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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정말 원망스러운 경기 🤬


2018.07.14 04:27 

이건 예상 못했다




앤더슨-이즈너 경기는 당연히 길어질 줄 알았지만....

총 6시간 반, 5세트만 3시간......🤕







낮부터 하루 종일 기다린 나달 경기를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시청하게 될 줄은 몰랐다.


런던 시간으로는 오후 8시부터 시작 된 야간 경기를 위해 지붕 닫고 조명 켠 윔블던 센터코트...
독특한 분위기.





봤지만 몰랐어요.




5년 전 윔블던 관람시에 찍은 사진을 보다가....
현재 여자 테니스 단식 랭킹 1위인 애쉴리 바티의 경기를 내가 본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ㅋㅋ🎾
(그땐 당연히) 보고도 몰랐네.
전광판 사진을 찍어 놓은 덕에 이제 알았다. 이 사진 아니었으면 누구 경기를 봤는지도 몰랐을 뻔.





모자 쓴 선수가 애쉬 바티.
대부분의 여자 선수가 sun visor cap 형태를 쓰는 것에 비해서 바티는 유독 저런 모자를 쓴다.

그때는 단식 경기가 아니고 복식 8강전 경기.
그리고 그때 뛰고 있던 4명의 선수 중에 나는 사라 에라니 밖에 몰랐기 때문에 그녀만 보였다.ㅎㅎ 실제로 에라니가 속한 팀이 그해의 여자 복식 우승팀이기도 했고. 
내가 5년 전에 저렇게 경기를 보고 '저 선수 심상찮네'하고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면....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겠지 ㅋㅋ.


지금 또 놀란 것은 2014년 당시 애쉬 바티는 18살. 많이 어렸다.
이렇게 윔블던에서도 경기를 하던 애쉬 바티는, 이후 테니스에서 크리켓으로 잠시 진로를 틀었다가 2016년 다시 돌아와 2019년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시절도 있었지.


2013.07.07 22:22 

2013년 07월 07일, 윔블던을 감상하는 자세







아직도 페더러-나달 시대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경기가 어떻게 끝나든, 조코비치-머리가 세계 랭킹 1,2위이며
작년 9월부터 벌써 세 번째로 이 두 명이 그랜드 슬램 결승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흐름이 어느새 넘어갔다는 것을 느낀다.






---
낮에 케이블티비에서 해주는 " Limitless"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그 영화 주연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윔블던 관중석에 앉아있다. 직관 부럽네......

그나저나, 브래들리 쿠퍼는 두어 편의 영화를 같이 찍은 90년생 제니퍼 로렌스와 스캔들이 났을 때 '그녀는 거의 딸뻘에 가까운 나이다. 우리 안 사귐!'이라며 소문을 부인했는데....결국 윔블던에는 92년생 여자친구를 데려왔다는..🤐

모든 게 돌고 돈다.



나달의 2018 윔블던 준결승 패배....
(누구나 그렇듯이) 딱 한 번이라도 더 우승하길 바랐던 대회라, 5세트 10-8까지 가서 패배한 것이 뼈아프지만...

나달을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 간 조코비치 팬들이 지금 얼마나 신기하고 기쁠지 진짜 잘 알 것 같다 :)
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


2014년 롤랑 가로스 우승이후, 2017년 호주오픈 결승에 다시 올라가기까지....나달도 얼마나 암흑기가 길었는지...사실상 팬들도 다 포기했었다. 나도 이제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http://mori-masa.blogspot.com/2017/01/blog-post_30.html 2017년 이후 3번이나 더 우승했다. 사실 아직도 신기하다.

조코비치도 2016년 롤랑 가로스 우승 이후, 의문의 암흑기를 가지며 절대 실력이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쟤는 절대 부활 못한다" 라는 사람들의 비아냥까지 들었는데, 사실 나는 페더러-나달이 차례로 부활하는 것을 보며 조코비치도 언젠가 부활할 것 같기는 했다.

하필이면 나달과의 경기에서 부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ㅎ 게다가 나달이 암흑의 공간을 헤맨 기간이 더 길었는데....ㅠ.ㅠ 조코비치는 상대적으로 일찍 2년 만에 부활. 나달은 마지막 메이저 결승에서 다시 메이저 결승으로 돌아오는 데 2년 반 넘게 걸렸다.



2년 이상 허구헌 날 "그가 예전으로 돌아왔다"라는 문구로 고문당해야 함


2014년 롤랑 가로스 우승 뒤 부진의 늪에 빠진 이후로, 조금만 잘 해도 "He is back!" 이라는 기사가 떴던 나달. 외국 코멘테이터들이 "Officially, HE IS BACK!" 하고 강조하는 것도 몇 번 들었다 ㅜ.ㅜ 나달 팬들도 위 사진 문구같은 것들에 '말그대로의 희망고문'을 당해왔지만, 2015년부터 저런 문구를 반복적으로 보고도 실제로 나달이 호주 오픈 결승에 다시 올라가는 데에는 2년이 더 걸렸다. 올해에도 조코비치 경기력이 조금만 좋아져도 ATP facebook에는 'he is back!!"이 몇번씩 뜨곤 했다. 그러다가 다시 어이없이 패배하고....
어찌나 옛생각이 나던지...ㅎㅎㅎ 동병상련.


나달도 사실 큰 흐름의 분기점마다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 향상에 도움을 준 선수가 한 명 있다. (아주 유명한 rivalry아님, 나 혼자 생각) 조코비치에게는 나달이 결국 그런 존재인가보다. 조코비치 팬들 지금 기뻐서 잠도 안 올 거야....

모든 게 돌고 도니...결국 누군가의 차례가 온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안 온다면, 너무 슬프지만.


나달이 윔블던에서 2008년 2010년 두 번 우승한 뒤, 2011년 준우승 이후에는 5번 참가해서 4R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잔디코트 실력에 대해서 비웃음을 샀었다. 이번에는 4강 진출로 다시금 자신감을 찾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마 나달 팬들은 다들 이걸로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있겠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나달의 잔디 코트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작년 Muller와의 16강전도 그렇고 올해 조코비치와의 4강전도 그렇고....
게임 6:6 이후 타이브레이크없이 두 게임을 먼저 따야하는 끝장 승부를 보는 윔블던 5세트에서 2년 연속 상대 선수(Muller, Djoko)가 서브 게임을 먼저 시작하는 순서가 되어서, 나달이 결국 따라가는 형국이 되어 너무 힘든 싸움을 하게 된 것이 제일 아쉽다.

