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상 호텔. Greet는 내가 Accor에 속한 체인 중에 13번째로 만나게 된 브랜드.
호텔 이름에는 Paris 13이 붙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파리 13구 경계선을 넘어서 '르 크레믈랑 비세트르 Le Kremlin-Bicêtre'라는 작은 위성 도시에 위치한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으로 파리 시의 경계선인 순환 도로가 지나간다. 난 늘 이런 파리 호텔을 가는 듯 😸 파리 입성은 못 하고, 순환도로에서 한 발짝 넘어간 곳.
살짝 애매한 위치이긴 한데, 새 호텔이니 깨끗할 것 같고 예약 당시에 2박 연박 시 15%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던 데다가, 기존에 있던 노보텔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같은 건물 내 greet 호텔도 오픈 준비중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내가 숙박하려는 날짜에 공사 완료를 못 해서 오픈 날짜가 밀리더라도 '같은 건물 노보텔에서라도 재워주겠지'하는 '김칫국' 생각으로 예약했다. 😂
재단장 공사는 성공적이었는지, 내가 예약 할 당시에는 5월 6일에 오픈 예정으로 나왔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더 이른 4월에도 방 예약이 가능한 걸로 바뀌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 Porte d'Italie역으로 도보 9분 정도 걸린다. 트램 T3a노선 Porte d'Italie역도 함께 있다. 7호선과 트램이 나란히 달리는 Porte de Choisy역에서도 호텔까지 도보 9분으로 비슷하며 두 역 사이 중간에 호텔이 위치하는데, Porte de Choisy역은 멀리 갔다가 돌아서 걸어오는 형국이라, 좀 더 번화한 Porte d'Italie역을 주로 이용했다.
Porte d'Italie역에서 내려서 호텔 방향으로 오다 보면 근처 골목에 식당이 많아서 좋고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터키 케밥 식당 추천. 파리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식사라고 생각하게 됐다. 호텔에서 남쪽으로 도보 10분 거리에는 Auchan 마트랑 Okabe라는 중대형 쇼핑몰도 있어서 편리하다.
47, 131, 185번 등 버스를 타고 Roger salengro라는 정류장에서 내리면 호텔까지 5-6분 내에 걸어올 수 있지만, 지하철역에서는 9-10분 정도로 살짝 먼 편이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들도 있지만 호텔 쪽으로 걸어올수록 주위는 ibis budget 호텔이나 학교 건물들이 있어서 밤이 되면 인적 자체가 드물어지는 곳이다. 여기에 머물면서 이틀 연속 야간 경기를 보고 자정을 넘겨 호텔로 돌아왔는데 무사히 도착하긴 했다.
전날 머문 호텔에서 12시에 나와서 1시경 일찍 도착하니, 짐만 맡기고 당연히 체크인은 안 된다고 한다. 나보다 좀 늦게 도착한 가족이 체크인하고 곧바로 방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으나, 회원 등급이 높겠지 뭐...하고 생각함. 나도 2년 전에는 얼리 체크인이 보장되는 등급을 가지고 파리의 어떤 호텔에서 1시경 일찍 방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나 다음에 온 사람은 체크인을 못 하고 짐을 맡기는 것을 보고 '살짝 으쓱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정확히 그 반대 입장이 된 셈.
이 호텔은 4성 노보텔을 리노베이션 하면서 일부 층은 3성 Greet 호텔로 개조한 모양새인데, 최근 리모델링된 몇몇 호텔들을 보면 엄숙하지 않고, 간소한 분위기의 리셉션 데스크를 로비 한가운데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실 이런 류의 리셉션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직원에 따라서 '저기 가서 앉아 있어라, 우리가 태블릿 들고 가서 해준다' 와 '데스크에 서서 체크인' 이 중구난방 갈리는 데다가, 나중에 뭔가 문의를 하러 갈 때도 경계가 희미한 데스크라서 어디에 서서 직원을 불러야 할 지조차 헷갈리는 곳이 많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그냥 벽에 붙어 있는 프론트 데스크를 선호한다.
