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의 tarsal scaph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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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병은 선천적인 문제였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흔치 않은 그런 병이었는데, 우연히도 그 의사가 이 병으로 박사 논문을 쓴 세계적인 전문의였다. 문제가 있는 뼈는 발등의 연결 부위에 있는 발목 舟狀골(tarsal scaphoid)이라는 뼈였다. 만약 어릴 때 단단해져야 할 이 발목 주상골이 딱딱해지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특히 피치 못하게 이 부분이 반복적인 충격을 받게 되는 프로 테니스 선수라면 더한 고통을 느껴야 한다. 이 뼈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지 않은 어릴 때부터 나처럼 지속적으로 크게 움직이게 되면, 이 뼈가 필요 이상으로 자라게 되어 모양이 변형이 된다. 또는 작년의 나의 경우처럼 이 뼈가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나는 이 문제를 모르고 있어서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에 회복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문제는 좀 더 심각해졌다.

이런 뼈가 있는지도 몰랐던 나였지만, 이것은 곧 나의 아킬레스 건이 되었다. 나의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자, 잠재적인 위험이었다. 이 문제를 진단하면서 의사는 나에게 다시는 테니스 시합에 나서지 못 할 것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나는 내 인생을 걸고 했던 일에서 열 아홉 살의 나이에 순순히 은퇴를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나는 절망했고 울었다. 우리 모두 울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이 상황을 컨트롤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우리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그는 계획을 생각해냈다. 나의 아버지는 현실적인 사람이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안정되게 보이는 분이었다. 어떤 문제도 이겨내기 어려운 문제는 없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는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승리자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바로 다른 가족들이 나의 투쟁심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날, 나는 무기력했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나는 완전히 절망했다. 내가 쌓아올린 인생의 많은 꿈들이 바로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보았다."

from RAFA(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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