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s in NYC

미술관 공짜 구경하기

(2006년 3월)
뉴욕 맨해튼에는 멋진 미술관들이 많지만 그만큼 입장료도 비싸죠. 특히 새 단장을 한 현대미술관 MoMA는 20달러로 최고가입니다. 무료 관람인 대영박물관은 말할 것도 없고, 루브르의 8.5유로의 두 배에 가깝죠. 

하지만 금요일 오후엔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저는 인터넷에서 관람 시간을 체크하며 금요일 오후에 유명미술관을 순례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MoMA(Museum of Modern Art)랑... 영화 맨인블랙을 보면 윌스미스가 외계인 추격할 때 나오는 달팽이 모양 외관의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MoMA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부터 무료입장입니다. Target이라는 대형수퍼마켓체인이 문화활동의 일환으로 입장객의 관람료를 대신 내주는 행사인 Target free friday night.



원래 관람료가 18달러인 구겐하임은 매주 금요일 5시 45분부터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 내고 입장할 수 있습니다. 위치 상으로 구겐하임이 시내 중심부에서 더 멀기 때문에 구겐하임->모마->숙소로... 가 더 좋은 동선이었지만 시간상 모마를 먼저 관람해야겠더라구요. 


3시 반쯤 모마 앞에 가니 벌써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빨간 점이 하나 더 그려진 과녁 모양 Target의 마크가 새겨진 빨간 바리케이드가 늘어서서 관람객이 줄을 제대로 서도록 돕고 있더라구요. 이중, 삼중, 사중으로 겹쳐진 줄을 보면서 혼자인 저로서는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나 한숨이 나왔지만 시간이 흐르고 줄이 다섯겹, 여섯겹,일곱겹으로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들보다 앞에 있다는 것에 대해 안도했습니다. 


4시가 넘으니까 줄이 빨리 빠지면서 드디어 공짜로 입장했습니다. 모마는 미술관 자체도 멋지고, 소장 작품도 뛰어납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까이 가기도 힘들더라구요. 반 고흐 작품은 붓터치를 가까이서 봐야 정말 감동인데..ㅠ.ㅠ
멋진 미술관을 급하게 둘러보는게 아쉬웠지만 저에게 다음주 금요일이란 없었기에 구겐하임으로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교통체증이 좀 있긴 하지만 구겐하임은 지하철역에서 약간 멀거든요. 구겐하임 앞에 가니, 역시 약간의 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마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5시 45분부터 원하는 만큼 내고 입장하는데, 저는 1달러를 냈습니다;; 여기선 약간 눈치를 주더군요.
이것만 낼 거냐구...--;; 하지만 당당히 입장!
 
구겐하임은 소장품보다 미술관 자체가 예술입니다. 나선형구조로 건물 꼭대기까지 계속 올라가게 되어있죠. 건물 자체가 예술인지라, 사실 미술품을 전시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죠. 6층 규모라해도 가운데가 완전히 비어있는 구조이고... 그래서 어떤 층에는 딱 한 칸의 남녀공용 화장실이 있습니다. 화장실 공간조차 부족하거든요^^;

 
다음날에는 뉴욕의 자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갔습니다. 구겐하임과 가깝고 센트럴 파크에 있어서 관람 후 산책하기도 좋죠. 여기도 역시 1달러만 내도 입장이 가능합니다. 매표소에 크게 써져있는 숫자($15)는 사실 '권장 사항'이죠. 여기는 관람료 적게 내도 눈치도 안 줍니다^^
한 달간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너무 지쳐서 이 큰 미술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지만 언제든 이 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뉴욕 시민이 너무 부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돈 아끼느라 잽싸게 돌아보긴 했지만, 미술관이 너무너무 좋아지게 된 계기를 제공한 여행이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MoMA와 구겐하임, 메트로폴리탄의 입장권입니다. 붉은 색 메트 입장 핀(?)은 구부려서 옷에 달고 다니면 됩니다. 제 것은 붉은 색인데 매일 색깔이 다르다고 해요. 박물관을 나올 때 재활용을 위해 수거하는 함이 있지만 저는 기념으로 그냥 가져왔어요^^)

* 2015년 업데이트,  현재는 모든 미술관 입장료가 $25 정도로 더 올랐고,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이제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도록 바뀌었다.
MoMA의 무료 관람을 후원하는 회사는 이제 유니클로다.
구겐하임의 pay What You Wish는 토요일 5:45–7:45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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