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스 이시레물리노 발드센느 ibis Issy les Moulineaux Val de Seine

 


파리 숙박에서 예산을 생각하면 선택은 시내 여기저기 있는 ibis일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내가 도착하는 주에 예수승천일 휴일 + 토요일 Saint-Denis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탓에 파리 숙박 요금이 무한정 치솟았다.💰💣 내가 파리 호텔 검색을 시작한 시점은 챔스 8강 이전으로, 며칠 뒤에야 4강 진출팀이 정해진 때였을 뿐인데도 4월에 이미 예약을 마감한 호텔도 있었다. 아니,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4강에서 지면 어쩌려고?!? 그러면 결승전은 갈 일이 없는데?

원래 2022 챔스 결승 장소는 러시아 St. Petersburg로 정해져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2월에 파리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목요일 예수승천일 공휴일에는 상대적으로 예약이 쉬웠고 금/토 예약 마감이 훨씬 빨랐던 거 보면 연휴보다는 축구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어차피 나의 파리 방문 목적은 롤랑가로스 관람이기 때문에 다행히 그 지역은 파리 남서부로, 파리 북부인 Saint-Denis구장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챔스 결승전인 28일 토요일을 기준으로 경기장에서 먼 호텔들도 대부분 가격이 다 오른 상태였다. 테니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축구팬의 위력을 새삼 다시 느끼는 순간.🎾롤랑 가로스 '결승'은 호텔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치던데😏. 물론 Stade de France의 수용 인원은 81,000명대, 테니스 결승이 열리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수용 인원은 15,000명대로 5배 넘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Marriott 계열 무료 숙박권이 있어서 파리에서 쓰려고 했지만, 그걸 쓸 만한 호텔은 이미 4월 초부터 5월 26,27,28일 숙박권 예약은 대부분 막혀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롤랑가로스 경기장 근처로 검색 범위를 좁히다 보니, 숙박을 파리 바깥 Issy les Moulineux에서 하게 되었다. 이시레물리노는 서울과 비교하면 잠실/올림픽공원 근교의 [성남] 정도라고 할까. 파리 숙박업계 야단법석 중에서도 5월 27-29일은 평소 가격대(세전 €85 미만)를 유지한 ibis Issy les Moulineaux Val de Seine를 운좋게 찾아서 예약했다. 이시-레-물리노는 이비스, 노보텔, 소피텔등을 거느린 그룹 Accor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지사 등등 대기업 몇몇이 이 도시에 위치해있다는 것도 판교/분당이 속한 성남시와 비슷한 느낌?!

항상 혼자 있고 싶어서 호텔에 가면서도 '혹시 누군가 불러서 아침이나 같이 먹을까?!' 하면서 습관적으로 2인 예약을 하는데, 몇몇 파리 호텔을 예약하고 나서야 파리는 1인 숙박과 2인 숙박의 세금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처럼 방 하나에 매겨지는 세금 외에 숙박 인원당 부과되는 city tax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주 비싸지는 않아서 2박에 약 5천원 정도의 차액이 있었는데 그 정도라도 줄이고자 1인 예약으로 다시 하려고 시도했더니, 챔스 결승전 무풍지대같았던 이 호텔도 4월 중순부터 이미 예약이 꽉 차서 더 이상 예약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서울로 치면 상암구장에서 경기가 있는데 성남까지 예약이 꽉 찬다고?!?! 괜히 재예약하려고 취소했다가 저렴한 이 호텔 이틀 연박을 다시 잡을 수 없을까봐😀 재예약은 포기.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니 인원 수를 물어보고 다시 1인 택스로 계산해줬다. 

이시레물리노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ibis budget도 있어서 이 곳은 Val de Seine이라는 근처 지명을 추가해서 구별해야 한다('Val'은 Valley와 같은 뜻). 여기를 경기도 어느 도시쯤이라고 비교하면 될까 했을 때 처음에는 광명인가? 생각했는데 성남과 비교로 바꾼 이유는, 유명한 스포츠 경기장들과 가까운 편이고 공항에선 멀기 때문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샤를 드골 공항이 북동쪽에 있다면, 이시레물리노는 완전 반대 남서쪽에 있다. 그래서 사실 자동차가 없다면 대중교통으로 공항에서 호텔 오가기가 매우 까다로운 지역이다.  

