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스 스타일스 파리 마세나 올랑피아드 ibis Styles Paris Masséna Olympiades

 


난 호텔에 물건을 잘 늘어놓지 않고 가방에서 꺼내서 쓰기 때문에 짐을 풀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가면 금방금방 짐을 싸서 거의 매일 호텔을 옮겨 다니며 도시의 여러 곳에서 거주해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데, 그렇다 해도 내가 파리의 이쪽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서울 여행 온 외국인이 판교에 가느니 그래도 '서울 안'에 남겠다며 구로구 끄트머리에 자리잡는 양상.


🎈ibis Styles Paris Masséna Olympiades


우측 하단 꽃으로 표시해놓은 지역. 그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회색 길이 Masséna대로.


원래 사려고 봐뒀던 항공권의 가격이 순식간에 인상되어 하루만에 수십만원을 더 쓰기 아까워진 데다가🤯, 사실 그 항공사의 파리 출도착 시간도 맘에 안 들던 상황이었다.(-> 아침 8시 착륙, 숙소 체크인 가능 시간이 아니어서 어디선가 시간을 보내고 체크인 해야 함. 출발편도 아침 10시, 이 애매한 비행시간을 위해 1박을 더 해야 하는데 심지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새벽에 눈비비며 호텔 나와 공항 가야 하므로 숙소 비용 아까움)✈ 그래서 결국 그 항공사를 포기하고 일정을 고쳐서 다른 항공사를 예약하게 되어 숙박이 앞뒤로 2박 더 늘어났다. 흠... 생각해보면 가파르게 오른 그 항공권 차액보다 🤼‍♂️ 2일 추가 여행비용이 더 커지는디?? 

어쨌든 출도착 날짜가 변하면서 첫날 호텔을 찾아야 했고, 여러 번 예약과 취소를 거듭한 끝에 파리 남동쪽 구석 13구 안에 위치한 이 호텔을 예약하게 됐다. 5월 28일 토요일에 파리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데다가 26일은 예수승천일 휴일이라 호텔 가격이 너무나 올라서 괜찮은 호텔 찾기가 꽤 어려웠다. 여기보다 약간 더 저렴하거나 위치가 더 맘에 들었던 곳도 물론 있었지만, 이미 예약해 둔 다음날 호텔로 이동하는 교통 수단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호텔 예약을 3-4번 바꾼 끝에 트램🚋역이 가까워 가방 끌고 이동해도 부담이 없는 이곳으로 최종 결정했다.

파리에서 특히 아시안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인 13구에 위치한 호텔로 근처 지역에는 중식당, 베트남식당, 태국식당들이 많다.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다수의 한인민박도 이 근처에 위치해있다. 이 호텔은 원래 오래된 Best Western 'Bercy Rive Gauche' 호텔이었던 곳인데, 2014년 하반기에 이비스 스타일스로 브랜드를 바꾸어 새단장 오픈하면서 호텔 이름에 붙는 지명도 'Masséna Olympiades'로 확 바꾼 게 좀 특이하다. 보통은 지명은 놔두고 브랜드만 바꾸는데... 

(이 호텔 위치는 Rive Gauche지역이 맞지만 보통 Bercy는 강 건너 동쪽을 가리킨다.) 


2014년 7월 시점..베스트웨스턴 특유의 파란색은 흔적만 남고 이비스로 변신 공사 중 


도보 4분 거리에 지하철 7호선/트램3호선 Porte d'Ivry역이 있고, 도보 8분 거리에는 파리에서 가장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14호선 올랑피아드역(2007년 개통)이 있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파리답지 않게 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역이 많고, 선로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게 바로 14호선이다. 무인 운전 시스템이기 때문에 파업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노선이라고 한다. 

공항버스가 도착하는 Opéra Garnier 근처에서 짐가방을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7호선 오페라역 말고 14호선을 타기로 했다. 7호선보다 몇 분 더 걸어서 14호선 마들렌느역(Rue de Sèze와 마들렌느 광장이 만나는 구역에 엘리베이터👏있음)에서 출발하면 12-3분 만에 올랑피아드역에 도착할 수 있다. 올랑피아드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4번 출구로 나와서 호텔까지 (각종 지도 앱에 의하면) 도보 9분. 

가방을 끌고 걸으니 그것보다 더 지루하게 걸었던 느낌이다. 7호선을 탔을 때보다 도보 거리는 더 길지만 14호선은 지하철 이동시간이 10분대로 매우 짧다. 파리에서는 지하철을 짧게 탈수록 소매치기의 위험이 적은 데다가 14호선이 가장 현대적이므로 이 경로가 낫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올랑피아드역이 환승 노선도 없는 종점 역이기 때문에 승객도 점점 줄어들어 앉아서 가기 쉽고 올랑피아드역에는 사람도 별로 없다.

(2024년 추가: 2024년 6월에 14호선이 연장 개통되어 올랑피아드역은 더 이상 종점 역이 아니게 됐다. 올랑피아드역에서 오를리 공항역까지 17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


2022년 기준 계속 공사중이라 변수가 많지만 RER B선 운행이 원활할 경우, 공항에서 B선을 타고 Cité Universitaire까지 온 다음(46-48분 소요) 그 역 바로 앞에서 트램3호선으로 갈아타고 Porte d'Ivry역에서 내리면 된다. (도보 포함 17분 추가) RER 씨떼 위니베르시떼르역도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가 있는 역이고, 트램도 계단이 없으니 짐을 가지고 이동하기에 편하다. 자동차 이동을 제외했을 때, 열차 소매치기같은 위험을 감수한다면 이게 가장 빠른 공항 이동 방법.

