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역 바로 앞에 위치한 호텔로, 25hours는 독일에서 시작된 브랜드라고 한다. Accor ALL 회원 프로그램에 속해 있고, 4성급 호텔에 준하는 숙박 포인트가 주어진다. 내가 Accor에 속한 체인 중에 12번째로 만나게 된 브랜드.
구글맵을 통해서 보면 2017년 이전에는 역시 accor 소속 Mercure 호텔이었던 곳인데, 완전히 내부 분위기를 바꾸는 리노베이션을 거쳐 2019년 초에 개관했다.
유로스타 등을 타고 북역에 도착할 때 편리한 것도 물론이고, 샤를드골 공항에서 RER B선을 타면 북역에 36분 만에 도착하는데 RER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곳에서 역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곧바로 호텔 간판이 보이기 때문에 헤맬 일이 없다.
처음에 호텔 이름을 듣고 '언제 체크인을 하든지 25시간을 머무르게 해주는 호텔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약을 하니 체크인 3시 체크아웃 12시로 표시되어서 실망(?!). 그래도 후기에는 일찍 체크인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나도 살짝 기대했다. 전날 머무른 아다지오에서 11시 반에 나온 후 12시를 넘겨 이 호텔에 도착했는데, 12시 20분 경에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체크인을 해줘서 좋았다. 25hours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24시간 가까이 내 방으로 삼을 수 있었다.
위는 accor 공식 사이트에 나오는 25hours 브랜드 소개인데, 실제로도 내가 여태 가본 곳 중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산만한😁 방을 가진 호텔이었다. 내 방 소개는 "Asian and African style elements give the Small rooms with a size of 12 - 16sqm a very special flair."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디로 시선을 두어도 독특한 느낌이 있고 산만할 정도로 장식물이 많다. 방에 놓여 있는 카드 문구 하나, 호텔 와이파이 이름... 모든 게 다 평범한 호텔과 조금씩 다르다. 영어 후기에는 quirky라는 표현이 가장 많고, 호텔의 단점으로 이걸 꼽은 후기도 봤다. " La déco beaucoup trop criarde. " 장식이 너무 과해요.🥵
로비나 그 위층도 굉장히 'instagramable' 하게 디자인 되어 있는 휴식 공간이 있는데, 내가 이 호텔에 숙박한 날이 나달 경기가 있는 날이라서 경기장에 오고 가는 것이 가장 "큰일"이었으므로, 내가 머문 방 말고 다른 곳에 가볼 시간이 없었다.
이 호텔 방 중에서 가장 기본인 'small'에 머물렀는데, 2년 전 내가 갔었던 accor 호텔 여러 곳에서 대부분 내가 예약한 것보다 한 단계 더 좋은 방을 줬던 것과는 달리 (그때는 아직 코로나에서 살짝 회복을 못 하던 시기) 올해는 그냥 모두 기본 방만 받았다. 그래도 내가 예약 시에 보던 사진에 비해 방이 더 넓어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스몰 룸 소개에 나온 "12 - 16sqm" 면적 소개 중에서 적어도 12m² 룸은 아닌 듯 했다. 아마도 16m²?
위 사진처럼 침대가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내 방은 양쪽에서 침대에 접근할 공간이 있었다는 것만 해도 상당히 "넓은 small" room인 거였다. ㅎㅎ 😁 small room 중에 그저 커튼 정도로 침실과 화장실 사이를 구분하는 룸도 있었는데, 내 방은 다행히 욕실에 창문도 하나 더 있었고 침실과 구분이 확실했다.
호텔이 위치한 주변 지역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독특한 실내 분위기로 인해 '내가 집을 떠나 어딘가로 여행 왔다'라는 느낌이 강화되는 게 좋았다. 어릴 때 [제인 에어] 소설에서 '붉은 방' 이라는 표현을 본 이래 처음으로 실제 '붉은 방'에서 잔 날인 듯 :)
여기는 정말 실제로 가봐야 아는데, 꽤 오래 된 건물로 보이고 넓은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치우쳐 있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비좁은 복도를 구불구불 돌아 진짜로 1분 가까이 걸어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방이 나온다. 이 내용은 후기에도 몇몇 있었는데,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화재가 나면 그냥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재미있기도 했다. 아무 호텔에서나 해볼 수 없는 체험이라는 생각마저...오랜 건물에 세입자가 되어 내 방에 찾아가는 느낌.
방 등급이 올라가면 발코니도 있고, 북역 정면과 사크레쾨르 성당이 보이는 멋진 전망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 등급의 방은 대부분 건물 내부를 향하고 있어서 바깥 풍경은 하나도 안 보였다. 대신에 조용하긴 함. 스몰룸 중에서도 꼭대기층 방에서는 외부 조망이 가능한 듯.
이 호텔의 최대 장점(?), 냉장고에 무료로 제공하는 맥주 2병과 과자 하나가 들어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숙박비에 최고 지출을 한 날이었지만, 체크인도 일찍 해줬고☺️ 맥주도 2병 얻었으니 큰 불만은 없게 됐다. 파리 시내 마켓을 돌아다녀 보면 맥주캔을 상온에 진열하고 파는 곳이 많아서 시원한 맥주 얻기가 은근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대신에 방 안에 물, 커피, 전기 포트 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하면 전기 포트는 방으로 가져다 준다. 구비구비 복도를 떠올리며 대체 언제 받을 수 있을까 직원이 바빠 보였는데 내 요청을 기억 할까 궁금해질 무렵, 직원이 조그마한 포트를 하나 갖다 줬다.
