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런던에 도착한 나는
경기가 없는 middle sunday(윔블던의 전통)를 런던 시내 적응 기간으로 보내고
경기가 없는 middle sunday(윔블던의 전통)를 런던 시내 적응 기간으로 보내고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윔블던에 발을 디뎠다. 물론 테니스 코트 입장권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소문 들은 것대로 줄을 오래오래 서서 그라운드 패스를 사면 된다고 생각했다.
Earl's court역에서 초록색 District line을 타고 십여 분 만에 "Southfields"역에 오전 10시경 도착. 튜브에서 내리는 순간, 이미 윔블던에 한발짝 다가서는 느낌이다. 바닥 일부에 인조 잔디를 깔아놓았고, 의자들도 윔블던 고유의 색깔인 Green/Purple로 단장되어 있다.
Earl's court역에서 초록색 District line을 타고 십여 분 만에 "Southfields"역에 오전 10시경 도착. 튜브에서 내리는 순간, 이미 윔블던에 한발짝 다가서는 느낌이다. 바닥 일부에 인조 잔디를 깔아놓았고, 의자들도 윔블던 고유의 색깔인 Green/Purple로 단장되어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그냥 사람들 무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토익시험장이 나오듯이,
이 역에서도 거의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표가 없어서 'queue'를 서야 하는 사람들은 왼쪽, 이미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계속 가라는 지시가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입구까지는 사우스필즈역에서 도보로 십여 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 역에서도 거의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표가 없어서 'queue'를 서야 하는 사람들은 왼쪽, 이미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계속 가라는 지시가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입구까지는 사우스필즈역에서 도보로 십여 분 이상이 소요된다.
나중에는 이 긴 길을 걷기가 싫어져서 39번 버스를 이용했다.
Clapham Junction역 버스 정류장에서 "Putney Bridge"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V)에서 내리기도 했고
Clapham Junction역 버스 정류장에서 "Putney Bridge"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V)에서 내리기도 했고
Putney 기차역 정류장에서 "Clapham Juction"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 바로 반대편(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B)에서 내린 적도 있다. (이미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woodspring rd. 까지 안 가고 church rd 정류장에서 내리면 됨)
걷기가 싫어서 버스 요금 2500원을 더 썼다고나 할까. 나중에 진정 윔블던을 위해 런던에 온다면 39, 493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숙소를 정한다면 체력과 돈을 아낄 수 있을 듯!
이제 줄이 보인다. 줄이 보여.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구비구비 겹쳐진 줄은, 넓은 잔디밭 수천 노숙인의 무리들 속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큰 숫자가 써진 판대기 하나를 앞세우고 수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queue가 여러 개 나열되어 있었다. 다들 말 잘 듣는 유치원생들처럼 자기 번호를 따라 줄줄이 이동하다가, 이동이 없으면 퍼질러 앉아 나름의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었다.
큰 숫자가 써진 판대기 하나를 앞세우고 수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queue가 여러 개 나열되어 있었다. 다들 말 잘 듣는 유치원생들처럼 자기 번호를 따라 줄줄이 이동하다가, 이동이 없으면 퍼질러 앉아 나름의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었다.
처음에 줄을 설 때 위에 보이는 queue card를 받게 되는데, 이 카드 없이는 패스를 살 수가 없고, 일련 번호가 적혀 있어서 줄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저 멀리에는 이미 다음날의 센터코트 표를 위한 텐트촌이 보였다. 음...나에게는 저만큼의 열정은 없어 :)
런던의 악명높은 변덕스런 날씨를 예상하고 옷을 여러 겹 입고 갔는데, 오전 10시부터 내리쬐는 햇볕에 한 겹씩 한 겹씩 벗었다. 외국에 나가 보면 미국인/ 동양인들만 즐겨쓴다는(^^) 야구 모자를 꺼내 쓰고 햇볕을 피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줄이 움직이면서 자리가 이동되면 옷을 다시 겹쳐 입기도 하고, 뒷자리 영국 커플과 이야기하거나 단편 소설 한 권을 읽기도 하면서 윔블던 파크 잔디밭에서 2시간 반의 시간을 보냈다.