시간 여유가 많으면 Roissy bus 하차 후 오페라역 근처에서 27번 버스를 타도 된다. 버스로 퐁뇌프 다리를 건너고 각종 관광 명소를 구경해가며 40분 만에 호텔 근처 Masséna 대로에 도착할 수 있다.


내가 공휴일에 방문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호텔 주위는 정말 조용하고 사람 왕래는 많지 않았다. 지도에 의하면 호텔 양옆에는 연구, 교육 관련 정부 기관이 입주해 있다. 

체크인할 때 영어에 능숙한 친절한 직원이 빠르게 안내해줬다. 나의 호텔 도착이 오후 6시 정도로 약간 늦었는데, 직원이 내가 예약한 것보다 큰 방을 줬다고 했다. 올라와서 확인해보니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둔 방인 듯



내가 이런 방을 받았기 때문에 기본룸의 크기가 얼마 정도인지는 설명이 불가하다. 파리에선 이비스 계열, 심지어 4성급 머큐어 호텔도 방이 15-16m² 정도인 경우가 많은데 이 방은 25m² 훌쩍 넘을 듯. 카페트에 그려진 그림처럼 방에서 농구를 해도 되겠음. 그래서 기본룸에 숙박한 사람이랑 이 호텔에 대한 감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겠다. 

이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힘 빠지는 소식을 들어서 기분이 다운되었었다. 힘들게 호텔을 찾아와 짐도 펼치기 힘든 15m² 방에서 '그래, 이런 게 현실이구나.' 했으면 더 우울했을 수도 있는데, 이 호텔에서 심지어 창문도 두 개 있는 ㅋㅋ 크고 밝은 방을 받아서 하루가 덜 우중충해졌다. 



비교를 위해서 booking.com 후기 중에서 Manuel님의 사진을 좀 빌려왔다. 기본 방은 이런 느낌으로 좀 갑갑해 보이는데, 다른 후기에도 가격에 비해 좁다는 평이 많았다.




공간이 남아도는 내 방.😋 공간에 비해 아주 작은 탁자이지만 나 혼자서 음식 먹고 여행 정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됨. 바닥의 시커먼 것들은 얼룩이 아니라 운동 선수들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Olympiades'라는 주거 단지가 호텔 옆에 있어서 그런가... 스포츠 종목을 주제로 해서 꾸며진 호텔이다. 사실 올림픽과는 그닥 관계없는 동네인데, 아파트 건물마다 올림픽 개최 도시 이름을 붙였다는 근처 주거 시설 때문에 이런 선택을??





침대에 누워서 옷장 찍어 봄. 역시나...나는 옷을 웬만하면 걸지 않음. ㅎㅎ



한국 이비스 스타일스와 다르게 클리넥스/슬리퍼 같은 건 제공하지 않는다. 후기에 어메니티가 너무 없다며 잔뜩 화난 분들을 많이 봤는데 파리 3성급 호텔의 특징인 것 같다. 클리넥스나 냉장고 같은 것이 필요하면 4성 이상을 예약해야 한다.




넓은 스위트룸...그런 개념이 아니라 여기는 호텔마다 몇개씩 꼭 있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용 방인 것을 알게 해준 욕실 시설과 넓이. 화장실은 세월이 좀 느껴진다. 세면대에 포장도 없는 종이컵을 엎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흠, 세면대와 닿은 그 컵에다 입을 대고 쓰라고?!?! 😔


다음날 아침..



2014년에 리모델링한 것 치고는 조식당이 여전히 새것처럼 깔끔하고 이뻐서 놀랐다. 이 호텔은 외관은 많이 낡았는데 실내는 잘 유지한 편이다. 아침 일찍 내려가서 나 혼자였지만... 안으로 깊숙이 예상보다 테이블도 많았다. 총 96실의 호텔인 것 치고는 조식당이 여유있는 편.

아침을 원래 안 먹는 나는 괜찮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만족하지 못할 조식으로... 직접 짜먹는 오렌지 주스와 씨리얼, 커피와 햄 빵 종류가 대부분. 유럽 뿐만 아니라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한국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아침을 가장 거하게 먹는 것 같다. 파리 호텔 조식 후기를 보면 외국인들도 "야, 계란도 없고 채소도 없는데 이 가격이냐?" 이런 내용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엔 적어도 계란은 있었다.




아이스크림 콘 같은 재질에 잼을 담게 되어있다. 좋은 아이디어. 


이웃 건물 담쟁이덩굴 벽이 보이는 평화로운 조식당.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더 분위기가 좋은지도 ㅋㅋ 이 조식당에서 '이 호텔은 재방문해도 되겠다' 라고 느꼈다. 파리 시내 중심부에서 벗어난 것이 오히려 조용해서 좋았다.


주위에 아시아 식당이 많아서 먹을 거리가 많고, 걸어가거나 버스 등을 타고 조금 이동하면 나름의 번화가도 있는 지역이다. Butte aux Cailles 등의 벽화가 많은 동네를 방문해봐도 좋다.

내가 예약한 뒤, 풀부킹으로 더 이상 가격대를 조회해볼 수 없어서 호텔이 꽉 찼겠거니 했는데 머무는 내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해서 이상했다. 와이파이 속도도 빠름.

파리에는 1인도 들어가기 힘든 좁고 낡은 구식 엘리베이터가 있는 호텔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방식의, 현대식(?) 5인 이상 이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장점. 1층에 항상 물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해놓았다.


단점: 12시가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공존하는 시간인데 직원 한 명으로만 응대하는 패기. (체크인 12시부터 가능) 대기가 길어진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회복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겪는 문제로, 코로나 때 줄였던 인력을 확충하지 못해 이런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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