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새 시즌이 시작되려 하는데도
예전같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 그저께는 '황혼기'라는 글을 썼지만
이벤트 대회를 위해 아부다비에 머무르는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를 보니 테니스 대회의 또다른 매력이 다시금 상기됐다.
프로 테니스 대회는 "world tour" 라는 것.
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ATP)도 예전에는 atpworldtour.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내세웠었다. 요즘은 atptour.com으로 줄였지만.
테니스 선수 팬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전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을 눈으로나마 따라다니게 되고 풍광 구경을 하게 된다. 직접 관람을 결심하게 되면 역시 덩달아 세계 여행이 가능해진다.(나는 대회 관람을 위해 도쿄와 방콕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국내 테니스 관련 일을 잠깐 했을 때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김천, 문경 같은 도시에 가볼 수 있었다.
내년초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2 투어 대회 이전
이벤트 경기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데, 내일 그 경기를 위해 주최측 제공 숙소에 머무르는 한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리조트 사진을 보니, 또 다른 세계다.
Rixos Premium Saadiyat Island
Rixos는 터키 사업가가 시작한 브랜드이고 중동을 기반으로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기름 부자" 국가에 있는 호텔들은 세인트 리지스나 리츠 칼튼 류의 중후함과는 또다른 화려함이 있다. 이런 단어 싫지만... 그냥 가장 적합한 단어... '돈지랄'의 세계가 엿보인다고 할까.
내가 테니스 응원에도 시들해졌나?? 팬질의 황혼기인가?? 싶다가도 이런 부가 정보를 얻게 되면 '아,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었지.' 싶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대여섯개 이상의 다양한 식당 내부 사진이 보이는데, All-inclusive resort라고 하니 매일 3끼를 이 식당 저 식당 가보면서 먹는 재미가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정보 조사를 더 해보니 뷔페 식당만 무료이고 개별 메뉴 주문을 할 수 있는 각각의 식당들은 추가로 돈을 내고 - cover charge - 들어가야 한다).
이런 리조트까지 와서 빈부격차를 또 느껴야 하겠네😜 3끼 모두 뷔페만 가느냐와/ "올 인클루시브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커버 차지가 또 있어?" 라며 열내지 않고 "아, 그래?" 하면서 거리낌없이 다양한 식당에 가서 추가 지출을 할 수 있느냐로.
뭔가 다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김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날아가버린 꿈이 생각나기도 한다.
중동 기름부자 항공사의 1st class 좌석을 위해 마일리지를 안 쓰고 놔뒀었는데
그런 항공사들 중에 중요한 목적지/경유지가 아부다비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던 시절에도 마일리지는 1등석 편도를 탈 만큼은 가지고 있었는데, 아부다비 <-> 인천 A380 기종 운항 소식이 들려서 '에잇! 생일날 그냥 나를 위한 선물로 비행기만 타고 아부다비 하루 만에 갔다가 와볼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일리지는 있지만 아부다비 숙박비는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
그래도 인생에서 그런 좌석 한번쯤 타보는 것도 경험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런 낭비를 감행할 만큼 대범하지 못해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일이 됐고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한동안은 비행기도 뜨지 않았다가 운항은 재개되었지만, 대신에 수요가 줄어서 A380 대형 항공기 대신에 아부다비-인천에는 중대형 B787 항공기만 오고가는 실정이 됐다. 내가 목표한 1등석은 대형 항공기에만 있는 바로 그 좌석인데... 😭
심지어 중동 기름 부자 항공사라도 대형 항공기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지, 코로나 이후 공항에 얌전히 세워져 있었던 그 비행기들 모두 앞으로 상황이 나아져도 운항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항공사 보유 기종 소개란에 A380이 이미 빠졌다고 한다. 매각될 듯.
비행기 기종 자체가 안 뜨니, 내가 꿈꾸던 그 좌석 탑승 기회는 이제 아예 사라져버린 것.
머리 속에 '그냥 왕복으로 비행기만 타고 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미친 척 실행했어야 하는 일이었나보다. 🥺
나는 대부분의 마일리지를 미국 항공사에 가지고 있는데 (융통성이 크고 프로모션도 많아서 탑승시 요구 마일이 한국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탄력적임) 코로나 이전 시점까지는...각 항공 동맹의 내부 협업과 실시간 좌석 조회 기술이 점점 좋아져서, 미국 항공사 앱에서 파트너 항공사 비행편도 모두 조회가 됐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의 출도착이 모두 예약이 됐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얼마 전 시점에 갑자기 한미 왕복 항공권을 '4만 4천 마일' 웹 스페셜로 내놓는 탄력성을 보여주며 설레게 했었다. 한국 항공사의 4만 마일로는 동남아 정도 가는 것이 전부인데.
마일 발권 장벽이 낮아져서 종종 밤마다 그렇게 여행 계획 한번씩 짜보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였는데, 마일 놀이의 절정이 오려던 그때🙀 코로나가 당도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다 돌아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파트너 항공사끼리 원활히 서로 나눌 좌석 자체가 줄었고 항공 여행에 제약이 많아지니 미국 항공사앱으로는 이제 미주 여행이나 검색될까말까 한다. 검색 기능이 도로 퇴보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종종 앱에서 손가락으로 톡톡 여기저기 가보는 재미도 사라졌네.
아쉽다.
그저께는 테니스에 대한 열망도 줄었나 하고... 늙은이같은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테니스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사진으로 인해, 코로나로 잊고 있었던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드넓은 1등석 좌석은 사라졌으나 🛩 다행히 Rixos 호텔 브랜드가 Accor에 속해 있어서, 지금 160유로 상당 Accor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저 리조트에서 1박에 €160는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돌아나와야 할 수준이지만 😆 그래도 상상하는 데 부담이 조금은 줄잖아...
반전: 이 이벤트 대회가 끝나고 참가 선수 대여섯 명이 줄줄이 코비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내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몰고 왔다. 물론 어느 선수가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걸려서 어떻게 퍼지기 시작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대회에 임한 선수들이 조심하는 정도와 대회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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