롤랑 가로스 경기장에서 이 호텔로 돌아올 땐 32번 버스를 타면 시내의 부자 냄새나는(?) 몇몇 거리 구경을 다 하면서 관광 명소로 거치며 돌아올 수 있으니 참고. 하지만 26번 버스로 갈아 타려고 했던 성라자흐역에 당도하기 전에 시위대를 만나 길이 차단됐고, 결국 근처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파리 중심부가 낀 버스 노선을 타면 이렇게 늘 가다가 갑자기 내리는 경우가 생기는 듯. 다행히 전에 와봤던 지역이라 눈에 익은 거리가 나와서 성라자흐역까지 다시 걸어 가서 "좀 더 고생한 끝에" 호텔에 복귀했다. 결과는 고생길이 됐지만 지하철 안 타고 버스를 탄 덕분에 구경했던 파리 시내 모습은 좋았다.
원래 '파리 북역'은 위험한 지역으로 악명 높은데, 나는 파리에 3번 왔을 때마다 결국 파리 북역 쪽에 1회 이상 꼭 가게 되었다. 지금은 2024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치안이 좋아져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게다가 이 호텔은 정말 말 그대로 파리 북역 바로 앞에 있어서 혼자 불안해하며 골목길을 걸을 일이 없다. 지하철 출구도 호텔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호텔 나와서 지하철 역으로 곧바로 들어가면 우산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호텔 정문 앞 지하철 3번 출구, 4호선에서 내리면 금방 호텔에 도착할 수 있다. |
2년 전에 꼭 사고 싶었던 '나달 우승 소식이 1면에 실린 스포츠 신문'을 사는 것에 실패했었는데, 올해는 아침에 거의 '잠옷 바람(?)'으로 길 하나 건너 앞집 가는 기분으로 북역에 들어 가서 '나달의 은퇴 소식이 1면에 실린 신문'을 사왔다. 사실상 호텔 정문에서 북역 들어가는 시간보다 내 방에서 복도 돌고 돌아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 시간이 더 걸림.🙂↕️
조식이 4성급인 것 치고도 너무 비싸 신청하지 않았지만 기차역 바로 앞인 만큼 식당도 많고 바로 옆 블럭에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 심지어 파파이스까지 있어서 쉽게 아침을 해결했다.
이날 이후로 파리에 추운 날씨가 계속 되어 따듯한 음료가 필요했는데, 방 안에서 곧바로 따듯한 물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 이 "4성" 호텔의 가장 아쉬운 점이었지만 (애초에 파리 3성 이하 호텔은 전기 포트 없으므로 포기) 교통이나 지리적 여건 등 다른 모든 점은 너무 편리했던 호텔이었다. 취소 가능 예약을 했었지만 야간 경기를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지하철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예약을 유지한 호텔이었는데, 실제로는 주간 경기를 봤기에 밤늦게 귀가하지는 않았다. 파리에 두 번 일주일 이상 머물러 보니, 기차역 주변은 밤늦게 도착하는 인파가 붐벼서 오히려 약간 더 안전하다는 느낌마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모든 것은 조심)
파리의 Accor 계열은 가격 중앙 통제??라도 있는지 어떤 특정한 날에 모든 호텔이 다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날이 있었다. 2022년에도 그랬고, 올해 같은 경우는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파리 대부분의 accor 호텔에 최저 가격대가 형성됐었다. 내가 '이러다가는 파리 시내는 구경도 못하고 여행이 끝날 것 같으니, 늘 숙박하는 파리 위성 도시가 아닌 하루쯤 '진짜' 파리 시내에 있는 호텔에 가야 겠다' 결심한 날은 그 다음날인 월요일이었다.🙄 그 전날엔 저렴했던 모든 호텔의 요금이 ↗️올라간 가운데 그중 가장 저렴한 4성이라, 파리 북역이라는 기피 지역임에도 '거의 선택의 여지없이' 예약한 곳이 이 곳이었는데, 실제로 방문해보니 장점이 꽤 많았다. (2024년 6월의 경우는 마지막주 금요일 or 일요일에 대부분의 accor호텔이 평소보다 저렴하네)
2022년에 고르고 골라 숙박했던 10개 가까운 파리 근교 호텔들도 모두 다시 가도 좋을 만큼 맘에 든 곳들이었지만 사실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기에, 재방문한 호텔은 없었다.
올해 파리를 떠나면서 '이제 3번 왔고 크게 애착이 생길 일도 없으니 다른 유럽 도시에 갔으면 갔지, 이제 내가 다시 파리에 올 일이 있을까? 파리 안녕👋🏻' 하면서 떠났는데... 혹시라도 다시 파리에 오게 된다면 이 곳 역시 다시 선택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호텔. (특히 유로스타 탑승/공항 오고 가기에 정말 편할 듯) 그때는 좀 더 높은 등급 방을 선택해서 외부 전망도 보고 싶다.
* 장점
- 틀에 박힌 디자인을 벗어난 재미있는 실내 디자인
- 미니바에 음료 무료 제공
- 얼리 체크인 잘 해줌
- 파리 북역, 지하철 출구가 그냥 호텔 바로 앞.
* 단점
- 4성급 호텔이지만 방 내부에 전기 주전자, 커피/차 등이 없으며 따로 요청해야 함.
- 구불구불 복도 구조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
- 북역 주위가 안전한 지역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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