애매한 분위기의 리셉션 데스크. 노보텔과 공유하고 있다. |
로비는 리노베이션이 되어 산뜻한 분위기이지만, 손님들이 등 뒤로 지나다니고, 본인들이 쓰고 있는 컴퓨터 화면이 누구에게든 다 들여다보이는 저 작업 환경을 직원들도 아마 안 좋아할 것 같은 느낌. 10년 전 새로 지어진 런던 근교 노보텔에서부터 이런 형태를 봤는데, 특징이 체크인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 대신에 바로 뒤편으로 엘리베이터 여러 대가 곧바로 보이는데 난 호텔 1층의 이런 설계는 좋아한다. 엘리베이터를 로비 뒤편으로 안 보이게 해놓아서, 체크인을 마친 후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어리둥절케 만드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이 호텔을 처음 예약해뒀을 때, 노보텔은 계속 영업 중이었지만 Greet 호텔은 아직 영업 개시 전이라서 약간 체계가 없었다. 더블 소파 베드를 가진 룸이 뭔가 방 이름은 더 급이 높아(superior이런 식으로) 보였는데 가격은 똑같아서, 같은 가격이지만 뭔가 혜택을 더 있나🤔 하고 예약해 놨는데 나중에는 소파 베드 크기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방 이름은 pop room으로 통일됐다.
(최근에 다시 보니 smart room이라는 구분이 추가되긴 했는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약간 더 넓은 룸으로 보임)
accor 앱에는 greet 호텔의 방이 모두 20m²로 면적이 같다고 나오지만, 더블 소파 베드가 있는 내 방은 코너룸이었고 여유 공간이 많았다. 층별 전개도를 보면 그 층에서 내 방이 넓은 편도 아니었다. 유럽 호텔들이 좁다고는 해도 공간을 계산하는 법이 다른지, 서울의 20m²라고 알려진 방보다 파리의 20m²방은 항상 더 넓은 느낌. 파리 시내엔 내 가방조차 펼칠 공간이 없는 30-40만원대의 호텔 방도 많은데, 여기는 요가 매트 펴고 요가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파 베드를 펼쳐서 쓸 일은 없었지만 리노베이션 마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매우 깨끗해서 '실제로 앉을 수 있어서' 좋았음. 오래 된 호텔의 소파 베드는 얼룩덜룩 그 위에도 앉기도 꺼려지는 게 현실이라서.
파리 13구에서 경계선을 넘은 곳이긴 하지만 10만원대 파리 호텔에 이 정도 넓이가 가능한가 할 정도로 공간은 여유 있음. 아마도 예전 노보텔의 방을 greet로 바꿨기 때문일 듯 하다. 리모델링 하면서 의외로 화장실은 그대로 두는 호텔도 여럿 봤는데, 여기는 화장실도 싹 고쳐서 쾌적함. 옆 건물과 거리가 가까워서 커튼은 계속 쳐야 했지만, 그래도 창문이 두 방향에 있어서 밝고 좋았다.
하지만...
노보텔의 일부 층을 accor 포인트도 엄청 적게 주는 3성? 2성? Greet로 이름만 바꾸면서 실질적으로 방에 아무 어메니티도 배치하지 않았다. 적어도 4성급에는 비치되는 전기 포트, 냉장고, 커피나 차...이런 것들이 greet 호텔에는 놓여있지 않음. 애초에 내가 파리의 3성 호텔은 방에 아무 것도 놓아두지 않는다는 걸 알고 greet를 예약했으니 문제는 없었는데, 3성 시설에 city tax는 4성급과 같은 1박 1인당 7.48유로를 부과했다(Le Kremlin-Bicêtre市 기준). 2박 했으니 도시세만 추가로 22000원 넘게 냈다.
방에 냉장고도 없고, 물 한 병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왜 4성 tax냐?? 하고 호텔에 따져 볼 생각이었지만 일단 첫날은 테니스 야간 경기를 보고 오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다음날 조식당에 내려 가니 식당 역시 노보텔과 공유를 하는데, 3성 호텔 조식에는 없는 핫푸드가 있었다. 🍜 고작 구운 감자와 베이컨, 볶음국수 정도였지만 뭔가 구색은 갖춘 느낌. 많은 호텔에 대충 놓여있는, 무맛에 가까운 흉내만 낸 동양 음식도 아니고 여기 것은 나름 먹을 만 했다. 프랑스에 사는 친구와 연락 하니 볶음국수가 조식에 나오는 파리 호텔은 드물다며 그 호텔 이름이나 알아놓자고 했을 정도.