무작정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2시간 반이 지나, 그래도 줄이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윔블던 입구쪽으로 다가가기 시작. 이 곳엔 곳곳에서 홍보 행사를 하거나 판촉물을 나누어 주고, 길 군데군데 스피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실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덜 지루했다. 하지만 역시 이동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준비해온 돗자리 등을 다시 깔고 앉았다. 하지만 누구도 짜증내거나 힘들어하지 않았고, 기대감만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이 줄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큰짐을 맡기는 곳이 따로 있고, 공항 검색대만큼 엄격한 소지품 심사대가 있다. 선글래스도 쓰고 통과하면 안 되고 시계도 벗어 내놓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짐 가방은 열어서 하나하나 다 훑어본다. 3시간 이상의 땡볕 기다림이 무색하게 이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는 호주 여자애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육교를 건너 (queue를 대기 시키는 윔블던 파크는 윔블던 테니스장의 차도 건너편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표를 사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한다.) 마침내 그라운드 패스를 사는 곳에 도달. 윔블던에 다가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나와 같이 우산을 쓴 이 호주 여자애는 우산을 쓰지 못한 동행 남자애를 놀리는 노래를 불러대며 이 길을 신나게 걸어갔다.
그라운드 패스는 무조건 현금만 내고 살 수 있고, 경기 날짜나 입장 시간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굳이 센터코트나 코트 1,2에 입장하지 않고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경기가 많은 대회 초반에는 패스가 비싼 편이고, 선수들이 탈락하면서 경기가 줄어드는 대회 후반이 될수록 가격은 싸지고, 오후 5시 이후 입장도 가격이 다르다. 내가 산 날처럼 최고 20파운드부터 결승전 당일 오전 최저 8파운드까지 가격이 변한다.
* 2015/16년 참고: Day 1-7의 종일 그라운드 패스는 20파운드에서 25파운드로 인상.
2017년에도 25파운드이지만, Brexit 결정 이후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한화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2017년에도 25파운드이지만, Brexit 결정 이후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한화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사우스필즈역에 도착한지 3시간 40분 만에 마침내 마주한 센터 코트의 모습. 표를 사서 들어가자마자 보인다.
계속 보면 무감각해지지만, 역시 처음 볼 때는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다.
날씨에 대한 준비없이 와서 하염없이 건물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우산과 우의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입장권 없이 그라운드 패스만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코트 중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인 코트18 앞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코트 18은 자리 예약이 없는 곳으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고 이 사람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줄 서 있던 다음 사람이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혹시 18번 코트에 입장하고픈 분들은 North 쪽에 자리가 더 많으니, 그쪽에서 줄을 서보기를 권한다. 다들 알겠지만, 테니스 코트 사각형의 긴 옆면은 선수를 가까이서 보기에는 매우 좋지만, 경기의 전체적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18번 코트의 입장을 위해 한참 줄을 서는 동안, 아마도 영국인인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너무 태연하게 말을 거셨다. 내가 영어 못 하면 어쩌려고?? 사실 줄 서는 동안, 이런 분들의 친화력이 아니었으면 나도 버티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말을 먼저 걸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10시에 도착해서 4시간 이상을 줄만 섰기에, '내일은 좀 더 일찍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분은 슬픈 소식을 알려주셨다. 이 아주머니는 아침 7시에 도착해서 5시간 줄을 선 끝에 입장했다는 거였다. '흠, 일찍 와도 소용없군!'
비가 그치고 경기장이 정리되는 것을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해, 처음 queue card받고 오전에 줄을 서기 시작한지 5시간여 만에야 '테니스 경기'를 보게 되었다. Marin Cilic (CRO) 와 Jeremy Chardy (FRA)의 경기. 파란 잔디 위에 너무 가까이서 보이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니 기다린 시간은 잊혀지는 것 같았다.
칠리치 쪽에는 고란 이바니세비치의 모습도 보이고, 샤르디 쪽에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프랑스인 코치 무라토글루의 모습도 보였다.