파리 교외를 다니는 RER 운행이 원활한 경우엔 공항에서 RER B선을 타고 40여분 걸려서 ST-Michel Notre Dame역(시내 중심)까지 온 뒤 RER C로 갈아타면 Issy역까지는 21분 걸리기 때문에 접근성이 아주 나쁘진 않다. 어차피 파리 어떤 호텔을 목표로 하든 택시를 안 탄다면, 공항에서 RER B나 Roissy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려서 시내 중심부까지 오기 마련인데 거기서 추가로 20여 분 정도 더 이동해야 하는 건 대부분 마찬가지이기 때문.  

하지만 시내중심부에서 공항까지 가는 RER B선은 2022년 상반기 기준 몇달째 공사중👷으로 운행에 변동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시점에서는 RER B 대신에 버스 노선도 공부해야만 했다. 

파리 지하철은 계단이 많아 고생스럽지만 그래도 RER B를 타면 40여분 만에 노트르담까지 올 수 있는데, Roissy 버스는 공항터미널을 순회해서 오기 때문에 한 시간 넘게 걸려서 시내 Opéra Garnier 근처에 도착한다.(Roissy bus를 출발지에서 탄다: 터미널 30분 순회가 있어서 지루하지만 앉을 자리가 있다/마지막 터미널에서 탄다: 거기서부터 45분이면 시내에 도착하지만 앉을 자리가 없을 수 있다) 프랑스도 참 지독하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파리인데 공항버스 노선이 단 한 개??💁 몇몇 사설버스 노선은 코로나 이후 사라졌다고 한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트램2호선 Jacques-Henri Lartigue역으로 도보 5분 거리. 역에서 내리면 조용한 분위기이고 주위에 주거 시설, 학교가 많다.  RER C Issy역까지는 도보 10분 걸리는데 여기서 C을 타면 'Champ de mars - tour eiffel' 에펠타워 근처 역까지 10분 걸린다. 보통 지도앱에는 길 안내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RER Issy 역 밖으로 나와서 계단을 내려와야 이비스로 빠르게 찾아갈 수 있다. 




ibis Issy les Moulineaux Val de Seine은 2010년부터 오랜 후기가 보이고, 예약 사이트에 나오던 방 내부 사진이 2000년대 초반 설계 이비스 특유의 색감 - 어느덧 촌스러워진 갈색 톤을 갖고 있어서 기대가 크지 않았다. 낡았을 것을 예상하고 '싼 맛에 가는 거지 뭐.' 하고 산뜻함은 포기. 그런데 실제 방에 와보면 2010년대 중반 이후 설계된 이비스의 특징인 '털실 니트(?)'사진 & 분필 느낌 그림이 그려진 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7월에 개관한 이비스 해운대가 여기와 똑같은 벽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후기 사진들의 변화로 짐작해봤을 때 이 호텔은 2018년경 리노베이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리노베이션을 하면 예약 사이트에 사진부터 바꿔서 새 것인 티를 내는 것을 생각하면... 이 호텔은 꽤나 게으른 호텔인 듯🙇. 버스로 실어오는 단체관광객들을 많이 받았던 호텔이었던 걸로 보이는데 그런 확실한 수요가 있었으니 홍보에는 무관심했던 게 아닐까 싶음🤔. 요즘은 단체 관광객이 없으니 그 인파를 마주칠 일은 없다.





여기 방 크기는 15m²인데 파리에서 이틀 연속 휠체어 사용자용 룸을 배정 받아서, 내가 머물게 된 방은 엄청 넓다. 화장실만 10m² 될 듯하다. 왜지??  

