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중국 여행 숙박 포함 23만원 정도 쓰고 받은 Marriott 25,000포인트 상당 호텔 무료 숙박권이 있었는데 원래 유효 기간은 2020년 4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여행이 불가해지자 Marriott에서 몇 차례 유효 기간을 연장해 준 끝에 최종적인 유효 기간은 2022년 6월 30일이 되었다.
해외여행 길이 막혔는데, 서울에서 25,000포인트 무료 숙박 호텔은 모두 별로라서 숙박권을 2019년 4월에 받은 이후 3년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쓰면 St. Regis나 Ritz Carlton에 갈 수 있는데 서울에서 courtyard나 Aloft를 전전하자니 너무 비교되어 아까웠다. 2019년에 중국에서 쓰고 돌아왔을 걸 하고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게다가 메리어트가 2022년 3월 29일부터 25,000포인트 같은 획일적인 무료 숙박 조건을 폐지하고 유동적 포인트 제도로 바꿔서, 날짜에 따라 요구 포인트가 변하니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그후 파리 여행을 하게 되어 검색을 해보니 21,000 - 23,000포인트가 필요한 몇몇 호텔이 보였다. 물론 파리 시내가 아닌 근교 도시 위치지만, 파리는 차라리 변동 포인트제 덕에 내가 이익을 보게 된 곳으로 예전에는 파리에서 25,000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40,000포인트를 Moxy의 11m² 좁아터진 방에 써야 하는 곳이 파리.
Marriott 무료 숙박지 중에 롤랑가로스 경기장과의 거리 때문에 선택한 곳은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베르사이유 궁전과는 관계가 없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대부분 숙박하게 되는 Issy les Moulineux에 위치해 있다. 사실 파리 순환도로가 지나가는 시 경계선 근처에 있기 때문에 1분 걸어가면 파리 15구다. 2019년 12월에 신축으로 오픈해서 파리에서는 상당히 새 호텔에 속한다(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지 않는다는 뜻😁). 게다가 호텔 오픈과 코로나 시기가 겹쳐서 여행자가 평소보다 드물었을 테니 때를 덜 탔을 듯한 느낌도 있다. 롤랑 가로스 기간 중 취소 불가 가장 싼 요금이 23만원 선으로, 23만원 쓰고 받았던 숙박권으로 다시 23만원 짜리 숙소를 무료로 이용하게 되니 알차게 잘 이용하는 셈.
IHG는 포인트 숙박 시에 아무 안내가 없었지만 체크아웃할 때 도시세 2.88유로를 결제했던 것과는 반대로.... 여기 코트야드는 포인트 예약 시에 줄기차게 세금에 대한 안내가 나왔지만 정작 체크아웃할 때 그냥 가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은 지하철 12호선/트램 2호선 Porte de Versailles역으로, 도보 5분 정도 걸린다. 여기는 서울의 코엑스같은, 대형 전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트램 2호선일 경우, 내려서 어두컴컴한 다리 밑 대로를 건너 호텔에 걸어오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다음 트램역인 porte d'Issy역에서 내리면 도보 4분 정도. 파리는 시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대중교통 정류장간 거리가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 옆옆 건물이 까르푸시티 수퍼마켓이라 장보기 편하다. 농심/오뚜기 이런 류는 아니지만 한국 맛과 똑같은 컵라면(Mr.Min)도 팔고 있으니 참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파리 15구 바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도 파는 게 아닐까 짐작함.
스탠더드룸 22m² 정도로 파리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인지 방도 넓은 편이다. 사실 서울에서 4성 호텔이 22m²면 좁다고 불만이 나오는데 파리에선 넓은 방으로 분류된다 ㅎㅎ.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인데도 '에펠탑 전망'이라며 에펠탑 스위트를 보유하고 있던데 에펠탑이 얼만큼 보이는지 궁금. 호텔 근처에서 출발하는 80번 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에펠탑 부근에 도착한다.
가장 무난한 호텔이라 생각하고 가장 마지막 롤랑가로스 결승일에 예약해 둔 이 호텔이 사연 많은 호텔이 되었다.
준결승 때 체크인을 못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경기장에 가야했기 때문에, 결승날엔 얼리 체크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marriott에는 아무런 엘리트 등급이 없었고 내가 요구해도 받아들여 질 것 같진 않았다. 준결승 때 점심을 먹고 경기 시작 시간 맞춰 경기장에 가보니 입장하는데도 사람이 몰려 엄청 오래 줄을 서야 했고, 대회 막바지에 이르자 기념품샵도 건물 밖에까지 줄이 늘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결승날은 재빨리 점심을 챙겨먹고 경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줄 안 서고 티켓을 받은 뒤에 기념품샵에서도 쾌적하게 뭐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courtyard 숙박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자, 당일 아침 일찍 너의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으하...너무 기쁘다. 일찍 체크인하고 경기장에 가야지.