5세트에서 상대 선수가 먼저 5:4로 본인 서브 게임을 가져간 상황이 되면
따라가는 서브를 하는 선수는 10번째 게임부터 자기 서브게임인데도 잠시만 삐끗하면 계속 매치포인트에 몰리는 상황이 된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강심장과 강서브가 필요한데, 나달은 강심장은 있는데 강서브가 없어 ㅜ.ㅜ (8강전과 4강전에서 두 번 연속 무한 5세트 경기를 한 케빈 앤더슨도 이렇게 계속 5세트에서 따라가는 서브 순서였다고 들었는데, 그는 강서브를 지녔기에 결국 승리했다. 실력이 있으면 나중에 서브를 해도 결국 이길 수 있으니 순서 핑계를 댈 수는 없지만, 나달이 오랜만에 잔디코트에서도 잘 하는 게 보이는데 서브 순서가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ㅠ.ㅠ)


에이스가 거의 없어서 너무 조마조마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보면서
나달이 은퇴한 뒤 다른 선수를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절대 서브 약한 선수에게는 처음부터 정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아흑...너무 힘들어.




Kerber vs Kasatkina 2018 Wimbledon




내가 이름만 가물가물하던 Angelique Kerber라는 선수의 존재를 처음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2014년 윔블던 여자 단식 16강전 샤라포바와의 경기였다.

그해 7월 1일, 런던 남부의 작은 호텔로 이동해서 TV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당시 2014 롤랑 가로스 우승 (커리어 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하고 윔블던에 입성한 샤라포바 중심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Kerber가 3세트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테니스를 이제 그만둬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미련없는 성적표를 완성한 것 치고는 상당히 끈질긴 플레이를 보여주는 샤라포바가 엄청난 저항을 했지만, Kerber가 우주 방어를 선보이며 결국 승리를 따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샤라포바가 매치포인트#7까지 물고 늘어졌었다고...
("It took Kerber seven match points to seal victory and with each one that slipped away, the doubts crept in. Not least with Kerber herself" - the Guardian)


그걸 이겨낸 Kerber도 대단....

2014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임팩트는 없었던 Kerber는 2016년에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여자 나달이냐?" 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우주 방어를 선보인 끝에 '무려'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그랜드 슬램 우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4년이 지나고,
2016년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어느 정도 침체기를 겪던 Kerber가 다시 선전하고 있는 2018년 올해,
또다시 눈에 띄는 경기를 하나 보게 됐다. 실황으로 보지는 못하고 다음날 재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이번에는 Kerber가 타인의 도전을 수성하는 사람이 된 반대의 경우.





Kerber가 Kasatkina를 꺾고 4강에 진출해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 경기를 다시 보니 마지막 매치 포인트에서 21살 카사트키나가 정말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도 Kerber는 역시 매치포인트에서 7번이나 공방을 벌인 뒤에야 승리할 수 있었다.
("At the end of it all Kerber, 30, and the highest-ranked seed left in the draw, needed seven match points to beat Kasatkina at the end of a 10-minute game that included one astonishing 25-shot rally." - the Guardian)


나이도 어린 카사트키나가 모든 공을 다 쫓아가 받아내며 대담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결국 Kerber의 경험치를 ("Kerber just had that much more control when it mattered, that much more consistency in the clutch moments." -The Guardian)이겨내진 못했지만.
앞에 소개한 The Guardian 기사에서도 카사트키나의 밝은 미래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4년 전에 샤라포바를 몰아붙이며 눈에 들어왔던 Kerber가 어느새 그랜드슬램 2회 우승자가 됐듯이 (추가 -> Kerver는 이 대회에서 결국 우승, 그랜드 슬램 3회 우승자가 됐다)
올해 엄청난 끈기를 끝까지 보여준 카사트키나도 몇 년 뒤에는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보는 선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카사트키나는 2014년 주니어 롤랑가로스 우승자이기도 한데, 당시 주니어 랭킹 8위로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참가자 명단에 나오는 다른 상위권 랭킹 주니어 선수들이 지금는 거의 투어 우승자 명단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WTA 2승을 기록한 카사트키나는 착착 성장을 잘한 사례이기도 하다.






Impossible is nothing

 
 
 
센터코트나 코트1에서 윔블던 경기를 보는 표를 얻기 위해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는 사람들.
 

대회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센터코트 관중석에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그렇게 초청을 받거나 쉽게 표를 구해 센터코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성공일 것이다.
차마 혼자 밤을 샐 용기는 나지 않았고, 2014년에 허리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ground pass를 위해 5시간 줄을 서보고 나서, 언젠가는 센터코트에 그냥 들어갈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니,
함께 나이 들어 저렇게 취미를 같이 즐길 상대가 남아 있고 체력과 열정이 남아 있는 것도 크나큰 인생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나와 취미,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는 것.
"야, 이 노친네야, 이 나이 되어서까지 내가 길바닥에서 이래야겠냐? 너 혼자 가라."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우울하겠지.
 
5시간 줄을 선 것을 생각하다가 '어휴, 아무리 좋은 추억이 됐다지만 그 짓을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했던 것이 다행이다.' 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
 
 

로베르타 빈치 은퇴



사실 잘 알거나 응원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제로 경기를 본 적이 있는 선수라서 몇 글자 남긴다.


2014년 7월, 대회 막판으로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입장이 널널해진 곳을 찾아 이동하다가 보게 된 경기, 윔블던 여자 복식 8강전.






좌측 선수가 로베르타 빈치, 우측 선수가 사라 에라니. 모두 이탈리아 선수
2012년 롤랑 가로스 결승전 진출자인 사라 에라니가 더 유명했기 때문에
사실 사진 찍을 당시에는 사실 로베르타 빈치는 잘 몰랐다.

