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있는 호텔, Voco ChongQing 朝天门 보코 충칭 차오톈먼



서울 - 파리에 이어 세번째 방문하는 Voco.

내가 이미 가본 voco 두 곳도 그랬듯이 Voco는 원래 새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문을 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22년 11월에 문을 연 이 호텔 역시 자체 새 건물이 아니라 2019년에 지어진 光大控股/朝天门中心이라는 고층 건물의 일부에 입주해 있다. 

충칭 시내 랜드마크로 유명한 래플즈 시티 바로 옆에 있는 52층 건물이며 사무실과 함께 수많은 레지던스가 입주해있는 듯. 그래서 충칭 시내 숙소를 예약하려 할 때 뷰가 좋은 '고공'호텔이라며 홍보하는 여러 숙소들을 자세히 보면 결국 新华路 신화루no.1이라는 이 건물 주소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IHG 공식 앱에 이런 사진으로 홍보해서 굉장히 고층 호텔일 것 같아 보였는데, 14-18층까지에만 voco guest room이 있다.

高德지도 앱을 내가 대충 흘려 봐서 입구를 바로 앞에 두고 10분 가까이 돌아다녔다. 내가 헤맸다고 하자, 직원은 '그럴 리가...'라고 생각하는 듯 했는데...(실제로 지하철 출구에서 매우 가까움😳) '그래 당신은 매일 출근 하니까 입구가 거기 있는 게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누구 탓도 아니고 아래 지도에서 되돌아 가는 도보 안내 방향 때문에 동서남북을 착각한 건 바로 나🫵🤦‍♀️이긴 하다.




1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 보면 왼쪽으로 충칭에선 모를 수가 없는 '래플스 시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나와서 래플스 시티 방향으로 왼쪽으로 틀어 voco 입구를 찾아야 한다. 나는 방향을 잘못 생각해서 오른쪽으로 트는 바람에 어떤 입구도 보이지 않아서 엄청난 고생을 ㅎㅎ. 그리고 저 호텔 전경 사진을 보고 온 게 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저 사진 방향처럼 래플스시티를 등지고 호텔 정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었나보다.

게다가 건물 하나를 수많은 레지던스나 사무실이 나눠쓰기 때문에 1층에 크게 VOCO 간판을 달 수 없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비밀 영업도 아니고 표지판을 입체적으로 세워 놔야지. 체크인 하면서 왜 표지판이 없냐고 했더니 2층에 있다는데.... 쩝. 내 눈에 안 보이면 다른 외국인 관광객도 못 찾는다고 봐야. 길가에 누워 있는?! VOCO 글자를 보지 못해 건물 앞에 있던 중국인들조차 나를 도와주지 못하고 안타까워 했었다. 입구를 눈앞에 두고 뱅뱅 돌아다님.ㅋㅋ

나중에야 발견한,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있어서 1번 출구쪽에서 걸어 오면 잘 안 보이는 보코 표시↓. 이 사진은 2번 출구 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차라리 2번 출구로 나왔으면 길 건너편에서 이걸 봤을 테니 '여기가 맞나?'🙄하며 헤맬 일 없이 저 문으로 곧바로 들어갔겠지 싶기도 했다. ㅎㅎ



여기선 🚘차도가 있는 지상이나, 건물 2층에 해당. 그래서 간판이 2층에 있다고 했던 거군.



보코의 테마 색상인 🟡노란색으로 간판을 세웠으면 더 잘 보였을 텐데... 아무튼 저기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시간대에 따라 13층 보코 프론트 데스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주는 분도 계시고, 고층 건물이지만 보코가 전용 엘리베이터 2-3대 정도를 쓰고 있으므로 오래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단 13층 로비에 도착하면 래플스 시티 방향으로 전망이 탁 트여 시원해 보이고, 직원들과는 중국에 온 이래 처음으로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한다. 마음이 좀 편해짐. 게다가 나는 스탠더드 룸을 예약했는데 이미 1 bedroom suite River View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반전이...

중국에선 유난히 IHG 계열이 이용하기 편해서 홍콩까지 포함하면 중국 IHG 계열을 7번 방문한 끝에 5단계 정도를 뛰어 넘는 업그레이드를 받음. 호텔 문을 앞에 두고 바보같이 돌아다닌 건 잊혀짐.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침실/거실 구분이 모호한 형태의 스위트가 아닌, 문을 닫아서 공간을 확실히 구분지을 수 있는 침실과 거실이 있는 60m² 규모의 룸이다. 입구와 내부에 화장실이 2개 있고, 소파도 침실과 거실 두 군데에 나눠져 있으며 옷장이나 거치대 공간도 충분하다. 처음에는 방 여기저기 수납 공간에 크고 작은 내 가방들을 흘려 놨었는데 나중엔 잊어버리고 갈까봐 한 곳으로 모았다. 🤗

원래 voco의 색깔은 노란색이지만, 보코 충칭 내부에서 통일성 있게 유지된 주황색의 포인트 컬러는 예뻤고, 스위트룸에는 친구와 한 잔 하기 좋은 Bar 형태의 공간, 겨울에 유용할 것 같은 장작불 효과를 주는 장치까지 있었다. 이걸 뭐라고 부름? ㅋㅋ



그냥 한 번 켜봤어...