체크인할 때 "너 포인트로 예약했구나. 너의 loyalty에 감사" 라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에 올라가보니.... 또 커넥팅룸이었다. 아휴, 바로 어제 커넥팅룸에서 "Lorenzo~" 를 찾는 옆방 아재의 목소리를 바로 옆사람이 말하는 것같이 듣다 왔는데...😖 다시 내려가서, 커넥팅룸 문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고 그 사이로 소리가 샌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솔직히 맨날 "풀북이다" , "바꿔줄 방이 없다" 라고들 하지만 방이 있는 거 다 안다. 그런 것에 비해서도 엄청 오랜 시간 계속 키보드만 두드리더니, 한참 만에야 새로운 룸 키를 내놓았다. 그런데 올라갔더니... 이게 뭐야? 또 커넥팅룸이다. 😡 가방을 줄줄 끌고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
"뭐냐? 또 커넥팅룸? 오늘밤 내 옆방에 아무도 안 들어온다는 걸 보장해야만 난 여기에서 숙박할....."
웃기게도 직원이 이미 준비해뒀다는 듯이 곧장 키 카드를 내민다. "이 방은 커넥팅룸 아니야."
진짜 장난하나. 그러면 진작 이 방을 줬으면 되잖아?
어휴.... 분노를 삭이고 다시 올라왔더니 나름의 업그레이드는 해준 듯 하다. 이전 방에는 없던 욕조가 있고 세면대가 두 개 있는 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느라 1시간 가까이 지체되어서 결국 점심을 못 먹고 쫄쫄 굶고 롤랑가로스 경기장에 갔다. (롤랑가로스 내 매점 줄까지 엄청 길어져 엄두를 못내다가, 나중에 경기장 꼭대기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기 전까지 배고파서 진짜 고생함 ㅜㅜ )
새로 생긴 호텔이라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덕분에 욕조 목욕을 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었지만 체크인 때 이런 일이 생기니 인상이 좋을 수가 없다. 파리의 4성 호텔에는 꼭 뭔가 하나씩 없었던 냉장고, 커피포트(캡술커피 외에 추가로), bathrobe, 1회용 슬리퍼, 와인 오프너까지 전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크인 직원이 인상을 다 망쳤네.
방을 일찍 받았는데 뭐가 불만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세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게 기존의 체크인 시간과 안 겹쳤기에 그 정도인 거지, 만약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체크인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 번 내려왔을 때마다 수십분씩 줄을 서서 결국 1시간 넘게 지체되었을 수도 있다. 😑 다들 줄서 있는데 새치기를 할 순 없는 일이니 나도 다시 줄서서 세 번을 기다렸을 거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 호텔 후기를 보면 요즘 '체크인 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런 후기가 꽤 보인다.
또한 "4일을 머물렀지만 청소 한 번 제대로 안 해줬다"류의 후기도 꽤 보이는데 많은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상태로, 항공사/호텔이 코로나 때 줄였던 인력을 미처 확충하기도 전에 여행객들이 다시 늘어나서 여행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1박에 30-40만원 받는 곳, 이런저런 핑계 대신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했어야 한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이 호텔 후기가 콱 박힌다. " Happy to charge clients a high price but not employ enough resource to service." 말투가 '돈은 돈대로 비싸게 받아먹고 직원 채용할 돈은 없냐" 딱 이 느낌.
대부분 파리 시내 중심부 관광을 위해 파리를 방문하기에 이 호텔을 외곽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컨벤션 등을 위해 파리에 방문한다면 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을 바로 근처에 둔 이 호텔은 그 방문 목적에 잘 부합하는 곳이다. 그런 출장 수요를 노린 것인지 도로 뒤쪽으로 꽤나 크게 지어져있으며 긴 복도로 이어진 꺾어지는 구조로, 밖에서 보던 건물 크기보다 한 층에 방이 굉장히 많은 호텔이다. 구불구불 복도를 돌다가 깜짝 놀랐다.
일찍 내 방을 준비해준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정오가 되기 전임에도 커넥팅룸 키를 두 번이나 나에게 내밀 수 있었던 건 그 방이 인기없고 보통은 비어있는 방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방 교체 소동만 아니었으면 롤랑가로스 결승전날 얼리체크인으로 완벽하게 기분 좋은 호텔로만 남았을 텐데 나도 아쉽다.
↑7층 갔다가 6층 갔다가 마침내 5층... 세번째로 받았던 방. 기본에 비해 욕실 시설이 좀 더 좋다.
숙박 후 courtyard에서 보내온 feedback 양식에 자세하게 써서 보냈더니 나름의 긴 답장은 보내왔다. 자기들은 Connecting room 사이의 방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한다고. ('정기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소음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뭐 녹아내리는 소재의 방음재라도 쓰는 건지??🧐) 하지만 또다시 커넥팅룸을 준 직원 실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나에게 커넥팅룸을 배정했다는 사실보다 두번째에도 커넥팅룸을 줘서 6-7층을 왔다갔다 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불만 feedback이었는데.
"I would like to bring to your attention that we are extremely careful regarding the insulation of our connecting rooms which have two doors to avoid the sound diffusion. We also regularly test the good insulation between our communicating rooms."
몇 분 테스트 해보는 거 말고 하룻밤 내내 머물러봤냐고 물어보고 싶네. 🧨 룸 업그레이드 대처가 훌륭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 이상 이의 제기는 안 할 거지만.
나도 이전 호텔에서 밤 9시에 갑자기 옆방 아저씨가 "Lorenzo~ 내 방으로 와라. 너 어디냐" 타령을 5분 넘게 하기 전까지는 그 방 방음이 완벽한 줄 알았었지...🤦♀️ 엘리베이터 바로 옆방인데도 엘리베이터 소리조차 안 들리던 방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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