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에 단기 알바 시작할 때
일하는 기간이 신기할 정도로 테니스 호주오픈 기간이랑 딱 겹치는 것이 섭섭했었고,
(한국에서 그나마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대의 메이저 대회가 호주 오픈)
처음에 '자신이 없어서' 알바를 거절해야 했을 때는, 거절의 이유로 테니스 시청 핑계를 댈까도 생각했었다.
어찌어찌 알바는 하게 되었고
호주오픈에서 뜻밖에 한국 선수가 4강까지 오르는 일이 생기면서
내가 테니스팬인 걸 아는 친구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정작 내가 경기를 못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주 바쁜 알바는 아니어서
적응 뒤에는 틈틈이 볼 만한 경기는 웬만큼 다 봤다.
그때는 호주 오픈과 완벽히 시간이 겹치는 알바를 하기 싫었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알바와 겹친 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
나달이 8강에서 탈락하면서, 그 다음 결승 경기 같은 것은 아마 내가 집에 있었으면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어서 (솔직히 보고 싶지 않은데도 시간이 비면 볼 수 밖에 없어서) 전전긍긍했을 텐데,
마지막날 바쁘게 뒷처리를 마치고 나니, 결승전도 어느새 끝나 있었다.
그렇게 할까말까 망설였던 알바였지만
이제 프렌치 오픈 기간이 되니, 지금 다시 그런 알바 자리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ㅎㅎㅎ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잠깐만 일해주다가
호텔 내 방으로 들어와서 테니스 보고 있으면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궁극의 시추에이션!
삼시세끼 늘 차려져 있어 내가 반찬 고민을 하거나 설거지도 안 해도 되고 ㅠ.ㅠ
사람이 이렇게 뭔가 한 번 겪고 나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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