설명 듣고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버스나 트램만 타고 다녀서 정작 지하철역에서 이렇게 나오는 법은 내가 써보질 못했다.ㅋㅋ 아무튼 표지판에 나오는 지명 중 Russel street 쪽으로는 가면 안 됨. 이 호텔이 위치한 Sharp street와 타임즈 스퀘어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길 이름이므로.
힘겹게 호텔에 도착한 이후, 직원 한 명이 호텔에 대한 인상을 바꾼다는 것을 알게 해준 호텔.
이름표를 얼핏 봐서 'Terrence'로 기억하는 이 직원, 싹싹한 태도로 체크인을 진행했고 내가 생일이 하루 지났음에도 "너 어제 생일이었네?" 했다. 내 생일에 무관심하게 살아왔지만, 그 말에 갑자기 고마워져서 "나... 어제도 IHG 호텔 갔는데 걔들은 몰라주더라"하고 징징거림. 이 호텔에서는 원래 등급이 있는 회원에게 콜라나 미닛메이드 같은 음료수 중 선택해서 1개, 감자칩을 웰컴 기프트로 주는데, 직원이 혼자 있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좁은 주머니에 음료수 2개와 과자 2개씩을 쑤셔넣었다. ㅎㅎ 고작 "과자 하나 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대체 몇 살?
원래 다른 국가의 IHG 계열 호텔에서는 플래티넘 회원이 웰컴 포인트와 스낵류 중에서 골라서 받게 되어 있는데 중국 (홍콩/마카오 포함) 내 IHG 호텔에는 웰컴 포인트를 주지 않기 때문에, 대신 음료와 과자를 '작은 가방까지 만들어 두고' 확실하게 챙겨주는 편이다.
이 호텔의 평을 보면 낡았다는 말도 많지만 직원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인데, 왜 그런지 알게 하는 직원의 싹싹한 태도였다. 게다가 그 전까지 션전에 있다가 와서... 대부분 친절하지 않은 호텔 직원에 치이다가 갑자기 이 사람의 친절에 고마워졌다. 내 방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잡아서 올려보내주는 그에게 "너무 친절하시네요. 어제까지 션전에 있었는데 다들 불친절했어요." 라고 말했는데...혹시나 그분도 본토에서 건너와 홍콩에서 일하는 중인 거면 어쩌지? 🙄
홍콩 등과 더불어 남부럽지 않은 땅값을 자랑하는 뉴욕 호텔에 가보면 건물은 높게 지어놓고 엘리베이터는 두 대 정도만 설치해서, "조식 먹으러 갈 때 농담 아니고 엘리베이터만 20분 기다림" 이런 후기 많이 봤다. 29-30층 높이의 이 호텔은 외관상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는데 규모에 비해 엘리베이터가 엄청 여러 대여서 놀람. 실제로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릴 일이 별로 없었다. 엘리베이터 내부도 넓어서 트롤리를 끌고 들어갈 수 있고, 엘리베이터 옆 빈 공간에 트롤리를 놓아두라고 되어있다.
오래 된 호텔이라 습한 냄새에 대한 민원이 많아서 그런지 복도 곳곳에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도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숙박 사상 최고(?!)의 금액을 냈는데 꿉꿉한 방에서 고생하면 어쩌지? 하면서 방문을 염.
다행히 괜찮음. 습한 공기 냄새는 거의 없었고
화장실이나 옷장도 낡아가는 기색은 역력하지만 최악의 후기 만큼은 아님. 여기는 잘 관리되는 층의 방인 듯. 침대보나 이불도 뽀송하진 않지만 못 견디게 눅눅한 것도 아님. 안도.🙃
카페트 색이나 무늬만 잘 골랐어도 덜 낡아보였을 텐데..
홍콩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면 꽤 넓은 방이었다. 이 호텔에는 15m²의 좁은 방도 있는데 고층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이 방의 면적은 22m²라고 나온다.
건물 사이로 쬐그맣게 내 눈앞에 바다가 3cm쯤 슬쩍 보이는 방이었음.😁 직원의 싹싹한 태도와 함께 부족함이 없는 시설에, 그동안 걱정하던 맘이 사라짐.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는 보통 예약시 조식이 무조건 포함되는 브랜드인데, 코즈웨이베이는 뷔페식 조식 제공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아주 간단한 식사를 방마다 갖다주거나, 스타벅스(HK$50) 맥도날드 (HK$60) 바우처를 제공한다. 나는 맥도날드 상품권을 택했는데 홍콩 시내 아무 지점이나 가서 계산할 때 내밀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잘 받아줬다. (키오스크에서 먼저 메뉴를 선택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고르면 됨)
빅맥 세트가 HK$44.5 라서 잔돈만 내고 하나 사 먹었고, HK$20 바우처는 남음. 홍콩 공항에 맥도날드가 있어서 써보려 했으나, 한국 같은 경우는 공항 지점은 항상 예외가 있으니 여기서도 통용될지 의심스러웠고, 매장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시장 바닥이어서 그냥 나왔다. 홍콩에 가는 누군가에게 주거나 내가 언젠가 쓸 수 있는 날이 오려나....
2023년 하반기부터는 조식당이 다시 문을 열어서 아주 간단한 메뉴 4개중 하나를 골라 식사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다. 즉, 이제는 바우처 제공 없음.
다이얼식 에어컨 온도 조절기.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은 곳이지만
이 호텔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다. 설마 언젠가는 리노베이션 하겠지...
바로 근처에서 40, 40x 미니버스를 타고 리펄스베이 같은 섬 반대편으로 넘어가기에도 좋은 위치다. 15분도 안 걸림. 단, 공항버스 정류장이 가깝진 않고(도보 8분 이상) AEL 이용도 불편한 위치라 짐을 끌고 다니는 홍콩 도착 첫날이나 마지막날 숙박에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홍콩섬에서 구룡반도 쪽으로 숙소를 옮긴 뒤, 이동이 많아지면 금액이 쭉쭉 올라가는 버스 노선들을 확인하다가 $3 트램이 있는 홍콩섬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10여년 전에 홍콩에 두 번 왔을 때도 홍콩섬에만 머물렀지만 그땐 홍콩 지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제 세번째 방문으로 홍콩을 쬐금 더 알게 되고 나니 叮叮车가 다니는 홍콩"섬" 쪽의 매력을 알 것 같다.
이 글 맨앞에 쓴, '홍콩섬에서도 1박을 하고 싶어서 고른...' 은 잘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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