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에 리노베이션 완료한 최신 greet 호텔을 떠나, 이제는 더 새 것인 2024년 5월 신축 개관한 호텔로 이동.😉 숙소 예산을 낮추느라 파리 위성 도시들을 순회하게 된 이번 여행이었지만, Villejuif는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숙박지였다.
저번 파리 여행에서는 3곳 방문했었던 - 내부 디자인이 아기자기한 파리의 이비스 스타일스에 이번에는 안 가면 섭섭하긴 하지만 올해 여행 계획에서는 빠졌었다. 롤랑 가로스 1회전 그리고 표를 구했던 2회전 첫날까지 커버하는 6박 외에는 사전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출발했다. 하지만 파리에서 귀국 항공편을 두고 우물쭈물 결정을 못 내리다가 그나마 '익숙해진' 파리에 더 체류하기로 하면서 결국 가장 좋은 선택지에 속하는 이비스 스타일스를 당일에 선택해 또 가게 됐다.
출발 전 10일간 일기 예보를 체크하고 온 것보다 더 쌀쌀해진 5월 날씨 속에, 며칠째 낮에는 소소한 관광(?)+밤에는 야간 경기 관람... 너무 피곤해져서 이 상태로 어디든 다른 나라로 떠났다가는 그 나라에 가서 누워만 있다가 끝날 것 같아, 이제는 더 이상 테니스를 경기를 안 보는 일정으로 파리에서 일단 쉬어가기로 했다.
빌쥐프는 파리 남부에 있는 위성도시이고, 샤를드골 공항보다는 오를리 공항에서 더 가깝다. 이번에 숙박해보니 호텔 앞쪽 부터 오를리 공항까지 트램이 있어서 짐가방을 끌고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머물렀던 "파리 시 경계선에서 몇 발자국 넘은 호텔"이 아니라 파리에서 Le Kremlin-Bicêtre라는 도시를 하나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시내에서 더 멀어진 동네. 하지만 지하철 7호선의 종점이 있고 가까이에 유명한 한인민박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교통이 나쁘지 않은 지역이다. 파리 시내 접근이 불편했다면 그 민박은 진작에 망했겠지.
오픈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당시 구글 지도에는 악평이 가득한 후기가 달랑 4개 있었다. 자동 번역된 문장을 보면 "체크인에 30분이 걸리는 게 말이 되나요?" " 더 준비하고 오픈하세요" 이런 식. '이거 괜찮으려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당일 예약을 하는데도 95유로 미만이라는 저렴한 가격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리고 여태 가본 여러 나라 이비스 스타일스 7곳 중에 아주 막장은 없었다는 믿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내가 이비스 스타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호텔마다 모두 다른 테마를 정하고 디자인하기 때문인데 2024년 5월에 개관한 이 신생 이비스 스타일스의 주제는 "70-90년대 pop"이었다. 주위의 버스 정류장이나 트램, 지하철 등이 모두 도보 3-4분 이내인 조용한 거리 한 켠에 위치해 있다. 나름 펑키?!한 분위기의 로비이지만 의욕이 없어 보이는 직원이 아직 3시가 아니니 체크인은 안 되고 짐을 맡기고 가라고 한다.
트램 타고 10여 분 거리에 대형 쇼핑몰이 있어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옴. 호텔에 돌아 오니 아까 직원보다 더 의욕이 없어 보이는 직원이 한참이나 얼굴을 찡그려 가며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체크인을 해주었다. '아, 이래서 체크인에 30분 걸렸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인을 해준 아저씨의 분위기는, 영화에 나오는... "원치 않는 호텔을 갑자기 상속받아 얼렁뚱땅 영업에 나서는" 그런 배우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새로 오픈해서 로비 분위기는 말그대로 '힙'한데 직원들은 모두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있음. 실제로 나의 체크인에도 10분이 소요됐지만, 다른 손님도 없고 나도 바쁜 일이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1층 방으로 (한국식으론 2층) 올라왔다.
사진이 누워 버리는 걸 바로 잡기 귀찮아서 콜라주로 다 합쳐 버림. "80년대 팝" 분위기가 복도며 엘리베이터까지 모두 스며 있는 이곳은 꽤 내 맘에 들었다. 아무리 이비스 "스타일스"라고 해도 파리 시내엔 벽에 뜻모를 그림 몇 개 그려넣고 끝인 곳도 있는데, 생각도 못한 이 동네에 이렇게 테마에 충실하게 분위기 유지하느라 신경 많이 쓴 듯한 디자인의 이비스가 있다니... 하고 좀 놀라웠다.
