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에 로저 페더러가 호주오픈 우승을 했을 때,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었다.
2010년 1월 당시 만 23세밖에 안된 나달이 8강에서 무릎 부상으로 또 기권하면서
나달은 이제 '2주를 뛰어야 되는 그랜드 슬램 우승'은 앞으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 뒤로 8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더 따내고,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이루어서 이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 되었지만^^)
18세 정도부터 이미 너무 잘 해서 상대적으로 너무 이른 쇠락이 찾아왔던 나달, 다들 큰 기대없이 이번 호주오픈을 맞이했을텐데....2017년 호주오픈 1회전 때 마치 2009년의 나달처럼 좌우로 뛰어다니며 모든 공을 받아내는 장면을 보고 '아, 2009년같다.'라고 잠시 생각했었다.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정말 2009년과 똑같은 상황 (5시간 준결승전을 뛴 뒤, 페더러보다 하루 덜 쉬고 결승에서 만나는)이 이루어져 신기했고 2009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2009년 로딕-페더러의 결승전을 지켜보던 그 기분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패배. 나달로서는 한다고 했는데 영리한 페더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나달이 "최선을 다했는데" 라고는 못 쓰겠다. 예전과 똑같이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만 공을 주는 공략법은 게을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페더러는 결승전 당일 왼손잡이 자시카와 연습하면서 상대 선수를 대비했다.
(자시카는 주니어 us open 우승자인 19세 호주 선수로, 얘가 왜 불려나왔을까... 생각해보니 왼손 포핸드 선수^^)
생각해보면 호주 오픈 기간 중 나달 컨디션의 최정점은 8강전 라오니치와의 경기에서 왔다.
귀신같이 라인 안에 떨어지던 공들과 깔끔했던 경기 운영, 3세트 만에 끝내서 체력 비축도 하고....이 정도 컨디션을 결승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했더라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게 좀 힘들다고 느껴지는 게 나달이다. 35세 페더러보다도 더.
대회 시작 약 일주일 뒤 8강전에서 컨디션의 정점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마스터즈 대회 정도에서는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주일 안에 우승자가 결정나는 )
물론 문제는 있다. 32강전 즈베레프의 경기와 같은 경우는 나달이 먼저 2세트를 뺏기고 5세트에 가서야 승리를 결정지었는데, 마스터즈 대회에서는 2세트를 먼저 뺏기면 경기가 끝나버린다는 거. 물론 이 5세트 승리는 나달의 정신력 보강에 큰 도움이 된 경기가 됐지만 3세트 대회였다면 그저 32강 탈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0년에 이미 내가 포기했던 (?) 나달의 그랜드 슬램 우승이 그 뒤로도 8번이나 더 이루어졌듯이, 지금 내가 또 그랜드 슬램 우승이 어려워보인다고 포기하더라도, 나달은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포기했었는데 나달이 스스로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대회 두 개가 떠오른다.
2013년 롤랑 가로스에서 조코비치와의 4강전과 이번 호주오픈.
그 경기를 지켜보던 당시의 짜릿함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랜드 슬램 1라운드에서 탈락하던 나달을 보던 게 바로 작년인데, 결승 간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주었지만 ㅎㅎ.
다른 4강 선수들은 모두 빠르고 정확한 서브를 넣는데,
가장 정확도가 떨어지는 서브를 넣는 나달.
그런 서브로 결승까지 갔다는 게 기적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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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월 추가로 쓴 글
https://mori-masa.blogspot.com/2018/07/blog-po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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