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뗄 메흐퀴흐' 머큐어 파리 불로뉴 Hôtel Mercure Paris Boulogne

 


롤랑 가로스에서 나달이 4강 이상 충분히 갈 거라는 믿음으로 4월에 예약한 호텔.

롤랑 가로스 관람을 위한 호텔 예약을 준비하면서 작년 남자 4강전이 매우 늦게 끝났던 게 기억났다. 작년 파리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11시 통금 시간이 있었는데, 2021 롤랑가로스 동안에는 테니스 경기가 진행중이더라도 통금시간이 가까워오면 경기를 일단 중단하고 관중들이 집에 가도록 모두 돌려보낸 뒤 경기를 재개했었다. 그런데 작년 나달 : 조코비치 4강전이 길어지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 경기만은 통금에서 예외로 중단없이 지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일화가 있다. 그래서 남자 준결승 두번째 경기는 밤 11시를 넘겨서도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 생각났다. 


물론 나는 '노장' 나달의 체력 비축을 위해 남자 4강전 두 개 중에 나달이 낮경기를 먼저 하도록 주최측이 배려해주기를 가장 바라지만🤞 (2019년, 2020년 낮에 먼저 4강전을 끝낸 것이 굉장히 우승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작년처럼 늦게 끝난다면?? 하는 생각에서 4강 경기 날은 테니스 경기장 바로 옆 도시 '불로뉴 비영꾸흐' 안에서 숙소를 찾게 되었다.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거리로.

회원 혜택을 받기 위해 파리 호텔 예약은 대부분 accor 호텔로 했는데, 롤랑 가로스에서 도보 20분 이내 accor호텔은 대부분 1박 30만원을 넘기고 있었다. 별 세개짜리 이비스 스타일스도 30만원 중반대. 당연하지, 1년 중 가장 대목일 텐데 노 저어야지. 하지만 아무리 도보 거리라도 1박에 30만원을 내고 이비스 스타일스에서 자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찾아낸 게 도보 25분 거리의 메흐퀴흐 호텔. 한국에선 mercure 머큐어라고 부르지만 프랑스니까 메흐퀴흐라고 불러줌. 😉




메르퀴흐 파리 불로뉴는 [롤랑가로스+아코르]가 제휴해서 공식 판매한 숙박+입장권 패키지 호텔 리스트에 들어있는 4성급 두 곳의 호텔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파리의 수많은 메흐퀴흐 중에서도 유독 여기만 이름 맨앞에 Hôtel Mercure라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아 이상했는데, 내 짐작엔 바로 옆건물이 '주방 시설이 있는 Aparthotel Mercure'이기 때문에 거기랑 구분하기 위해서 여기에는 Hôtel을 앞에 붙여주는 거 아닌가 했다.

지도를 통해서 보니 롤랑가로스 경기장과 'Messi & Neymar의' PSG 구장을 거쳐 호텔까지 걸어오면 주위는 무난한 주택가 같은 분위기긴 한데... (동네 자체는 프랑스에서도 소득이 높은 층이 사는 곳에 속함) 사실 밤늦게 혼자 걷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단 당일 취소 가능 요금으로 넉넉하게 예약해둠. 파리 체류 거의 막바지 숙박이기 때문에, 그전에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숙소 위치가 테니스 관람에 가장 편한지 알게 될 테니 거기로 호텔을 옮길 수도 있겠다 싶어서.

웃긴 것은... 나는 4강전 입장권도, 파리행 항공권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4강전이 밤늦게 끝나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4월 중순에 이 호텔부터 예약해 놓았다는 것 😅 다행히 5월 초에 4강전 낮경기/저녁경기 입장권을 모두 구입하는 데 성공. 둘 중 한 경기를 보지 않을 경우, 롤랑가로스 공식 사이트에서 resale 신청을 하면 되므로 부담없이 두 경기를 다 예매했다. 매치업이 재미있을 경우, 두 경기 모두 보면 되고.

