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우리 고양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보고 싶고.... 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존재 - 집주인 개들, 테디와 타이니.





처음 스리랑카 집에 이사했을 때는 우측 숫놈 개가 나만 보면 짖어서 너무 무서워했었다.
집주인이 이사를 가버리고, 그 3층 규모 집에 나와 이 개들만 남았을 때, 
종종 피자 배달을 시켜먹었는데 이 개 땜에 무서워서 배달부 문을 열어주기가 어려웠을 정도.

왼쪽 암컷 타이니는, 선배 단원들이 넘겨 준 짐에서 나온 '육포' 한 번에 나의 포로가 되어 나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수컷은 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느날 집주인 딸이 놀러왔길래, 수컷이 온순해진 틈을 타서 나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그 뒤로 수컷도 내 친구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수컷 테디는 나를 싫어한 게 아니라 내가 자기를 너무 무서워 하고 피하니
내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딱 한 번 쓰다듬어 주니, 이 오해를 풀고 친해졌다.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일이 있어도, 이 친구들 덕에 마음이 풀리곤 했다.
인간끼리는 상처를 주고받아도, 동물은 그게 아니라는 걸 절절하게 배웠다.


 
어느날 내가 1박 2일 행사를 마치고 온 밤, 나를 늘 마중 나오던 두 마리가 나오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암컷만 나타났다. 너무 무서웠다. 테디의 실종.
집주인은 내가 문을 열어 놓고 다녔다고 약간의 의심을 했지만, 나도 혼자 사는 여자인데 무서워서 문을 열고 다닐 일이 있냐고 했다. 사실 그 집 대문은 너무 헐겁게 잠그는 문이었지만....
며칠 뒤, 수컷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했고 집주인은 암컷도 새로 이사 간 집으로 데려갔다.
그것으로 그들과 이별.


2년 전에, 내가 찍어놓은 테디와 타이니 사진 10여 장을 보다가, 용기를 내어 집주인의 딸에게 이메일을 썼다.
사진을 첨부해서.
집주인 가족은 너무 반가워하며 답장을 해줬고, 집주인 아저씨는 어찌 찾아냈는지,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도 했다. 그래서 그 뒤로 다시 소식을 주고 받고 있다.

나랑 같이 살 때도 이미 10살 넘은 개들이었던 이 부부. 암컷도 진작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래브라도 컵케익을 키우고 있다고.....

난 그때 컵케익이 래브라도종의 애칭이거나 하위 분류 종을 지칭하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말캉말캉한 강아지들을 인절미, 찹쌀떡...이런 식으로 부르듯이.
하지만 오늘, 집주인 아저씨 페이스북에서 이름이 '컵케익'인 래브라도의 실종 소식을 들으니 철렁하네.







10년 여 만에 이 집은 또 반려견 실종이네.... ㅠㅠ
컵케익은 만난 적도 없지만, 이 강아지는 제발 집으로 돌아왔으면.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면서, 사람을 위로하는 그림이 있는데,
우리 고양이도 물론 보고 싶고, 내 반려견은 아니었지만 테디와 타이니도 다시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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