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我不后悔风雪中和你走一回。。”
눈보라 속을 너와 함께 걸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최근 본 드라마 ost에 나오는 가사인데
드라마를 안 봤으면 중국어 교재에 예시문으로 나올 법한 평범한 문장 느낌이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무슨 의미인지 딱 알 수 있는 문장이고 뭉클하기도 하다. 또한 누군가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하게 된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고.


나달이 올해 1월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난 테니스 관련으로 트위터도 했었고, 거기서 이야기 나누는 1명도 생겼었는데 9월 이후로는 내 트위터는 거의 폐업 상태다. 그래도 그동안 알고 보는 선수들을 많이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10월 중순, 마스터스 대회 결승전 뒷부분 중계를 잠시 켰다. 

고만고만하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쓰이는 선수가 있다는 걸 나도 모르게 알게 된다. 거의 마지막 부분 중계를 켰기 때문에 잠시나마 그 누군가를 응원했었는데, 그 선수가 대회 우승에 단 2포인트 남겨뒀다가 역전패를 하고 말았다. 괜히 봐서 마음 아파. 😖 이날의 충격 때문인지 내가 종종 보고 있는 이 선수 팬 트위터가 있었는데 그분은 이날 이후 계정 닫음.🥺

경기를 한 30분은 봤나 싶은데 '와... 그동안 "이 짓"을 어떻게 해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매대회 승패의 결과가 나오는 테니스의 냉혹함. 졌을 땐 결코 울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흑흑 울게 만들었던 그 예측불허 승리의 순간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슴 아픈 패배들... 
우와 대체 난 이 기복을 어떻게 10년 이상 견뎌 온 거지?? 
이제 나 다시 스포츠 팬으로 못 돌아가겠다...라는 느낌이 왔다. 


지난 15년, 부상이 잦았던 나달을 내내 지켜보기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중한 기억이다. 내가 2등 인생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결국 나달도 역대 2위권 기록을 남길 듯 하지만 我不后悔风雪中和你走一回.
너와 함께 그 바람과 눈을 맞으며 걸었던 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아. 즐거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들은 분명히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됐었다.
아마도... 이젠 이런 류의 눈보라를 맞으러 다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팬 초창기일 때 네이버 블로그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스포츠 선수 응원하는 일이 얼마나 이타적인 일이냐고. 나에게 딱히 돌아오는 이익이 없는데도 남의 성취를 위해 이토록 응원하는 행위.

지금도 기억나는 고통스러운 패배의 순간이 많지만
내가 남의 행복을 이렇게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됐고, 그 현장에서 너무 감동했었기에 절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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