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끝난 마드리드오픈 준결승에서 20세 치치파스에게 패배.
나달의 클레이코트 경기에는 종종 나달만의 반짝거림이 있는데, 오늘은 치치파스를 상대하며 별 대책이 없는 평범한 선수로 보여서 패배를 예견해야 했다. 그래도 바라는 건, 2014년 롤랑 가로스 때도 대회 중반까지 나달의 경기가 평범해보여서 '올해는 힘들겠구나' 했는데 어느 순간 반짝임이 살아나더니 실제로 우승해버린 적이 있는데, 올해도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12월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경기가 있고, 대회마다 엄청 많은 운동량이 필요한 프로 테니스. 대부분의 선수가 30대 초반에 은퇴를 해왔다. 페더러라는 괴물(!)이 만37세를 넘어서도 우승을 해내며 30대 초반에 은퇴한 선수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정말 특별한 선수이고, 사실 정말 체력적으로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그 테니스 선수 중에서도 나달은 엄청난 활동량과 우주 방어 수비 (사실 어느 시점부터는 조코비치의 수비가 더 뛰어날 때도 있는데 여전히 수비 테니스의 대명사는 나달인 것 같다) 로 유명했고, 그 활동량과 더불어 잦은 부상으로 이른 은퇴가 예견되어왔다.
나달이 서른 살도 되기 전인 2015년경부터 기량 하락이 오면서 나 역시 마음을 내려놓고 테니스를 보고 있었는데, 2017년에 뜬금 부활 (정말 기대하지 않았음) 해서 다시 나달의 테니스를 보는 기쁨을 많이 안겨줬었다.
올해도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를 만나기 전까지는 정말 괜찮았었는데, 조코비치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더니 클레이 시즌에 들어와서도 예전의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운동 선수를 절절하게 응원해 본 것이 처음이라,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나이 들어가면서 패배가 잦아지는 일을 경험하는 것도 처음이다. 뭔가 짠하면서 마음 아프다.
상당한 휴식 기간을 가지는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과 달리, 거의 1년 내내 대회가 있는 테니스 관람은 취미로 삼기에 상당히 좋은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제 2의 나달, , '또다른 my favorite'을 빨리 만들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favorite 응원 선수가 꼭 필요한 까닭은 아무래도 경기를 보는 몰입도가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나달 응원을 시작한 건 2007년 윔블던부터로 기억하는데, 어느 새벽 나도 모르는 새에 생긴 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새에 생길 뿐, 내가 억지로 좋아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나달이 중요 경기에서 패할 때마다 심적으로 너무 큰 영향을 받는데, 나달도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패배는 점점 잦아지니 패배에 연연치 않고 무던해지려고 엄청 애를 쓰는데 쉽지는 않다. 마음에서 선수 하나를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 않듯이, 누군가를 맞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어느 새벽 갑자기 TV 중계 화면 속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온다는 일은 상당히 멋진 일이다.
2007년 7월 새벽 어느 날의 응원으로부터 시작되어, 내가 12년을 꼼짝없이 울고 웃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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