그래서 이 식사에 하루 2-3유로를 더 지불하는 것이구만...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프론트 데스크에 도시세 따지는 것은 포기함. 한국 노보텔에 비하면 초라한 조식 뷔페지만, 파리의 웬만한 3성 호텔에 비하면 꽤나 풍부한 뷔페였기에. 하지만 조식당의 직원들은 의욕이 없어 보이고 음식이 떨어져도 금방 채워지진 않았다. 그리고...아시아권에서 유럽으로 여행을 오면 아침 일찍 눈이 떠지기 때문에 나는 꽤 일찍 조식을 먹어서 괜찮긴 했는데, 조식당 크기가 호텔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아 보였다. 아침 일찍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먹었는데, 9시가 가까워 오니 점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9시를 넘기면 줄을 길게 서거나 시장 바닥에서 조식을 먹게 될 것 같았다.
냉장고가 꼭 필요하거나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사람은 greet 호텔은 피하고 노보텔을 예약하는 게 나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도, 전날 숙박한 호텔에서 제공한 맥주 한 병이 남아서 그대로 들고 왔는데, 내 방에는 냉장고가 없으니 맥주가 미지근해질까봐, 호텔에 도착한 뒤 얼마 안 되어 낮술을 해야 했다. ㅎㅎ
정말이지 모든 건 "없어진 다음에야" 그 존재 가치를 알게 된다. 저렴한 호텔에도 이런 어메니티들은 대부분 갖춰져 있는 동양권 호텔을 다닐 때는 오히려 내가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거의 안 했다. 하지만 갑자기 매일 비 내리는 날씨 속에 따듯한 물 끓이기도 힘든 파리 호텔을 다녀 보니 이런 설비를 유심히 보게 된다.
구글맵에서 📷Philippe Bouvet의 같은 건물 내 노보텔 사진을 보면 여기에는 전기 포트나 커피, 차 등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입구 쪽엔 냉장고도 있는 걸로 보임. 하지만 그리트 호텔은 같은 위치에 TV와 옷걸이 밖에 없음
그저 방 수준 낮추고 포인트 적게 주는 브랜드를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greet 브랜드는 정체성을 잘 모르겠는데, 방에 이런 소개 인쇄물은 있긴 했다.
중고품 가구를 둔다는 이야기 같은데
airbnb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컨셉트인지...🤔
조식도 안 먹는 사람은, 4성 tax만 내고 방에선 아무 것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니 그게 이 호텔의 단점이 될 수 있겠다. 그 외에는 방이 파리 호텔 치고 넓은 편이라 좋았고 주위에 맛있는 식당도 많아서 만족한 숙박이었다.
내 방 창밖으로 그저 주택가가 보일 뿐인데도, 요즘 프랑스 영화에서 보던 그런 평범한 집들 같아서 나는 맘에 들었다. 하지만 파리 중심부에서는 떨어져 있어서 시내 중심부 관광이 목적이거나 오스만 양식 파리 건물을 보면 두근두근 행복해지고...그런 여행자에게는 여기 추천하지 않는다. 파리 시내는 작아서 Porte d'Italie역에서 7호선을 타면 Opéra역까지 20분이면 가니까 여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확실히 파리 중심부에서 숙박해야 파리 특유의 느낌이 있음. 🥐
* 장점
- 파리 시내에 비해서 넓은 방
- 2024년에 리모델링을 마쳐서 깨끗한 시설
- 주위에 먹을 만한 식당이 많고, 대형 쇼핑몰이 있다.
* 단점
- 파리 시내 중심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며 지하철 두 역의 정확히 가운데에 있어서, 오히려 두 역에서 모두 멀게 느껴질 수 있다.
- 친절한 직원은 거의 못 봄
- 3성급 시설에 비해 도시세 과다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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