이 경기 승리 후 계속 승승장구, 이해 윔블던 복식 우승으로 이 두 명은 복식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로베르타 빈치가 단식으로 유명해진 것은 2015년 US open.
당시 서리나 윌리엄스가 한 해가 4개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노리고 있었고, 서리나는 US open 강자였기 때문에 캘린더 슬램은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랭킹 40위권의 로베르타 빈치가 준결승에서 윌리엄스를 꺾고 메이저 결승전에 생애 최초로 진출했다. 정말 당시에 누구도 상상 못했던 대이변이었다.
여자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대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테니스 경기에는 상성이란 것이 있어서...
빈치는 결승전에서 만난 한 살 위 이탈리아 언니 플라비아 펜네타에게 패배.
메이저 대회 준우승을 최고의 커리어로 남긴 채 2018년 35세 나이로 은퇴하게 되었다.

어쩌면...만약에....그랬다면..... 이런 가정은 모두 무의미하지만
플라비아 펜네타는 서리나 윌리엄스에게 매우 약해서 7전 7패의 상대전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빈치가 윌리엄스를 꺾어준 덕분에 상대적으로 쉬워진 결승전에서 펜네타가 빈치를 꺾고 생애 유일의 메이저 트로피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트로피 받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은퇴 선언.
현재는 이탈리아 테니스 선수와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20살에 첫 우승을 하는 게 아니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30대 전후해서 메이저 첫 우승을 하게 되면 곧바로 은퇴를 하는 여자 선수가 종종 있었다. 각종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고생스럽고 전세계 투어로 정착이 힘든데, 늦은 나이에 정점에 오르게 되면 아마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날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정상에서 은퇴를 택하는 것 같다. 32세에 첫 메이저 결승에 올랐던 빈치가 그때 우승을 했더라면 일찍 은퇴한 것은 빈치이고 오히려 펜네타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위쪽에 더 작게 나온 선수가 플라비아 펜네타, 통산 582승을 기록하고 은퇴한 훌륭한 선수이다.



테니스 대회를 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선수 한 명이 파죽지세로 8강 4강에서 강적들을 다 정리하고 올라와서
정작 결승에서는 패배하는....
토너먼트 대회의 어떤 특징이기도 하다. 강적이 몰려있는 draw에 속해서 개고생(?)하며 무적의 포스를 보이다가
상대편 draw에서 올라온 선수랑 붙어보니 그냥 싱겁게 패하기도 하는...
강적들을 상대하느라 힘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결승전이 오히려 무기력하게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역사에는 우승자의 이름만 남는다.
이래서 조 편성 운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안타까움 때문에 내가 빈치를 더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본인은 후회없이 아름답게 은퇴식을 치렀다.
은퇴 헌정 영상에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에서 착안한
"veni vidi Vinci"를 남기고.


이탈리아어로 우승자는 "VINCItore"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경기중인 선수 이름이 새겨진 전광판과 파란 하늘 :)
관람 당시 하도 많은 경기가 벌어져, 내가 무슨 경기를 보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전광판 사진을 찍어놓곤 했다.
내가 이렇게 상대편 관중석을 찍어서 사진이 남았으면, 저쪽 반대편 누군가가 찍은 사진 속에도 내가 남아있겠지. 📷😂


몰랐었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찍은 사진 속 주인공/배경이 된 사람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누군가의 블로그에 본인의 사진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까?


동시에 내 모습도 궁금해졌다.
나도 어딘가 누군가의 사진에 배경으로 등장해있겠지...
우연히라도 그걸 볼 기회가 있다면 재미있을 듯


고생 중 최고의 고생, 맘고생

 

그랜드 슬램 우승하면 언제나 남자 선수들이 더 많이 운다. 

그렇게 고대하던 그랜드 슬램 우승을 해도 생각보다 덤덤하던 앤디 머리, 이번에 가장 큰 몸짓으로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는 감출 수 없는 눈물 바람....

2013년 윔블던 첫 우승 이후 허리 수술 등으로 2014년은 좋지 않은 성적으로 보내고, 2015년 이후 그랜드 슬램 결승에 3회 올라가서 모두 조코비치에게 연속 패배. 얼마나 힘들었을까.
1년에 몇백억씩 버는 테니스 선수들 내가 걱정해줄 팔자는 아니지만.

윔블던 관람 시에 최적의 숙소 - Premier Inn Putney bridge



숙박 경험이 없는 숙소에 대한 글은 처음 써본다.ㅎㅎ
그래도 정보가 되기도 하고,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희망이 되기도 해서....






세 시간 정도 줄 서면 그라운드 패스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만 듣고
의기양양 혼자 갔던 윔블던 day 7.
사람은 정말 정말 많았고, 줄은 정말 정말 길었고
비 때문에 경기 지연까지 겹쳐서, 5시간을 줄 선 끝에 겨우 끝나가는 경기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윔블던 둘째 주가 시작하는 첫 날이었는데,
대회 초반일수록 그라운드 패스로도 볼 수 있는 좋은 경기가 많기 때문에 사람이 무지 많다.
대회 후반으로 가면 많은 선수들이 탈락해서 돌아가고, 볼만한 경기는 대부분 사전 구매한 입장권이 필요하기 때문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줄어든다.


허리가 이렇게 "끊어지게" 아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도 체험했다.
영국에 다녀오고 나서야 '진작 말하지 그랬냐, 입장 패스를 구해줄 수 있었는데"라고 뒷북을 치는 지인이 두어 명 있었지만 손쉬운 패스를 얻지 않고, 그렇게 허리 끊어지게 기다려본 경험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저 길바닥에서 기다리는 것 밖에 없는 5시간 동안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 신기했고, 길거리에 무질서한 쓰레기 하나 보지 못했던 진귀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체력상 한 번 해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경험.


윔블던을 보러간다고 하면 런던 튜브 녹색 디스트릭트 라인 윔블던역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southfields' 역에서 내려서 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 하지만 그 거리도 무시 못 할 거리이고, 5시간 죽치고 기다렸다가 경기 보고 돌아오던 첫 날은 사우스필즈역까지 가는 길을 걷다가 주저 앉고 싶었을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런던에 유학 중이던 친구의 조언으로 디스트릭트 라인 'Earl's court'역 주변에 숙소를 얻었더니, 튜브로는 15분 만에 사우스필즈역에  도착하긴 했지만 나중엔 그것마저 멀게 느껴졌다.


