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를 처음 알게 됐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종종 글을 챙겨보는 영화 평론가였던 로저 이버트.
십년 전쯤 AFKN 채널에서 일요일 오후 3시쯤이었던가... Ebert & Roeper라는 프로그램을 애청했었다. 물론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미국 개봉일과 한국 개봉일이 상당히 차이났던 그 시절에, 그 프로그램은 신작 영화의 예고편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통로였다.
2006년에는 한 해가 지나 저렴하게 파는 ebert의 movie yearbook 2005를 미국에서 사오기도 했었다.
어느날, 그의 투병 소식과 함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고,
사각형에 가까운 그의 인자한 얼굴에 익숙했던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Esquire |
턱 주위에 생긴 암으로 절제 수술을 하고 숨김없이 카메라 앞에 선 로저 이버트.
사실 이 모습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격이었다.
그러던 오늘,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Life itself를 중간 부분부터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시간은 미국 시간으로 로저 이버트가 70세에 세상을 떠난지 딱 3년 되는 날이었다.
평면 사진보다 입체적인 모습은 조금 더 충격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과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에는 먹먹한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50세에 일생의 동반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까지 충만한 사랑으로 서로를 지키던 그 모습.
점점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 나로선, 그렇게 나이들어 마지막을 함께 할 상대를 만나는 아름다운 모습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위안이 된다.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전성기 시절을 다룬 부분은 못 보고,
그의 힘겹던 마지막 인생을 다룬 부분만 보게 됐지만
눈을 떼지 못 하고 계속 볼 수 밖에 없었던 다큐멘터리, life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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