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시 서울 인사동 Moxy Seoul Insadong




오래 전 회사 다닐 때, 
갑자기 믹스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지면... 내 커피 타러 가려해도 옆언니에게 먼저 "커피 마실 생각 있어요?" 하고 꼭 물어보고 가야 되고, 그런 과정없이 혼자 본인 커피만 싹 타가지고 오면 뭔가 '공동체 정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그런데 몇달 전에 "처음 만난 젊은 애들" 몇몇과 잠시 카페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아무에게도 '마실 생각들 있냐?' 안 물어보고 자기 커피와 케익만 사와서 혼자 먹는 걸 보니...뭔가, 어?!?! 하는 마음이 드는 나를 발견했다. 먹을 생각 없냐고 안 물어봐서 놀란 게 아니라(난 커피를 거의 안 마시므로), 진짜 이제는 저런 사람이 있구나...하고 놀랐다. 그런데 그렇게 문화가 변한 걸 내가 그제야 알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늘 자기 마실 커피는 자기 혼자 챙기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진짜로 남에게 안 물어보고 자기 혼자만 마시는 사람을 보니... 요상하게 두드러져 보이긴 했다. 오옹? 사회 문화가 정말 변했구나, 하면서 새삼 놀라는 나를 발견했다.



#moxyhotel #atthemoxy


나에게 또 한 번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곳이 목시 인사동이다. 2019년 12월에 개관한 새로운 호텔. 
여태 호텔과 조금은 다른 형태로, '밀레니얼🤳' 감성이 여기저기 뚝뚝 떨어지게 만들고, 티셔츠와 바지 차림의 직원이 응대해 주는 곳.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 마스크를 쓰고 만나게 되어 다른 표정 언어를 정확히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이 호텔 직원들의 무뚝뚝하고, '날 귀찮게 만들지 마라' 같은 태도는 '이게 요즘 호텔 분위기인가? 내가 꼰대가 됐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전에는 꼰대라는 단어가 내 글에 포함되는 것조차도 싫었는데, 이젠 술술 나오는 거 보니 진짜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

나는 비행기 기내에서도 아시아계 항공사의 미소와 저자세는 부담스럽고 그냥 미국 항공사류 딱딱한 서비스에도 만족하는 편이다. 호텔 직원의 과잉 감정 노동 서비스에도 부담을 느껴왔지만, 너무 무뚝뚝한 이 호텔 직원(한 명 정도 빼고)을 보다 보니, 그동안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호텔 직원들이 얼마나 기분 좋게 해줬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쿠울~하고 무심하게'로 서비스의 기조가 변하는데,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이 됐나? 😏
목시는 '밀레니얼 세대' 감성에 맞춘 브랜드라고 하는데, 역시 난 밀레니얼은 아니었던 거야...


1층 공간을 뒤로 하고 이 건물의 최고층인 16층으로 올라가면 체크인을 할 수 있다. 모처럼 연휴 기간이라 사람이 많았는지, 방 정리가 안 되어 방 배정이 늦어지고 있었다. 객실은 3층-15층에 위치.

두 달 전쯤 이 호텔을 예약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화해 취소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전화 응대 때문에 좀 놀랐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 봐도 직원들이 좀 무심한 게 이 호텔의 분위기로 느껴젔다. 나를 체크인 해 준 직원 한 명은 너무 친절했지만, 나머지에겐 알 수 없이 적대적이고 시큰둥한 느낌을 받았다. 




목시 브랜드의 특징은 bar의 한켠에서 체크인이 진행되는 것으로, 체크인 시 모두에게 웰컴 드링크가 제공되어 기다리는 시간을 음료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은 장점.
시원한 옥외 공간도 보인다.
  


종로3가역 4번 출구 바로 앞, 바로 근처에는 고층건물이 없어서 시야가 트인 곳.
종로의 여러 유명한 건축물들이 보이는 좋은 위치를 십분 활용한 루프탑 바가 16층에 있지만, 웰컴 드링크로 안 되고, 꼭 Bar 메뉴를 주문한 사람만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는 사진 찍으러 나갔다가 주의를 듣고 다시 안으로 들어옴 🤗







실내로 다시 들어오고 나서야, 메뉴 주문 없이는 야외 바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은 게 보인다...🤯 야외는 오후 2시부터 운영한다고 되어있다. 나말고도 다른 외국인 팀도 나왔다가 직원에게 주의 듣고 들어오는 걸 보았다. 겨울엔 나가서 웰컴 드링크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아마도 다들 안 나가겠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나같은 사람 때문에 직원이 출입 막느라 계속 바쁠 듯.

2층에 숙박객을 위해 따로 카페처럼 꾸며놓고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공용 공간이 있으니 바 공간 추가 개방이 필요없기도 하고, 루프탑 공간은 호텔 직영이 아닌 누군가의 사업장같기도 해보인다. 그래서 단순 숙박객은 이 자리를 쓸 수 없나보다. 
(7월에 재방문을 해보니 저렇게 안내문 붙은 것은 사라져있긴 했다.)