윔블던을 지나 얼스코트로 향하는 디스트릭트 라인을 타고 가다가 사우스필즈에서 런던 중심부 쪽으로 가는 두번째 정류장인 퍼트니 브리지역에 정차했을 때 호텔이 하나 보였다.
'와, 저 호텔 윔블던 가기 편하겠다.'






담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Premier Inn이다. 구글 지도에 의하면 역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



지하철 역에서도 가깝고 저 숙소라면 엄청 편하겠다 싶었다.
지금 조사해보니 튜브뿐만 아니라, 버스로 윔블던에 접근하기에도 최적의 장소.
호텔 나와서 1분 거리도 되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Clapham Junction 행 39번 버스를 타면 20분 내에 윔블던 파크 줄 서는 곳 바로 앞에 도착할 수 있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oad stop B) 사우스필즈역에서 내려서 윔블던 파크까지 걷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이미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어서 줄 서서 그라운드 패스를 살 필요가 없다면 Church road에서 내리면 된다.


돌아올 때도 윔블턴 테니스장에서 나와서 사우스필즈역 방향으로 걷다가 중간에 Bathgate road(E)라는 이름의 정류장에서 퍼트니 브리지행 39번 버스를 타면 숙소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 정말 관람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프리미어 인 윔블던 남부 지점이 하나 있지만 윔블던 테니스 코트가 가까운 것은 아니다. 또한 너무 윔블던 근처에 숙박을 하게 되면 런던 중심부와는 멀어진다.
퍼트니 브리지 지점이 윔블던 근처보다 더 좋은 이유는, 런던 시내 접근이 훨씬 쉽고(zone 2이기는 하지만) 주위는 부촌이라 안전한 편이고 템즈 강변의 수려한 경관도 누릴 수 있어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Fulham FC의 craven cottage 구장도 근처에 있다.

방도 넓은 편이라고 하고, 예약 가격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체적인 숙박객의 평도 아주 좋다.

오직 윔블던 관람을 위해 런던에 방문하면서, 그래도 런던 시내 관광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Premier inn putney bridge가 최적의 장소! 물론 그래서 윔블던 기간에는 예약하기 아주 어렵다 ㅎㅎ

언젠가는 한 번.... :)




윔블던 챔피언 job interview :)

윔블던 챔피언 job interview :)



나는 면접에 상당히 약한 편이다.
나를 잘 포장해서 내 이미지를 전달하지도 못하고, 열정과 성의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과도하게 솔직하게 답하는 것도 오히려 단점.

(오래 전에 4인 면접에 들어갔는데 "이렇게 입사했는데 복사만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내 앞의 두 명이 연속으로 "복사를 하다가도 그 종이를 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다들 하기에, '나는 솔직함으로 승부해야지' 하고는 "예전에도 의외로 복사만 많이 하는 직장에 있어봤는데 이제는 하기 싫다."라고 대답했음. 당연히 탈락)

내가 면접에 약하다 보니, '대체 몇 분에서 몇십 분으로 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 그렇게 고되게 심층 면접으로 뽑아놔도 회사에는 ㄸㄹo만 널렸는데..'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2015 윔블던에서는 재미있는 영상을 남기기 위해 "윔블던 챔피언" 자리를 두고 가상 Job interviews를 진행했다.
본인의 이름이나 직업부터 시작해서 내가 왜 챔피언에 합당한지, 본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등등...실제로 취직 면접과 비슷한 질문을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 몇 분 사이에 선수들 성격이 다 보인다. 
윔블던 챔피언이 뽑는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지만, 실제로 job interview라면 뽑고 싶은 사람, 뽑으면 안 될 사람이 나뉜다.
물론 여기엔 영어가 모국어인 선수와 모국어가 아닌 선수 간 표현력 차이라는 어쩔 수 없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열정' 하나는 실제로 스며나오는 것 같다.

가장 감탄한 사람은 서리나 윌리엄스.
영어가 모국어라 원래 수십 분도 떠들 수 있는 사람이니, 사실 비영어권 선수에 비해 비교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긴 하다. 대기록를 향해 가는, 현재 그 누구보다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선수이지만 거드름 피우지 않고 이 상황극에 완전히 몰입해, 정말 이 직업을 원하는 사람처럼 얼마나 열심히 대답을 하는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 남앞에서 자기를 낮추며 구직 인터뷰하는 경험이 없었을 것 같은데, 영화를 많이 봤는지 구직 인터뷰의 모범 답안을 성의있게, 길게 대답한다. 
역시 진정한 챔피언이구나...하는 느낌이 왔다. 색전증이었나... 힘든 병을 앓으며 은퇴하는 줄 알았는데, 병을 극복하고 다시 돌아와 여자 테니스계를 무시무시하게 지배하는 그녀의 힘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데에서 나오는 거구나, 하고 느낌. 
약간 당황스러운 사람은 마리아 샤라포바.
샤라포바는 미모만으로도 이룰 것은 다 이루고... 테니스 랭킹이 내려가도 소득은 언제나 1위이고.
그냥 놀고 먹어도 아쉬울 게 없는 그녀가 악바리처럼 근성으로 버티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해내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는 '아공....테니스대회 홍보팀에서 이런 것좀 안 했으면, 왜 이런 걸 맨날 카메라 앞에서 시키는지..' 이런 태도가 스며나온다. 마지못해 카메라 앞에 서기는 했지만 대답도 대충대충 성의 없다. 질문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무성의. 무엇보다 질문자를 자기 아래로 보는 태도.
질문하는 사람을 존중했으면 그렇게 무성의하게 대답하지 않았겠지.
구직자가 면접에 임하는 태도가 1분 만에라도 다 스며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뽑고 싶은 사람과 뽑기 싫은 사람이 쉽게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내가 왜 인터뷰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보는지도 알 만했다.