선수가 가까이 보여서 좋았지만, 좀 더 좋은 관람을 위해서는 북쪽 스탠드에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의 전체적인 진행이 잘 안 보였다. 동영상을 찍으려 해도, 선수가 서브 넣는 모습 외에는 더 좋은 영상을 얻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의 첫 윔블던 경기가 된 칠리치:샤르디 경기 관람을 마치고 여자 복식 경기(Stosur의 근육질 몸매!)를 조금 보다가 한국 주니어 선수들을 찾아나섰다.
선수가 가까이 보여서 좋았지만, 좀 더 좋은 관람을 위해서는 북쪽 스탠드에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의 전체적인 진행이 잘 안 보였다. 동영상을 찍으려 해도, 선수가 서브 넣는 모습 외에는 더 좋은 영상을 얻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의 첫 윔블던 경기가 된 칠리치:샤르디 경기 관람을 마치고 여자 복식 경기(Stosur의 근육질 몸매!)를 조금 보다가 한국 주니어 선수들을 찾아나섰다.
주니어 선수들 경기가 열리는 작은 코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기 전에
일명 헨만 힐, 머리 마운드라고 부르는 Aorangi Terrace에 가보니, 앤디 머리: 케빈 앤더슨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완전 들썩들썩.
앤디 머리 경기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더더욱 줄이 길었던가... 앞으로는 앤디 머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줄을 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일명 헨만 힐, 머리 마운드라고 부르는 Aorangi Terrace에 가보니, 앤디 머리: 케빈 앤더슨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완전 들썩들썩.
앤디 머리 경기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더더욱 줄이 길었던가... 앞으로는 앤디 머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줄을 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테니스 기자도 아니지만, 테니스에 관심 많은 모 기자가 '구건이도 잘 하지. 이형택이랑 미국영감 지도받았던' 이라고 소개해주신 97년생 강구건 선수.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경기를 지켜보려 하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경기가 중단되었다.
어휴.
정말 체력적으로 이젠 못 버틸 것 같았다.
하루에 한 번 비를 만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왔는데, 두번째 비가 오니 추워지고, 윔블던이고 뭐고 지겨워졌다.
정말 체력적으로 이젠 못 버틸 것 같았다.
하루에 한 번 비를 만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왔는데, 두번째 비가 오니 추워지고, 윔블던이고 뭐고 지겨워졌다.
테니스 코트를 떠나 기념품 가게로 일단 이동.
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북적, 사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가득.
윔블던의 마법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초록과 보라, 파랑과 분홍으로 일정한 색감으로 유지되는 모든 물건들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일관된 이미지 관리와 백여 년간 존중되어온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북적, 사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가득.
윔블던의 마법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초록과 보라, 파랑과 분홍으로 일정한 색감으로 유지되는 모든 물건들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일관된 이미지 관리와 백여 년간 존중되어온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방문한 분 후기 보니까 3파운드였던 귀여운 키 링은 2014년 단번에 33%나 올라서 4파운드, 2016년에는 5파운드@.@ 그나마 쌀 때 여러 개 사놓을 걸... ) |
작은 수건 등을 사고 가게를 헤매고 다닌 뒤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윔블던 테니스 코트를 그만 떠나기로 했다. 5시간의 기다림에, 2시간의 관람은 약간 허무하긴 했지만, 아직은 대회 중반이었고 나로서도 체력 비축(?)이 필요했다.
오후 5시 45분.
나가는 길에 보니, 우비를 입고도 여전히 긴 기다림을 하는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대체 이 윔블던의 마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한 번 겪고 나니 저기쯤 서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지도 보였지만, 절대로 '안됐다 쯧쯧'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부터 입장권을 소지해서 줄도 안 서고 저 구간을 슉슉 통과해도 으쓱한 일이었겠지만, 오랜 기간의 기다림도 충분히 해 볼만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기 전에 미리 나한테 말 좀 해보지~ 어떻게든 패스 구해봤을 텐데" 이러는 대학원 동기 스포츠기자도 있었지만, 늘 단번에 입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런 사람들은 모를, 윔블던만의 매력을 느끼는 기회였다.
다음날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2-2014.html
세번째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3-2014.html
부가정보
세번째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3-2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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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시2014.07.1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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