하지만 내가 절대 선호하지 않는 커넥팅룸의 일부였던데다가(아무리 문이 차단되어 있어도 옆방 소리가 다 들리는 경우가 많았음) 어디선가 누가 물을 계속 쓰는 것 같은 수도관(?)소리가 1시간 동안 그치지 않아서 결국 방을 바꿨다. 그래서 이비스다운 조그마한 방으로 왔다.💁‍♀️



그래, 이게 이비스의 정석, 15m² 방이지. 좋은 방을 줬는데 왜 바꿔 달라고 하냐며 직원이 의아해 하기는 했지만, 아까 공간이 남아도는 그 방은 너무 큰데 창문 크기는 똑같아서 어둡고 오히려 기분이 이상해... 시이이이~ 누가 물을 틀어놓은 듯한 소리는 계속 나고. 

기본 룸은 좁은 방 크기에 비해 매우 큰 책상이 있어서 실용적이다. 그 위에 짐을 올려놓아도 되고 밥을 먹거나 뭔가 일을 하기도 편함. 아까 갔던 방은 방 크기에 비해선 책상이 작았는데... 😉





대신에 이전 방은 저층 3층임에도 바깥 풍경과 나무가 좀 보였는데, 이 트윈룸은 건너편 공사장만 보인다. 주거 시설인 것 같은데, 아마 완공되면 서로 커튼 치고 살아야 할 듯. 하지만 이 건물이 완공되어 1층에 혹시라도 상가같은 것이 들어온다면 호텔 숙박객에겐 편의성이 훨씬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이비스 공통은 아니지만, 몇몇 나라 이비스를 다녀보면 느낄 수 있는 이비스 특유의 실용성. USB 충전을 포함해 나라마다 규격이 다른 전자제품을 꽂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의외의 세심함을 이비스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욕실도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깨끗한 편. 그런데 이 호텔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보다는 약간 더 엉성한 느낌이다.






장점: 사진으로는 그렇게 크게 안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호텔 등급이나 방 면적에 비해 상당히 크고 좋은 필립스 티비가 설치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서 보기 딱 좋다. 파리에 티비 보러 오는 사람은 없겠지만... 🗼

저렇게 벽 틈이 벌어져 있다니 리노베이션을 해도 참 대충하네... 갑자기 벽이 툭 무너지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 사진을 보니 이렇게 티비가 큰 방은 연결 문제인지 다 틈이 벌어져 있다는 걸 발견. 티비가 좀 더 작은 방도 있는데 거기는 저런 문제가 없었다. 






역시나 다른 곳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리노베이션되어 허술한 점도 많긴 하다😂. 
그래도 챔스 결승의 난리 속에서 저렴한 가격에 숙박하게 해준 곳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그냥 넘어갈 밖에. 파리 여행을 계획한 다른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5월 임박해서 이날 숙박 예약을 알아보다가 허름한 호텔까지 모두 40-50만원 대를 넘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글을 많이 보았기에... '트윈룸이라 침대 하나 남는데 나도 룸메이트를 모집해서 돈을 좀 벌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던 날이니.😝 

이 이비스는 도보 여행자보다는 버스로 실어온 단체 관광객 위주의 호텔이라고 보면 되고, 그래서 바로 근처에는 식당 같은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작은 회사 몇 개가 있는 조용한 주거지역이다. 5분 거리 트램역 근처에 식당이 몇 개 있고 도보 8-9분 정도 걸어나가면 franprix도 있고 h&m, 대형 수퍼마켓 '오셩' 등이 입점한 쇼핑몰과 함께 좀 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식당이 있는 동네가 나온다. 호텔 바로 옆 수퍼마켓...이런 건 기대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막하게 외진 지역은 아니다.




장점:

* 큰 행사가 있어도 가격을 그리 올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원래 가격대의 변화가 크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설이 나쁘진 않은데도 가격이 저렴하므로, 파리 남부에 머물러야 하는데 예산이 한정적일 때는 매우 추천하는 곳. (대신 냉방이 좋지 않은 것 같으므로 한여름 숙박은 추천하지 않는다. 5월 말까지는 괜찮았음) 
* 새벽 0시에 버스 타고 호텔로 돌아온 적도 있는데 Issy는 비교적 안전하고 조용한 주거지. 
 * 12시부터 체크인이라서 다른 곳에 비해 일찍 체크인할 수 있다.
* 대형 관광버스도 많이 드나드는 만큼, 주차장 시설도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를 가지고 파리 여행을 하는 사람은 참고할 만 하다. 