'열정과 야망'이 가장 크게 스며나오는 사람으로는 라오니치를 뽑고 싶고, 조코비치의 경우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외국어에 재능이 있어서 여러 언어를 상당히  잘 구사하는 사람인데, 이 인터뷰는 너무 진지하게 임해서 별로 재미없었다. 페더러의 인터뷰는 그의 푸근한 인성이 배어나오는 게 좋았다. 
"당신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음.....나, 늙었죠." 
페더러는 자신에 대한 3가지 키워드는 easy-going, fun, good to be around 라고 소개.


영어 실력이 그래도 좋아진 줄 알았던 나달은, 인터뷰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3가지 단어를 떠올리지도 못함;;;
자신을 앤드루 머리라고 진지하게 소개하신 이 분은, 자신의 3가지 키워드를 이렇게 들었음.


http://www.wimbledon.com/

 


댓글 2
  • l-----a
    머리의 저런 종류의 자학인터뷰,,, 인상이 깊어서인지 생각보다 자주 본 듯 한데
    지루한 플레이를 보다가도, 참 싫어하기 힘든 점인 듯 해요 ㅎㅎㅎ
    내 안의 루저 본능을 일깨운다고나 할까, 동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공감대라고나 할까.
    별 말이 다 떠오르네요^^
    서리나는 언제나 모범생입니다^^
    2015/07/10 15:45
     
  • nothingmatters
    ㅎㅎ 다 공감이 가네요. 앤디는 앤디식의 유머가 있죠. 혹시 영상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저거 3단어 말하고도 자랑스러워서(?) 사알짝 뒤에 웃잖아요 ㅋㅋㅋ 스스로 즐기는 듯. 작년에 투어 파이널즈에서 페더러한테 0-6, 1-6으로 깨지고 탈락했다가 나중에 결승전에서 페더러 부상 기권 탓으로, 이벤트 경기 하러 대신 불려나와서는"제가 그때 너무 괴롭혀서 페더러가 이렇게 됐나요?"했던 게 앤디 식 유머의 백미인 듯 해요 ㅋㅋ
    2015/07/10 19:50
     

2014 6월, 윔블던과 처음 마주하다.





토요일 오후에 런던에 도착한 나는
경기가 없는 middle sunday(윔블던의 전통)를 런던 시내 적응 기간으로 보내고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윔블던에 발을 디뎠다. 물론 테니스 코트 입장권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소문 들은 것대로 줄을 오래오래 서서 그라운드 패스를 사면 된다고 생각했다.

Earl's court역에서 초록색 District line을 타고 십여 분 만에 "Southfields"역에 오전 10시경 도착. 튜브에서 내리는 순간, 이미 윔블던에 한발짝 다가서는 느낌이다. 바닥 일부에 인조 잔디를 깔아놓았고, 의자들도 윔블던 고유의 색깔인 Green/Purple로 단장되어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그냥 사람들 무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토익시험장이 나오듯이,
이 역에서도 거의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표가 없어서 'queue'를 서야 하는 사람들은 왼쪽, 이미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계속 가라는 지시가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입구까지는 사우스필즈역에서 도보로 십여 분 이상이 소요된다.

나중에는 이 긴 길을 걷기가 싫어져서 39번 버스를 이용했다.
Clapham Junction역 버스 정류장에서 "Putney Bridge"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V)에서 내리기도 했고

구글지도 clapham junction stop M에서 포착된 putney bridge행 39번 버스. 여기서 타면 20분 내에 윔블던 파크 입구 도착



Putney 기차역 정류장에서 "Clapham Juction"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 바로 반대편(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B)에서 내린 적도 있다. (이미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woodspring rd. 까지 안 가고 church rd 정류장에서 내리면 됨)

걷기가 싫어서 버스 요금 2500원을 더 썼다고나 할까. 나중에 진정 윔블던을 위해 런던에 온다면 39, 493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숙소를 정한다면 체력과 돈을 아낄 수 있을 듯!
이제 줄이 보인다. 줄이 보여.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구비구비 겹쳐진 줄은, 넓은 잔디밭 수천 노숙인의 무리들 속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큰 숫자가 써진 판대기 하나를 앞세우고 수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queue가 여러 개 나열되어 있었다. 다들 말 잘 듣는 유치원생들처럼 자기 번호를 따라 줄줄이 이동하다가, 이동이 없으면 퍼질러 앉아 나름의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었다.
처음에 줄을 설 때 위에 보이는 queue card를 받게 되는데, 이 카드 없이는 패스를 살 수가 없고, 일련 번호가 적혀 있어서 줄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저 멀리에는 이미 다음날의 센터코트 표를 위한 텐트촌이 보였다. 음...나에게는 저만큼의 열정은 없어 :)

런던의 악명높은 변덕스런 날씨를 예상하고 옷을 여러 겹 입고 갔는데, 오전 10시부터 내리쬐는 햇볕에 한 겹씩 한 겹씩 벗었다. 외국에 나가 보면 미국인/ 동양인들만 즐겨쓴다는(^^) 야구 모자를 꺼내 쓰고 햇볕을 피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줄이 움직이면서 자리가 이동되면 옷을 다시 겹쳐 입기도 하고, 뒷자리 영국 커플과 이야기하거나 단편 소설 한 권을 읽기도 하면서 윔블던 파크 잔디밭에서 2시간 반의 시간을 보냈다.


무작정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2시간 반이 지나, 그래도 줄이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윔블던 입구쪽으로 다가가기 시작. 이 곳엔 곳곳에서 홍보 행사를 하거나 판촉물을 나누어 주고, 길 군데군데 스피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실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덜 지루했다. 하지만 역시 이동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준비해온 돗자리 등을 다시 깔고 앉았다. 하지만 누구도 짜증내거나 힘들어하지 않았고, 기대감만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이 줄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큰짐을 맡기는 곳이 따로 있고, 공항 검색대만큼 엄격한 소지품 심사대가 있다. 선글래스도 쓰고 통과하면 안 되고 시계도 벗어 내놓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짐 가방은 열어서 하나하나 다 훑어본다. 3시간 이상의 땡볕 기다림이 무색하게 이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는 호주 여자애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육교를 건너 (queue를 대기 시키는 윔블던 파크는 윔블던 테니스장의 차도 건너편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표를 사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한다.) 마침내 그라운드 패스를 사는 곳에 도달. 윔블던에 다가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나와 같이 우산을 쓴 이 호주 여자애는 우산을 쓰지 못한 동행 남자애를 놀리는 노래를 불러대며 이 길을 신나게 걸어갔다.

