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애국심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포츠에서 굳이 한국 선수/팀을 응원하지 않은 적도 많고...
그런 사람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기생충" 스페인어 더빙 예고편을 보니,
이건 한국어로 모든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고 모든 소품이 담은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국 영화여서가 아니고, 깐느+아카데미 최고상 수상이면 역사에 남을 영화인데,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생충 중의 많의 대사가 패러디되어 쓰이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중의 하나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라는 대사인데...
중간에 '다'가 추가된 것이라든지, 너는 계획이 있구나-와- 네가 계획은 다 있구나-의 미묘한 차이를 안다든지..이런 것은 외국어 학습으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은,는/이,가 의 사용은 한국어 교육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나는'과 '내가'를 적재적소에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낼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본인 책 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면서 "제가 번역한 책은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한 사례가 있다.
"그 책이 어디에서 출간되었나요?"라는 질문의 대답이 아닌 한, 소개를 시작할 때는 "제 책이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가 자연스럽다는 건 한국인이면 다 안다. 하지만 직업이 한국어 강사인 외국인에게 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라고 하니, 찾아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호기롭게 스페인 버전 예고편을 시청한 것 치고는 딱 두 문장만 알아들었다. 🙄
그 중 하나가 저 부분 대사인데....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혹시 누군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대신에 이건 "우리에겐 기회다" 이런 뜻인데, 외국인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번역이지만 원어가 가진 뜻과는 조금 멀어지면서 뒷부분과의 연결도 잃게 된다. 영화 뒷부분에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다른 데서 본 바로는 독일어 버전도 "Das ist unsere Chance"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의 기회다.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다른 데서 본 바로는 독일어 버전도 "Das ist unsere Chance"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의 기회다.
나의 모국어로 <기생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여태 내가 자막에 의존해왔던 외국 영화 중에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대사의 의미조차 다르게 받아들인 영화가 있을 것 같아 아쉬워진다.
아주 맛깔나는 문장인데 그 맛을 못 느낀 경우도 많았을 테고...
특히나...보통 원어->한국어 번역을 하지 않고
원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놓는 영화들.
왠지 원래 문장과는 의미가 많이 멀어졌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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