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같으면 랭킹 1,2위 안에 머물러 있던 나달이 늘 나중에 입장했지만, 요즘은 나달 랭킹이 낮아져서 순위 높은 상대 선수보다 먼저 입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음에 입장해야 하는 선수는 랭킹이 더 높은 선수라도 이미 Rafa!! 응원으로 가득한 경기장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으며 입장하게 된다. 안그래도 뭐 필립샤트리에에서의 나달과의 대결이라면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지구상 단 한명도 없는데....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쓰는 걸 경계했는데, 이건 정말 이번 2022 롤랑가로스를 보내고 나니 확신을 갖게 됐다.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없다. '아닌 척' 할 선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 열광적인 응원은 나달에게 힘이 필요할 때마다 경기 중간 중간 계속 됐고
준결승전 1세트의 어떤 게임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상대 선수가 기가 눌리면서 나달이 브레이크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게임도 있었다. 관중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게임을 가져오는 것 같던 그 느낌.
물론 내가 나달 경기를 처음으로 끝까지 지켜본 것이 윔블던 '결승전'이었고 - ATP 10위권 선수라 해도 평생 못 밟아보고 은퇴할 수도 있는 - 그 위치에 어릴 때부터 선 선수라서 나달에게 '언더독' 타령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경기를 처음 지켜보던 10여 년 전에는 페더러라는 견고한 벽이 있어서 나달은 '그의 커리어에 훼방을 놓는 존재'쯤으로 치부되며 악역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경기장 전체를 채우는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개무량했다. 이 일방적인 응원에, 다른 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며 핏대를 세우는 안티들도 있던데... 그 설명엔 그저 단 한 마디만 필요하다. "He earned it." 라파도 이런 응원을 처음부터 받은 것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5월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다짐했던 말, C'est Méri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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