그라운드 패스는 무조건 현금만 내고 살 수 있고, 경기 날짜나 입장 시간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굳이 센터코트나 코트 1,2에 입장하지 않고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경기가 많은 대회 초반에는 패스가 비싼 편이고, 선수들이 탈락하면서 경기가 줄어드는 대회 후반이 될수록 가격은 싸지고, 오후 5시 이후 입장도 가격이 다르다. 내가 산 날처럼 최고 20파운드부터 결승전 당일 오전 최저 8파운드까지 가격이 변한다.
* 2015/16년 참고: Day 1-7의 종일 그라운드 패스는 20파운드에서 25파운드로 인상.
2017년에도 25파운드이지만, Brexit 결정 이후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한화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사우스필즈역에 도착한지 3시간 40분 만에 마침내 마주한 센터 코트의 모습. 표를 사서 들어가자마자 보인다.
계속 보면 무감각해지지만, 역시 처음 볼 때는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다.


날씨에 대한 준비없이 와서 하염없이 건물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우산과 우의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입장권 없이 그라운드 패스만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코트 중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인 코트18 앞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코트 18은 자리 예약이 없는 곳으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고 이 사람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줄 서 있던 다음 사람이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나는 여기에 무작정 줄을 섰기 때문에 이 곳은 코트18의 측면(east) 방향으로, 설치된 관람석 수가 적어 줄이 여간해서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비가 오는 내내 사람들은 코트 내부에서 비를 맞아가며 버텨 줄이 줄지 않았고, 마침내 비가 개어 경기가 시작되어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몇 십분째 줄을 선데다가, 입장이 눈앞에 보이니...줄을 바꿀 수도 없고.


 
혹시 18번 코트에 입장하고픈 분들은 North 쪽에 자리가 더 많으니, 그쪽에서 줄을 서보기를 권한다. 다들 알겠지만, 테니스 코트 사각형의 긴 옆면은 선수를 가까이서 보기에는 매우 좋지만, 경기의 전체적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18번 코트의 입장을 위해 한참 줄을 서는 동안, 아마도 영국인인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너무 태연하게 말을 거셨다. 내가 영어 못 하면 어쩌려고?? 사실 줄 서는 동안, 이런 분들의 친화력이 아니었으면 나도 버티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말을 먼저 걸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10시에 도착해서 4시간 이상을 줄만 섰기에, '내일은 좀 더 일찍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분은 슬픈 소식을 알려주셨다. 이 아주머니는 아침 7시에 도착해서 5시간 줄을 선 끝에 입장했다는 거였다. '흠, 일찍 와도 소용없군!'

비가 그치고 경기장이 정리되는 것을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해, 처음 queue card받고 오전에 줄을 서기 시작한지 5시간여 만에야 '테니스 경기'를 보게 되었다. Marin Cilic (CRO) 와 Jeremy Chardy (FRA)의 경기. 파란 잔디 위에 너무 가까이서 보이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니 기다린 시간은 잊혀지는 것 같았다.


칠리치 쪽에는 고란 이바니세비치의 모습도 보이고, 샤르디 쪽에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프랑스인 코치 무라토글루의 모습도 보였다.
선수가 가까이 보여서 좋았지만, 좀 더 좋은 관람을 위해서는 북쪽 스탠드에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의 전체적인 진행이 잘 안 보였다. 동영상을 찍으려 해도, 선수가 서브 넣는 모습 외에는 더 좋은 영상을 얻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의 첫 윔블던 경기가 된 칠리치:샤르디 경기 관람을 마치고 여자 복식 경기(Stosur의 근육질 몸매!)를 조금 보다가 한국 주니어 선수들을 찾아나섰다.



주니어 선수들 경기가 열리는 작은 코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기 전에
일명 헨만 힐, 머리 마운드라고 부르는 Aorangi Terrace에 가보니, 앤디 머리: 케빈 앤더슨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완전 들썩들썩.
앤디 머리 경기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더더욱 줄이 길었던가... 앞으로는 앤디 머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줄을 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테니스 기자도 아니지만, 테니스에 관심 많은 모 기자가 '구건이도 잘 하지. 이형택이랑 미국영감 지도받았던' 이라고 소개해주신 97년생 강구건 선수.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경기를 지켜보려 하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경기가 중단되었다.
어휴.
정말 체력적으로 이젠 못 버틸 것 같았다.
하루에 한 번 비를 만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왔는데, 두번째 비가 오니 추워지고, 윔블던이고 뭐고 지겨워졌다.
테니스 코트를 떠나 기념품 가게로 일단 이동.
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북적, 사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가득.
윔블던의 마법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초록과 보라, 파랑과 분홍으로 일정한 색감으로 유지되는 모든 물건들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일관된 이미지 관리와 백여 년간 존중되어온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방문한 분 후기 보니까 3파운드였던 귀여운 키 링은 2014년 단번에 33%나 올라서 4파운드, 2016년에는 5파운드@.@ 그나마 쌀 때 여러 개 사놓을 걸... )


작은 수건 등을 사고 가게를 헤매고 다닌 뒤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윔블던 테니스 코트를 그만 떠나기로 했다. 5시간의 기다림에, 2시간의 관람은 약간 허무하긴 했지만, 아직은 대회 중반이었고 나로서도 체력 비축(?)이 필요했다.

오후 5시 45분.
나가는 길에 보니, 우비를 입고도 여전히 긴 기다림을 하는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대체 이 윔블던의 마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한 번 겪고 나니 저기쯤 서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지도 보였지만, 절대로 '안됐다 쯧쯧'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부터 입장권을 소지해서 줄도 안 서고 저 구간을 슉슉 통과해도 으쓱한 일이었겠지만, 오랜 기간의 기다림도 충분히 해 볼만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기 전에 미리 나한테 말 좀 해보지~ 어떻게든 패스 구해봤을 텐데" 이러는 대학원 동기 스포츠기자도 있었지만, 늘 단번에 입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런 사람들은 모를, 윔블던만의 매력을 느끼는 기회였다.