'다 괜찮은데 조식이 너무 간소해요.' '음식 구성에 비해 너무 과도한 조식 가격을 청구하네요' 이런 후기가 유난히 많은 게 파리 호텔들인데, 이 호텔은 '조식 구성이 다채롭다'라는 평이 많아서 조식을 포함해서 예약했다. 숙박을 보름 이상 앞두고, 무제한 취소 가능 요금에서 Semi-flex 요금으로 예약을 바꿀 때 조식 추가 비용 차이가 크지 않기도 했고.

기본 방의 넓이가 최소 23m²~로 4성 호텔임을 생각해도 파리에선 넓은 편. 엄밀히 말하면 파리가 아닌 불로뉴 비영꾸흐에 있긴 하지만 2분만 걸어가면 파리 16구 경계선을 넘을 수 있다.



사이 안 좋은 부부를 위한 널찍한 침대 구성.

2016년에 리노베이션 후 재오픈했다고 하는데, 내가 숙박한 시점이 재정비 만 6년 정도 된 시점이고 그동안 코로나로 숙박객이 줄었을 것에 비해서는 방 내부가 꽤 많이 낡은 느낌이 있다. 건물 자체는 1990년대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한다.



냉장고 포함 웬만한 건 다 있음. 커피도 디카페인 스틱도 추가로 준비되어 있고, tea도 여기에 있는 Palais des Thés 티백이 파리에서 본 대여섯개 브랜드 중에 가장 맘에 들었다. 내 방은 가장 기본인 classic 등급이었는데, 몇 십 유로 차이나는 privilege room을 예약하면 bathrobe나 슬리퍼, 네스프레소 머신, 무료 미니바가 추가된다. privilege room은 방 크기 차이도 없으므로 사실상 그런 몇몇 어메니티를 돈을 주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 굳이 bathrobe, 네스프레소 등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굳이 프리빌리지룸 예약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accor 일반 회원일 뿐이지만 파리의 여러 호텔에서 계속 내가 예약한 것보다 조금씩 큰 방을 줬었는데, 여기는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 내가 예약한 그대로의 기본 룸에 배정. 



방이 넓었고, 하얀색 톤의 욕실 느낌이 상큼하고 깔끔했던 것 빼고는 (변기는 많이 낡음;;) 이번 여행에서 가장 돈이 아까웠던 호텔이었다. 롤랑가로스에서 가까운 것은 경기장을 오고 가기에 좋아서 장점이 되었지만, 경기장에서 가깝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서비스가 너무 별로였다. 이 호텔에 해주고 싶은 말은... "역량이 안 되면 예약을 그만 좀 받아요." 

호텔에는 수많은 롤랑가로스 관련 종사자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 관리 가능한 게스트보다 넘치는 게스트를 받은 듯 했다. 1층에는 관련 종사자를 위한 롤랑가로스까지 가는 차량 서비스 안내 데스크가 있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2:45pm에 시작하는 준결승 시작 전에 체크인 하고 경기장에 가고 싶었지만 얼리 체크인은 절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경기 종료 뒤 돌아와 오후 7시 반에 체크인 하는데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도 체크인 응대는 1명만 하고 있고... 🤦‍♀️

최근에 다른 후기를 봐도 얼리 체크인은 거의 안 받아주는 것 같은데 Accor App을 통한 온라인 체크인을 하면 모든 편의를 다 봐줄 것처럼 되어있다. 이번 여행에서 Accor 호텔만 5곳을 갔는데 몇몇 호텔은 온라인 체크인을 하라고 계속 알람과 메일이 와서 매우 귀찮았다. 특히 이 Mercure Boulogne는 온라인 체크인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아무 것도 없었는데 그냥 그 기능을 중지했으면 좋겠다. 알람 좀 그만 오게... 📲일부 accor 호텔은 온라인 체크인 과정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는데 여기도 그렇게 아예 온라인 체크인을 안 받았어야 한다. 온라인 체크인 과정이 뭔가 요청만 하면 다 해줄 것처럼 되어있어서 체크인 해놓고 호텔에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희망만 가졌었다. 😭 


경기를 보고 온 뒤 한참을 기다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방을 받았고, 내가 미리 맡겨두고 갔던 짐을 올려준다더니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인력이 안 되면 그냥 가지고 올라가라고 하지 이 무슨.... 결국 내가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세 번째 창고에서 겨우 찾아서 가지고 올라옴.