방 정리가 늦어져 20여 분 대기한 끝에, 방을 받았다. 예약 시에 늘 높은 층을 요구해왔고 대부분 잘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이 호텔에서는 5층에 배정. 🏢
원래 층수가 낮은 호텔이 아닌, 15층 이상 객실이 있는 호텔에서 고층이 아니라 이렇게 낮은 층을 받은 것도 오랜만인 듯.
게다가 내 방은 5층일 뿐만 아니라...




창 밖이 곧바로 옆건물이라서 전망이랄 게 하나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





내가 3년 전 현재 목시 위치의 건너편 호텔에서 찍은 사진인데, 파란 동그라미가 현재 목시 자리이고 건물 공사 전이라 자리가 비어있다. 그 옆 진회색 건물이 10층 규모의 makers hotel인데 16층의 목시가 2019년 완공되면서 이 건물과 딱 붙게 되어, 트윈룸 중에 동향 창을 가진 11층 이하 방은 옆 makers hotel의 검은 벽만 보이게 된 것이다.

스위트를 제외하면 스탠더드 - 수피리어 2단계 등급이 있는 이 호텔에서, 내가 낮은 등급을 예약한 건 맞지만... 이 정도로 막힌 전망을 가진 방이 있다면 방 등급을 2단계보다 3단계 정도로 추가 구분해서 이런 방은 더 저렴하게 방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저가 호텔들은 有窗/无窗-> 밖이 보이는 창문 유무를 꼭 구분 표기해서 방을 판매한다.)

대부분의 호텔이 트윈룸을 전망이 좋지 않은 곳에 배치하거나 낮은 층에 두지만, 그래도 같은 스탠더드 등급인데 이 방향 룸을 받은 사람의 불운은 쩝....호텔에 숙박할 때 이런 창밖 풍경을 기대하는 사람은 밤에 들어왔다가 잠만 자고 나가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므로 꼭 사전에 미리 방의 특성을 표기해서 판매하거나 프론트 데스크에서 고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전망이 너무 별로면 방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었지만, 어차피 만실이 아니어도 "핑계처럼" -연휴라 만실이어서 방 여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고 (이미 체크인 시에 옆 고객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을 봤음), 다른 방이 정리되려면 또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하루를 지내기로.





광각 렌즈로 찍어서 어느 정도 넓어보이지만, 사실 컴팩트하고 좁은(20m²) 방. 그래도 갑갑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침대 크기도 그리 크지 않다. 침대 하나가 둘이 자기에도 충분해서 사실상 4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트윈룸도 있지만 이곳은 침대 폭이 좁음.



침대 사이에 마스터 조명 제어와 파워아웃렛, usb포트도 있어서 편리.
침대도 퐁신퐁신 포근했다. 거위털 이불인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건 별로였지만 더울 정도로 엄청 따듯해지는 이불. 온도 조절기까지 침대 머리맡에 있어서 편하다.






이 방을 선택하기 전, 트윈룸의 사진만 봤을 때 출입문 바로 옆에 침대 머리맡이 있는 구조라서 안정감이 없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문앞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문이 육중하게 열리고 닫히는 편인데, 그래서 다른 방 사람들이 드나들 때에도 쾅 쾅 문 여닫는 소리가 좀 들린다.

호텔에서 침대는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에 두는 게 보통이지만, 목시 서울 트윈룸은 입구 바로 앞에 침대를 놓는 흔치 않은 설계를 해서 20m² 넓이의 룸 치고는 욕실 공간을 더 크게 확보한 느낌이다.



메리어트 공식 앱에서 볼 수 있는 사진



목시 서울 트윈룸은 대부분 전망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신 거울이 미닫이 문이 되어 화장실 공간이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다. 더블룸에는 세면대 공간과 외부 사이에 단절되는 문이 없다. 더블룸 설계상 침대쪽에서는 세면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세면대/변기/샤워부스를 각각 문으로 닫아서 차단이 가능한 깔끔한 설비의 화장실. 고정식 샤워기가 아닌 탈부착식이어서 편하고, 레인 샤워도 구비되어 있다. 샤워 시에 개인 세면용품을 놔둘 수 있는 거치대가 넓어서 편리하다. 목시에선 바디 로션만 소형 용기에 제공되고, 나머지는 큰 통에 담겨있다. 앞으로는 모든 호텔이 환경 보호 차원에서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던데...난 조그만 토일레트리 모으는 걸 좋아해서 좀 아쉽긴 하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저런 공용 용기에 담겨있는 욕실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챙겨온 토일레트리🧴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샤워부스에 철제 바구니 같은 재질의 거치대가 달려있으면 그 사이로 조그만 샴푸통이 빠져나가거나 삐딱하게 사이에 끼여있는 경우를 많이 겪었는데, 이곳의 안정감있고 하얀색 깨끗한 거치대가 맘에 들었다.

심지어 거울까지 있어서 샤워 부스 설비는 여태까지 호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괜찮았음. 솔직히 나에겐 거울까지는 필요없었지만 🤗 만약 샤워하면서 면도를 하는 남자분이 있다면?? 아주 편할 것 같다.