7월 2일, 파티같은 2014 윔블던





영국인들의 무리를 피해, 앤디 머리의 경기가 이미 끝나고 난 뒤에 오후 5시에 윔블던 도착.
큐 카드를 나눠주는 곳에서 "지금은 줄이 짧아요~~"라고 말해준다. 월요일에 두 시간 반 정도 줄서고 나서야 통과했던 위 사진 속 지점을 지체 시간 없이 그대로 통과. 저 지점은 아직 윔블던 테니스장 근처에도 가지 못 한 입구 중의 입구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곳을 통과한 뒤에는 1시간 약간 안 될 정도로는 줄을 서서 패스 구입을 기다렸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

계속 줄에서 이탈하는 귀여운 여자 꼬마와 잠시도 책에서 눈을 안 떼는 진짜 책벌레 남자 아이 등 3명을 데리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니 동생들이야?"
이 친구는 Au Pair로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자신은 nanny로 일하고 있고 이 꼬마들은 친동생이 아니라고. 전에 누군가가 '니 자식들이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서 상심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좀 해보니, 이번에 유난히 선전 중인 캐나다 테니스 선수들의 이름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무엇인지 빨리 들어가보고 싶은 눈치. '밀로쉬~ 라우니치" 그 시점에서 닉 키리오스와 8강전을 진행 중이던 캐나다 선수의 이름을 몇 번 알려주니, 그제야 "아, 그래 그 이름 들어본 것 같아."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4강에 진출해있던 유지니 부샤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줄 서면서 만난 대양주 사람들, 북미 사람...다들 테니스 팬은 아니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테니스를 몰라도, 누구든 한번쯤은 구경해보고 싶은 게 윔블던인가 보다.


오후 5시 이후의 그라운드 패스는 약간 더 싸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갑자기 윔블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 2015년 참고 : Day 9의 오후 표는 12파운드에서 14파운드로 인상
* 2016년에는 오후 표가 따로 없는 듯 하다. Day 9 ground admission 20파운드.
* 2017년에도 오후 표 없이 20파운드. 그러나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오히려 가격이 인하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일단 한국 정윤성 선수의 복식 경기가 진행되는 코트 5로 가봤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 이미 2세트 후반이던 경기는 5-7, 5-7로 곧 끝나버렸다.
대한테니스협회 분들 몇 분이 계셨는데, "이것으로 정현 빼고 한국 선수들 모두 탈락했다" 고 했다.


 

음, 그렇다면 나는 aorangi terrace에 앉아 가져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남자 8강전을 보고 가야겠다고 결심.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이 곳의 대형 스크린에는 페더러:바브린카 경기 진행 중.  앤디 머리 경기가 있을 때보다는 덜 붐벼서 나도 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확실히 페더러 팬도 많다. 그의 위너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 아래 바브린카의 위너에는 확실히 소리가 작음.




이 곳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떠들석한 파티 분위기도 보이고 (여기서 생일 파티 하는 분도 있었음. 주위 분들도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참 기억할 만한 생일이 되겠다 싶더라), 큰 스크린으로 테니스 경기도 보이고, 저 멀리 런던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보인다. 참 기분 좋아.
사우스필즈역에서 내려 윔블던을 향해 줄 서러 가다보면 미남미녀 홍보요원들이 유럽의 삼다수급 흔한 물 에비앙을 막 나눠주기도 한다. 덕분에 물값 따로 안 들이고 내가 사온 칵테일 새우로 배를 채움.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저녁 때라 그런지 남들이 주고 간 센터 코트, 코트 1 입장권을 재판매하는 줄도 보였다. 센터코트와 코트 1을 따로 줄 세우고 있었는데, 나는 이곳 '머리 마운드' 체험으로 만족해서 줄을 서보지는 않았다.


페더러의 승리와 라오니치의 생애 첫 메이저 4강 진출을 지켜보고 이 날의 윔블던 관람을 마쳤다.
페더러에 비해 라오니치는 참 호응이 별로 없던 게 불쌍했다.
내가 얼마 뒤에 이 곳 윔블던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면...
그 때 선수들의 위상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참고) 2014 윔블던 입장권 가격
둘째주 목요일부터, 즉 대회 마지막 4일간 센터코트 경기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뭐 그전까지 turnstiles에서 판다고 해봤자 매일 500명 한정으로, 전날에 와서 노숙을 하지 않고서는 어차피 얻기 힘든 표지만.
위에 나온 큰 코트말고, 코트3부터 코트19까지는 그라운드 패스를 가지고 줄을 서면 들어갈 수 있다.


첫날 윔블던 방문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5/10/2014-6.html
다음날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3-2014.html

7월 3일, 뜨거운 2014 윔블던








이 날은 여자 준결승 두 경기가 있는 날.
내가 런던에 머물렀던 날 중에 가장 날씨가 좋고 더웠던 (런던 올여름 최고 기온이었다고)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윔블던으로.

여자 경기는 인기가 별로 없는지, 전혀 기다림 없이 그냥 모든 문을 통과해서 표를 사고 널널한 aorangi terrace에 자리를 잡았다. 샤파로바 : 크비토바의 여자 준결승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시간. 이 땡볕에 여기서 1시간 동안 뭐하지? 

그때 커다란 스크린의 전광판에서 "코트3의 자리는 널널하고 표 없이도 입장할 수 있습니다." 라는 공지가 자막으로 나왔다. 코트 3에 가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잘 잡아놓았던 자리를 떠남.


코트 3에 들어가니 Sara Errani (ITA) Roberta Vinci (ITA) VS Ashleigh Barty (AUS) Casey Dellacqua (AUS) 여자 복식 8강전 경기가 진행 중.
오! 선수들이 꽤나 가깝고 경기 보기가 상당히 좋게 설계가 되어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자리를 바꿔 가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람.

단식에서도 종종 성과를 내곤 하지만 복식을 잘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는 사라 에라니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빠른 움직임과 기합 소리, 구석구석 잘 꽂아 넣던 위너로 인해, 경기장에서 거의 에라니 밖에 안 보였다고나 할까.