방 내부 어메니티에는 냉장고도 있고 다른 호텔에서 볼 수 없었던 sewing kit 등도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고 종류도 많은 편이었지만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게 흠이었다. 파리 호텔에 이젠 1회용 토일레트리는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는 딸랑 세정제뿐🧴 바디로션조차 안 둬서 1층에 가서 가져왔다. 전화는 '당연히'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가는 수 밖에 없었다.

파리 시내 다른 머큐어와 대비되는 점은 옥상에 작은 수영장을 갖고 있다는 것. 사진이나 찍어둘 겸 가보려고 했는데 내가 방문한 시점에는 오픈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최상층에도 올라가 봤지만 입구를 못 찾았거나.🏊‍♂️

조식당은 평대로 구색이 풍부한 편이었고 과일주스는 그냥 한 병을 마시라고 통째로 놓여있고 잼도 가득 쌓아놨다. 음식을 놓아둔 구성도 매우 식욕을 당기게 잘 준비되어 있지만 여기 역시 시장 바닥. 와글와글 바글바글. 




입구에서 커다란 식판을 들고 접시들을 담아가도록 준비되어 있으며, 식판 크기도 사진에 다 안 담겼지만 2인분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가로 길이가 굉장히 길다.

그나마 뷔페 조식당을 벗어나서 바&레스토랑 공간으로 가져와서 먹으니 조용하고 살 만했다. 인력이 부족해서 입장 인원을 체크하거나 자리로 안내할 직원은 없지만(아무나 들어와서 공짜로 먹어도 못 잡아냈을 듯) 또 치우기는 귀신같이 치운다. 한 접시 더 먹으려고 잠시 다녀왔더니 아까 내가 먹던 흔적을 다 치워놨더라는. 나름 '식사중' 표시로 포크 나이프도 걸쳐놓고 룸 키도 남겨놓고 갔는데 키만 두고 싹 다 치움..😳 뚜껑을 열어놓은 내 잼도 사라져서... 다시 새로 하나를 뜯으려니 물자 낭비라서 빵을 쌩으로 먹었다. 이 와중에 내가 남의 나라 자원까지 걱정해줌.

그래도 한 가지 장점은 매일매일 신문을 충분히 놓아둔다. 그래서 내가 원하던 롤랑가로스 관련 기사가 실리는 스포츠 신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롤랑가로스 우승자 가르비녜 무구루사가 2016년 우승하던 그 해에 머무르기도 했던 호텔이 바로 여기였다. 2016 우승을 기점으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mercure보다는 더 좋은 호텔로 가겠지.🏰 사진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경기장이 축구 PSG 홈구장으로 호텔에서 도보 15분 거리. 이 호텔은 축구 경기가 있을 때에도 무척 붐비는 곳일 텐데 (48,000석 규모의 경기장) 그 경험이 쌓였을 것 같은데도 일시에 몰리는 숙박객을 이 정도로 처리를 못한다는 게 의아하다. PSG와 경기하러 온 프로 구단이 묵기도 하는 숙소인 듯 한데, 단체 처리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다니...


올해 롤랑가로스는 나이트 세션 시작 시간 9시라는 무리한 설정으로 새벽 1시에 끝나는 경기가 속출했는데 도보 거리의 이 숙소는 귀가 걱정이 없어서 좋았지만, 다음에 롤랑 기간에 다시 가야한다면...아마도 선택하진 않을 듯. 

조식이 훌륭한 편이라 차라리 롤랑가로스 기간 아닐 때에는 숙박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지만, 롤랑가로스 기간이 아니라면 파리에서 이 근처에 굳이 머물 이유가...?!?


Trivia : 호텔에서 나오면 Mercure가 속한 Accor group 본사가 딱 보인다. 본사가 바로 앞인데도 관리가 이렇게 안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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