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생각보다 롤랑가로스 결승 중계를 엄청 집중해서 5시간 넘게 봄. 둘중 누구든 우승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마음은 편했다.
평소에 "둘다 괜찮은데?' 하고 생각하며 경기를 봐도 실제 경기가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나라끼리 국가대항전을 볼 때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응원하는 국가가 생긴다.
65:35 정도로 마음이 기울어진 선수가 마지막에 선 안으로 들어가는 위너를 때려내며 우승했기에 그 순간 내 방에서 새벽 4시에 혼자 소리죽인 "으악"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오며 환호했다.
보통 매치 포인트 / 챔피언십 포인트는 상대방의 공이 멀리 벗어나는 에러로 결정나는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위너가 들어가는 순간 으헉! 하고 감탄사가 나왔던 것인데... 그게 중계 화면을 보고 있었기에 더 잘 보였다는 거.
예전에 현장 관람했던 것 너무 좋았고 행복했지만
솔직히 경기장이 꽤 크고 모든 좌석의 시야가 다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TV 중계 화면보다 현장에서 더 못 보는 장면도 많다. (반대로 TV에서는 못 보는데 현장에서만 보이는 게 있는 것이 현장 직관의 매력이다.)
여태 내가 본 경기 중에 가장 중요하고, 표를 구한 게 행운이었던 경기.
경기장 꼭대기 좌석이었는데 경기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으나 각도가 좋지 않았다. 같은 꼭대기라도 이 경기보다 며칠 전에 본 자리의 각도가 훨씬 좋았다.
이 날도 올해 롤랑가로스 결승과 비슷하게 위너로 경기가 끝났는데, 사실 나는 그 순간 공이 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건지 아닌 건지 못 봤다는...😑 사람들이 환호해서 우승인 걸 알았다.
물론 이 순간 이 분위기를 경기장에서 즐긴 건 정말 손에 꼽을 추억이지만, "경기 집중" 측면에서 본다면...차라리 TV 중계가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 각도를 더 잘 보여줬을 것이다.
저것보다 더 위치가 안 좋았던 작년에는, 좌석의 위치에 따라 아무리 좋아하는 선수 경기를 봐도 집중이 살짝 흐트러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일반 예매하면 자리를 고를 수 없고 그냥 무작위로 지정되어 나오는 데다가, 나중에 취소표도 찔끔찔끔 나와서 사실상 원하는 방향 자리에 앉기 어렵다. 대기 순번을 갑자기 뚫고 들어가 결승전 표를 살 수 있었던 건 너무 좋았지만 좌석 위치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
물론 수백 수천 유로를 쓰거나 좋은 자리에 초청받을 만큼 성공하면(?) 이런 거 해결할 수 있다. 😜
그리고...
현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도 더 황당했던 경우.
한국에서 트위터에 Eurosport등이 게시한 영상 보려고 하면 "해당 지역에서 시청 불가한 영상입니다"가 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작년에...
아니 내가 지금 프랑스에 있고, 유럽 SIM 넣어서 현지 통신망 쓰고 있는데, 파리에서도 파리에서 열리는 대회 영상을 못 보면 대체 어딜 가야 볼 수 있는 영상인가요? 🤦♀️
황당.
올해도 파리에 있던 외국인이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 걸 트위터에 올린 것을 보고 작년 이 일이 생각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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