단점: 

* 12시 체크인이 가능한 호텔이기에 오전 10시 이전부터 청소가 시작되어 옆방이 시끄러울 수 있고, 직원이 문을 두드리며 열어보고 다니기도 한다. 늦잠 잘 사람은 Do not disturb 꼭 밖에 걸어놓고 문도 잠금장치 돌려서 열리지 않도록 해놓아야 한다.

* 내가 파리에서 머무른 대부분의 호텔은 수퍼마켓이 아주 가까이 있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파리 이비스는 물 한 병도 제공하지 않는데 10분 걸어나가긴 또 싫고... 그냥 1층 바에서 콜라 한 병 마셨다가 3.9유로(5200원) 냄. 예산을 줄이겠다고 다소 외진 호텔로 오는 것의 단점을 뼈저리게 느낌. 결국 들 돈은 든다. 미리 장을 봐서 들어와야 함.

*두 번 숙박해보니 소음의 차이가 있었다. 호텔 정면에 창문이 있는 방인 10번대 방은 피해야 함. 특히 41x호. 저녁부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와서 옆 41x호 사람들도 나오고 그랬는데, 직원은 태연하게 호텔 주방 환풍구 (그녀도 영어가 짧았으나 이런 의미인 듯 했다) 소리라며 밤 10시에 끝난다고 했다. 음식 냄새도 있었다가 소리와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아 환풍구가 맞는 듯. 이런 소음을 그냥 참으라니... 웬만한 체계를 갖춘 호텔이라면 불편한 수면에 대한 회원 포인트 보상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비스가 그런 체계가 있을런지.🤷‍♀️ 항의와 시위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 사람들 참 착하네. 이 소음을 엘리베이터 소음이라고 생각하던, 옆방에서 나온 부부와 잠시 얘기 나눈 거 빼고는... 다들 아무말없이 소음을 견디다니. 

며칠 전 묵었을 땐 '풀북이라더니 주위에 나말고 아무도 없는 건가' 싶게 조용한 곳이었는데.



저번 트윈룸보다 약간 더 넓고 파란 하늘 구경을 할 수 있었던 대신에💣시끄러웠던 두번째 방


--> 이런 단점 때문에 혹시라도 파리에 가게 되어도 다시 가 볼 일은 없는 호텔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뒤 매니저가 상당히 성의있는 피드백을 보내옴. 
늘 보는 '복붙' 문장이지만 "다음에 더 좋은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기회를 달라"는 데, 왠지 또 가보고 싶어짐 ㅋㅋ 사실 저렴한 가격이란 장점이 굉장히 큰 곳이라서. 
본인 호텔 변명만 하던 다른 호텔의 피드백에 비해, 시정 노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담은 상당히 성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Opéra지역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르그헝이나 Ritz로 1박에 수백 내고 쏘옥 들어갈 수 있다면 아무 것도 생각 안 해도 되겠지만😶 그런 재력의 사람들은 어차피 공항버스를 타지도 않겠지. ㅎㅎ Roissy버스를 타고 오페라 지역에 내린 뒤 Issy 방향 이동을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지하철 8호선을 타는 것. 그러면 16분 만에 Balard역에 도착한다. 지하철 소매치기가 두렵거나 짐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싫다면 42번 버스(혹은 68 -> 39번 버스 환승)가 있다. 버스는 돌고 돌아 50분 가까이 걸리는데, 대신에 파리 시내 구경을 골고루 시켜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마음은 버스가 끌리지만, 사실 그러면 겨우 호텔 근처에 왔을 뿐인데 공항에서부터 버스만 2시간 줄창 타게 된다는 단점이...

Balard에서 내려서 몇 분 걸어 Suzanne Lenglen역으로 이동한 뒤 트램2호선을 타면 도보 포함 10분 뒤 드디어 ibis 호텔에 도착한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없는 노면전차가 호텔 근처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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