내 맘을 읽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던 voco. 
오래 전 충칭에 대해 알아볼 때부터 좋은 위치 그리고 시설에 비해 무난한 (물론 서울 같은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로 유난히 끌리던 곳이었고, 마침내 내가 찾아오게 되자 그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장 좋은 방으로 선물 받은 느낌. 🎁 게다가 이번 여행 첫날 이후 유일하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날이 마침 이 날이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래플스 시티 근처 강변에 있다 뿐이지 voco는 생각보다 층수가 낮은 곳에 위치해, 주위 건물에 가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건 아닐까 했었는데...창문이 두 방향으로 있는 스위트에 머물게 되니 그 궁금증마저 자연히 풀렸다. (중국에서는 두 방향으로 이어진 창이 있는 방은 270° 전망 🪟이라고 홍보한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일 거 다 보이고 나름 야경도 예쁨. 이것도 반전이었다. 🌃




침실 쪽 창문 아래 낮은 층에 무대가 하나 있었고 쿵짝쿵짝 일요일 저녁 행사가 있어서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야경은 볼 만했다. 처음엔 이 행사 때문에 너무 시끄러운 탓에 이 방향으로 창문이 있는 스위트를 나에게 쉽게 준 건가 의심했을 정도. 🤫 하지만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조용해졌다. 냉장고에 종류가 굉장히 많은 음료가 모두 무료라서 맥주 한 캔도 꺼내서 마셨다. 보코 서울도 미니바 음료가 무료인데 이곳이 종류가 더 다양했다. 우유까지 구비한 호텔은 처음 본 듯 한데, 유제품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그냥 뒀다.






욕실 토일레트리 제품도 오랜만에 찍어 봄. 서울과 파리 voco에 공통적으로 있었던 Antipodes보다 훨씬 향기가 산뜻했던 영국 브랜드 elemis 제품.





웰컴 드링크 쿠폰도 후한 편인데, 맥주 정도가 최대치인 곳도 있는데 여기는 와인까지 가능했다. 한 잔 홀짝 마시고 힘을 내어 충칭 최대 명소 중 하나인 홍야동 보러 갔다옴. 호텔 건너편 大剧院역까지는 한 정거장 지하철을 타고 간 다음에 홍야동이 보이는 곳까지 도보로 강을 건너오는 방법을 택했다. 

홍야동 바로 아래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휩쓸려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지하철로 강을 건너가서 다리 위에서만 구경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호텔에서 홍야동까지 그냥 걸어가도 도보 20분이 안 되는 거리 - 충분히 걸어갔다가 걸어올 만 하다. 이것도 보코 충칭의 장점이다. 충칭 최대 명소들인 홍야동과 래플스 시티가 모두 근처에 있어서 산책처럼 다녀올 수 있다는 것.






다음날 아침에 래플스 시티를 지나 자링강과 창강(长江 보통 양쯔강이라고 하는)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충칭이 안개의 도시라고도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는 게 잘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두 강의 물 색깔이 확연히 다른 시기가 있다고 한다) 잠깐의 아침 산책이라 생각하고 나갔는데 꽤 많이 걸었다. 중국은 어딜 가도 부지가 넓어서 자의반 타의반 하루 최소 15000보 이상 걷게 되는데, 방에 욕조가 있으니 피로를 풀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원래 예약했던 스탠더드 룸에는 샤워 부스 밖에 없는데...


조식은 먹지 않아서 식음료 평가를 제대로 할 순 없지만, 웰컴 드링크를 마신 13층 bar는 밤에 분위기가 좋았고 영어를 구사하던 직원도 매우 친절했다. 내가 홍야동을 멀리서 보기 위해 강을 건너가는 법을 물어봤는데, 솔직히 직원이 알 리가 있나... 여기가 자기 사는 도시인데 그 직원이 거길 찾아다닐 리가 없지. 나도 남산 타워엔 안 올라가보는 것처럼. 
그래서 아무 불만 없었는데, 잠시 뒤 그 직원이 정보를 알아내어 다시 나에게 알려주러 왔다. 태도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ihg 계열인 인디고 션전도 그랬는데, 술 한 잔 하는 고객에게 과자 하나 안 따라나오는 건 좀 야박하단 말이지.



Voco Paris montparnasse



딱히 서비스 정신 같은 거 찾기 힘들고, 물가도 비싼 Voco Paris에서도 nuts 정도는 줬었는데... 중국 호텔에 가면 이런 게 좀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엄청난 단계를 뛰어 넘은 업그레이드와 부족함이 없는 시설, 직원들의 친절, 관광하기 편리한 위치 등으로 보코 충칭은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두 번 행운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시설이 크게 낡기 전에 다시 와서 높은 층에 머물 수 있다면 어느 방이라도 디자인 예쁘고 괜찮을 것 같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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