내가 경기를 지켜보고 실력을 확인한 이 두 선수가 결국 2014 윔블던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
코트 3를 봤으니, 이제 코트 2로 가볼까? 기회 되면 코트 1이랑 센터 코트에도 들어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코트 2로 이동하니 남자 복식 8강전이 진행중.Vasek Pospisil (CAN) Jack Sock (USA) VS Alexander Peya (AUT) Bruno Soares (BRA) 의 경기였다.

Pospisil은 예전 나의 포스팅(cyworld.com/hwangmiya/9036808)에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선수이고, 나머지는 이름만 알고 얼굴은 구별 못 하는 선수들.


코트 2는 코트 3보다 좀 더 크고, 주위 전경과 영국 국기가 잘 어우러져 정말 예쁜 테니스 코트였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글래스를 쓰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말그대로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가며 이들의 경기를 봤다.
테니스는 랭킹이 정직하게 적용되는 종목이기도 해서, 2번 시드를 받고 나온 Alexander Peya (AUT) Bruno Soares (BRA) 가 분명 더 잘해야 하는데 예전에 같은 조로 뛰는 것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는 북미의 신예 선수들 pospisil과 sock이 경기를 조금씩 압도해나가고 있었다. Pospisil은 90년생, sock은 92년생. 젊은 선수들이 10살 많은 선배님들을 당황시켜가며 신나게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유망주들의 사진을 찍어놓는 것은 언제나 쓸모가 있지...하면서 이 선수들만 몇 장 더 찍었는데, 결국 이들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무려 '브라이언 쌍둥이'를 5세트 만에 꺾고 우승했다. 내가 다 뿌듯뿌듯. 7월 5일 복식 결승전 때 마지막 세트 경기 중계를 호텔에서 지켜보며 괜히 내가 기뻐했다 ^^ 이들의 경기를 한번 직관했다는 이유로.


코트 2의 건너편 예쁜 풍경과 재미있는 복식 경기를 보면서 뒤편에 위치한 작은 코트 5에서 있을 정현 선수의 주니어 3라운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현 선수의 앞 경기가 3세트로 계속 길어지고 있었고 나는 뜨거운 태양볕 아래 몇 시간을 보내서인지 노곤노곤해졌다.
모자와 선글래스로 얼굴만 중무장을 하고 있었고, 서울보다 온도가 높지 않아서 (30도가 되지 않았는데, 올해 여름 최고 기온이었다고 다음날 뉴스에서 호들갑) 나의 몸의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쪽 손등만 벌겋게 되어있었고, 발등은 타서 아릴 정도. 덥다고 소매없는 시원시원한 옷을 입고 나온 것이 실수. 어깨 부분도 타고 목 아래 부분도 빨갛게 되었다. 내가 그만큼 테니스에 집중했나?!?!? ㅎㅎ
깜짝 놀라서 코트 2를 나왔다.
계속 시간이 안 맞아서 제대로 보지 못 했던 한국 선수 경기를 꼭 하나라도 보고 싶었지만, 앞경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었고 정현 선수 경기가 있을 코트 5는 가림막 하나 없이 땡볕에 노출된 작은 코트였다. (맨 위 사진에 찍힌 코트들 중의 하나이다.)
이미 몸이 벌겋게 탔는데, 더 이상 몸을 혹사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한국 선수의 경기는 못 보고 그대로 윔블던을 떠났다. 사실 그때는 그게 올해의 마지막 윔블던이 될 줄은 몰랐지. 그래도 뭐 하나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 GATE 5에서 passout을 받았다. 이것이 있으면 게이트를 나가더라도 당일 그라운드 패스와 함께 다시 재입장할 수 있다.


벌겋게 익어있는 손목과 그뒤로 갈색이 된 손등. 선크림 한 번 발라줄 생각 못 하고, 무방비로 태운 손 부분, 그리고 아래 발등은 한동안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마다 약간 아팠다. 


앤디 머리도 없는 남자 결승인데 사람이 그렇게 많으려고?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결승전이 있는 일요일 오후 2시에 윔블던 파크 앞에 도착하니, "이제 그라운드 패스도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결승전은 결승전이었던 거지. 하지만 나로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약간 더 여행을 연장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문이 하나 닫히니 새로운 문이 하나 열리는 느낌이었달까... "표가 없다"라는 말이 차라리 반가웠다.


코트 입장권 하나 없이 며칠 만에 결정내려 윔블던에 무모하게 방문한 탓에, 그라운드 패스 밖에 얻을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나름의 경기들을 즐기고 많이 배웠다. 이것이 마지막 윔블던 방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뭐든 쉽게 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생각.

보라색 꽃과 어울려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는 테니스 파크 안은 그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분위기만으로도 좋았다. 오랜 기다림에도 누구 하나 찌푸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도 쓰레기가 별로 없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미소와 밝은 응대도 좋았다. 이 훌륭한 대회를 계속 훌륭하게 보전하기 위해 누구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
올해에 애써가며 배웠으니 다음에는 헤매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고 윔블던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런던에 있으면서 적어놓은 몇몇 tip을 보니...
"일기 예보 강수 확률 꼭 보고 30% 이상인 날에는 방문을 재고. 30%라도 꼭 한 번은 비가 오는데, 그러면 경기가 지연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게 된다(비가 그친다고 곧장 경기 재개가 되는 것도 아니고 30분 이상의 정리 시간 필요)." ->물론 이 사항은 센터코트 입장권이 있는 사람은 상관 없다. *2019년부터는 추가로 코트1에도 지붕이 생겨, 비와 상관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가고, 물과 먹을 것을 미리 사가는 것이 좋다. 나는 나름의 방석을 만들어 가져갔는데, 아예 돗자리가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 추가 : 매년 윔블던을 방문하기도 어렵긴 하겠지만, 맘에 드는 윔블던 기념품을 봤다면 그해에 무조건 사야 함. 해마다 엄청나게 오른다. '내년에 살까..?' 라고 생각했다가는 50% 인상된 가격으로 사야할 수도...
등등. 


다음에 여기에 같이 끼고 싶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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