난 고층을 선호하는 편인데 내 방은 1층 방인 데다가 창문이 건너편 건물을 향해 있었지만, 방 교체를 요구하며 내려갔다가는 의욕없는 아저씨가 20분간 키보드를 두드릴 것 같아서 참았다. 😄
정말 파리에 있는 가장 "최신"의 이비스 스타일스로, 다른 3성급 이비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클리넥스, 그리고 복도에 정수기... 방마다 생수병을 제공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각자 물병에 가져다 먹으라는 배려. 그래서 여기는 진짜 가격 대비 최상의 파리 이비스 스타일스였다. 다른 이비스에선 물은 사먹고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갖다 써야 함. 티비도 미러링이 정말 쉬워서 내가 여태까지 찍은 사진을 큰 화면으로 다시 보는 시간도 가짐. ☺️ 집으로 돌아온 뒤에 우리집 TV로도 여행 사진을 쭈욱 봤는데 우리집 TV 화질보다 이 호텔 필립스 TV 화질이 더 좋았다. ㅋㅋㅋ
7호선 종착역인 Villejuif Louis Aragon역까지는 도보로 3-4분 걸리는데 종착역이면서 출발역이므로 파리쪽으로 이동할 때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리 시내 중심인 오페라역까지는 26분 걸림. 파리에서 한 단계 물러난 위성도시라도 교통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여기 주위에 몇몇 한인 민박이 위치하고 있는 듯 하다. 나도 7호선을 이용해 편하게 시내 중심부로 이동해서 갤러리 라파예뜨에서 소소한 쇼핑도 하고, 내내 비가 내리다가 하늘이 맑아진 - 예쁜 파리 시내를 구경하고 돌아왔다. 이때만 해도 밤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발권을 해서 서울이든, 상하이든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갛게 갠 파리 풍경과 작별인사도 함.👋
그러나 주의할 점!! 7호선을 타고 파리 남쪽으로 올 때는 Maison Blanche라는 역에서 노선이 두 방향으로 갈라짐. Mairie d'Ivry와 Villejuif Louis Aragon으로. 처음부터 인지하고 탔어야 하는데, 사전에 공부를 안 하고 여행지를 정하는 성격 탓에 그냥 탐. 메종 블렁슈 역에서 뭐라고 뭐라고 방송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왠지 이런 내용일 것 같았는데도 그냥 타고 감. 어어어,,하고 타고 가다가 몇 정거장 뒤 Porte d'Ivry에서 내렸다. 이 방향으로 계속 7호선을 타면 내 호텔이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다. 다행히 2년 전 파리 도착 첫날 머물렀던 호텔이 있던 역이어서 역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콜라가 간절히 먹고 싶었는데, 오늘 머무를 호텔에서는 바로 옆에 수퍼마켓이 안 보여서 어디서 콜라를 사야 하나, 밤 9시가 가까워 오는데 수퍼마켓은 문 닫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다시 트램으로 갈아 타고 이동한 역 근처에 마켓이 있어서 콜라를 샀다. 바로 당일 체크아웃했던 - 이틀 간 머물렀던 호텔이 있는 Porte d'Italie역 근처로 와서 익숙하게 길을 건너 오늘의 호텔로 가는 버스를 기다림.
그러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무지개 목격.
지하철을 잘못 탔기에 여기에 내려서 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던 거라 굳게 믿으며... 🌈 하루를 좋게 마무리했다.
이비스 스타일스의 장점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신생 호텔 구글 후기에는 조식 역시 악평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3성 돌아다녀 본 입장에서 메뉴 구성 나쁘지 않았고 파리의 다른 이비스 스타일스에는 없었던 메뉴도 있었던 듯. (자세한 건 시간이 좀 지나 기억이 안 남) 하지만 커피 기계가 자꾸 고장이 난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음.☕️🍞 그래도 두 대 있으니 하나 고장 나면 다른 쪽으로 가면 됨. 내가 이 호텔에 머무른 지 2주 넘게 지난 시점, 악평 일색에 4개 정도였던 후기는 금세 40여 개로 늘어났는데 이제는 호평도 좀 있다.
단점은... 아침부터 알 수 없는 소음이 쿵 쿵🏗 들려왔는데, 조식 먹으러 내려간 김에 "무슨 소음이냐, 아직 공사가 덜 끝났냐?" 라고 물었지만 건너편 건물 공사 (건너편 건물은 입주 전 상태) 소음일 거라는 소극적 대답이.😕 하지만 소리는 위쪽에서 나는 것 같았다. 나도 이틀 이상 묵는 일정이었으면 방을 바꿔달라고 했을 텐데 체크아웃을 2-3시간 남겨 둔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요구할 게 없었다. 😵💫 이것은 방 배정 운에 따라 갈리는 것일 듯.
파리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교통이 편한 조용한 동네이고 시설이 파리 최신의 이비스 스타일스이기 때문에 저예산 여행에 추천함. 특히 오를리 공항에서 오는 경우에 좋다. 직원들도 의욕이 좀 없어 보일 뿐?!?! 착한 분들인 듯. 🤗 오픈 초기의 미숙함이 있지만 무엇 하나 급할 게 없는 느릿느릿 유럽 분위기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
* 장점
- 한 가지 테마를 일관성있게 제대로 디자인한 이비스 스타일스, 나름의 재미있는 분위기
- 각층마다 정수기가 놓여 있으며, 파리 이비스 급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클리넥스 제공
-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으나 교통이 좋은 편이고, 오를리 공항에서 가깝다.
* 단점
- 체크인이 오래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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