전세계 목시 호텔의 특징적인 설비 -- 접이식 의자나 탁자 등이 벽에 걸려 있다. 공간을 잡아먹는 설비를 최소하하는 설계. 서울 말고 다른 나라의 목시 룸 사진에서는 벽에 매우 많은 물건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이 작은 호텔의 경우, 테이블이 없어서 뭔가를 먹을 때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래도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했다.

옷장 역시 따로 없이, 옷걸이에 옷을 걸게 되어 있는 형태.
전신 거울이 있어서 외출 준비를 하기에 편했지만, 내가 배정받은 방은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고 옆건물로 막혀 있어서 자연광 아래 얼굴을 보면서 화장하기는 어려웠다.☻ 자연광이 아닌 어두운 곳에서 화장을 하면, 나중에 밖에 나가서 봤을 때 얼굴이 얼룩덜룩한 경우가 있다.🤢





목시의  핑크색이 방 곳곳에 일관성있게 포인트 컬러로 장식되어 있다. 커피와 티백 등이 준비되어 있고, 아래 수납장에는 샤워가운과 1회용 슬리퍼가 들어있다. 무료 물 2병 제공.





개관 초기에 10만 원대 중반 요금이 책정된 때도 있었는데,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6-7만 원대로 숙박할 수 있다. 직접 방문해보니 6-7만원 대 요금일 경우에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10만 원대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그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호텔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다. (내가 6만 원대 후반에 예약한 게 최저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5월 중순 드디어 총액 5만원대 등장)

내가 Moxy 브랜드를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도, 뉴욕이나 오사카 등 물가 비싼 대도시에서 가장 저렴하게 요금이 책정되어있는 메리어트 브랜드 중의 하나였기 때문인데... 목시 인사동도 가격대를 높이지 말고 서울의 실용적인 숙소로 자리매김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가볍고 신선한 분위기의 젊은 호텔을 지향하는 것이 Moxy 브랜드 같은데(심지어 리츠 칼튼 톈진과 동급의 '메리어트 카테고리 4'로 분류되어 있기도), 목시 인사동은 호텔과 호스텔의 중간쯤 어디엔가 애매하게 위치한 것 같은 느낌. 카페같은 공간, 코인세탁실, 라커 등등 좋은 부대 시설이 많지만 외국의 훌륭한 호스텔에 설치된 그런 시설과 느낌이 비슷하다.

** 2021년 3월 3일부터 카테고리 3로 조정. 




* 장점

- 종로3가역 4번 출구 바로 앞. 종로/광화문쪽 여행 온 사람들에게 참 좋은 위치 
➡️사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왔을 경우에만 가장 편한 출구이긴 하다. 3개 노선이 통과하는 종로3가역이 워낙 크고 복잡해서. 3호선을 타고 왔을 경우, 굳이 4번 출구를 찾아서 나가기보다 차라리 3번 출구로 나와서 지상에서 걷는 게 낫다. 단, 4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지만, 3번 출구 쪽은 계단이 많다. 
- 깔끔하고 예쁜 실내 디자인
- 분위기 좋고 개방적인 체크인 공간(루프탑바)
- 호텔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편리
- 넷플릭스를 즐기면서 얼리체크인-레이트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패키지 등 여러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 key-less 모바일 체크인도 가능하고, 키 카드를 받았더라도 1층 drop box에 반납하고 간편하게 체크아웃 할 수 있다. 비대면 체크인/아웃이 가능하다.




* 단점

- 몇달 전 전화 응대에서도 느꼈지만, 직접 와보니 퉁명스럽게 느껴지는 직원이 몇몇 있다. 직원 교육이 필요해 보임.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 필요한 추가 물품은 16층 프론트로 직접 물건 가지러 올라가야 함. 하우스키핑 관련 대응이 숙박 내내 느렸던 것은 그동안 코로나 탓에 손님이 줄어서 직원도 줄였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봄🤷‍♀️
- 주차 제한적. 그래도 주위에 도보로 갈 곳이 워낙 많은 곳이긴 하다.


- 옆건물에 의해 전망이 막혀 창문의 의미가 없는 어두컴컴한 방은, 공식 앱에서 방의 상태에 대해 limited view 등으로 더 설명하고 가격대를 낮추는 게 필요해 보임. 서울에 익숙하고 잠만 자러 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약 종로쪽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이 호텔을 예약한 관광객이라면 크게 실망할 듯. 
-16층 규모이고, 각층에 객실이 많지 않은 것 치고는 엘리베이터 두 대의 운행이 너무 느림. 항상 한참 기다려야 함
- 윗층 사람이 늦게 입실하면 윗층에서 저벅저벅 걸어다니는 소리가 한밤중에 다 울림. 마룻바닥으로 인한 층간소음..... 😵
그리고 벽 사이 방음도 별로. 설계상 내 침대 바로 옆 벽과 옆방 화장실이 벽을 공유하다 보니, 사람이 화장실에서 목 긁어내는 소리(카아악 🗣캬아아악~ 🤧😵) 가 다 들림.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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