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시 2013.12.22 02:17
요즘 보니, XXX 해외 봉사단원 모집 TV광고도 하더라....
광고를 보면서 처음에는 약간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광고 화면에서처럼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는 것은 2년 중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일 거다. 보통은 촬영용으로만 유니폼을 입게 만들었던 것 같다.
크나큰 결심을 하고 부임지에 도착하지만 예상했던 생활 수준보다 의외로 잘 사는 나라도 많고, 그래서 유혹도 많다.
나도 내가 해야 하는 일에는 충실했지만, 일을 만들어서 하지는 않았다.
잦은 휴교 탓에 실제 출근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빈둥빈둥 보낸 날이 훨씬 더 많았다. 그게 찔려서 귀국 마지막달에 정규 과정에 없는 소규모 보충 클래스를 만들어 몇 명 가르쳤던 게 유일하게 내가 추가로 한 일이었다고나할까. 그 2시간 보충 수업을 듣기 위해 왕복하면 4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버스 타고 학교로 찾아오던 학생의 그 열정에 비해, 난 형편없는 선생이었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보던 말미에는 그래도 뭉클해졌다.
뭐라해도 그 2년은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2년이었다.
대책없이 게을렀지만 그래도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가끔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영원히 기억해요, 선생님" "5급 합격하고 선생님 생각났어요." 같은 과분한 문자를 받으면 잠시 힘든 세상이 멈추는 듯 하다.
내가 그들에게 더 고맙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는 거, 상당히 위안이 되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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