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톈진 생활을 접고 귀국할 때, 귀국 전날 그동안 내가 가르쳤었던 중학생 친구들이 감사의 표시로 밥 사준다며 만나자고 했었다. 그날 중국 영화관에서 영화도 처음 봤다. Cold mountain. 나름 그때 내가 영어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제자들이 미국 영화를 골랐겠지만, 솔직히 대사 못 알아들음. 🙂↕️ 나중에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나서야 내용을 알게 됐는데, 몇몇 문구가 기억에 남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의 하나이긴 하다.
내가 살던 '베이징 올림픽'이전의 중국은,
지금의 중국과 달라서 너무 심심하고 할 게 없고 재미없었다. 그래서 결국 귀국을 결심했었는데, 막판에 쇼핑 거리 끄트머리에 새로운 쇼핑몰이 생기면서, 거기서 기분 전환하고 옷 한 벌 사는 게...그나마 위안이었다.
제자들이 데려간 새로운 쇼핑몰과 영화관도 거기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먹기 힘든 😂 철판구이를 사줬었다. 물가가 지금보다 더 저렴했으니 얻어먹어도 덜 미안한...
2019년에, 정말 너무너무 많이 변한 톈진에 오랜 만에 가게 됐을 때... 그때 제자들과의 마지막날 만남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서 그 쇼핑몰 자리를 찾아가봤다.
어...스타벅스 있는 거 보니 여기 같기도 한데...
여기 그때 반짝반짝 새 쇼핑몰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인적이 끊긴 곳이네?!?! 건물은 다 낡았고?
(동그라미 친 끝쪽 건물)
여기 맞아?
혹시나 하면서 사진은 찍어뒀고, 저 끝까지 걸어가 봤는데 거기에 영화관은 있었다. 하지만 쇼핑몰 자체가 하도 쇠락해서... "영화관 정상 영업합니다" 이런 표지판을 달고 있었다.
긴가민가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 내가 오래 전에 갔던 그 "새로운" 쇼핑몰 반대쪽에 지하철역이 뚫리면서 역 쪽으로 인파가 몰려 이 지역 상권은 망했고 그래서 재개발 예정 중이라는 것이었다.
(인구 천만의 도시인데도 내가 살았을 땐 지하철 안 다녔었다. 오래 전에 1호선을 건설했다고는 하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운행하지 않음)
너무 놀람.
내가 벌써 그렇게 늙었나?
반짝이던 새 쇼핑몰 기억하며 찾아갔더니 헐리기 직전 모습만 겨우 목격하고 왔을 정도로??
2025년, 6년 만에 다시 갔더니
그 지역에도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개통했고
내가 알던 건물은 다 헐리고
in city印象城이라는, 중국 여기저기에 많은 브랜드 쇼핑몰이 새로 들어서 있었다.
내가 8개월간 살았었던 아파트도, 내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아파트 건물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긴 하던데..
지금의 톈진은 사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톈진이 아니고 많은 추억들이 사라졌다.
그래도 돌아오면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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