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여태까지 가본 호텔 중에 풀네임이 가장 길지 않을까 하는 호텔 - ibis Styles Paris Porte de Versailles - Mairie d'Issy.
이 블로그는 나를 위한 기록이지만, 내가 다녀갔던 호텔에 머물게 될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기 위하며 호텔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긴 이 호텔 이름은... 저마다 다르게 부를 테니 이 이름으로 검색해 들어와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갈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다. 난 프랑스어의 '구글 지도'식 표기를 지지하는 지라, 뽀흑뜨 드 베흑사이으 - 메히 디시... 라고 제목에 쓰고 싶지만 이 호텔 이름을 그렇게 검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
이번 파리 여행에선 파리가 아닌 'Issy les Moulineaux'에서 6박을 하게 되는데 수많은 Issy 호텔 중에서도 여기는 바로 "Mairie d'Issy - 이씨의 시청" 근처에 있는 호텔이다. 철자가 Marie마히 아닌 Mairie메히. 사실 고등학교 & 대학교 1학년 교양으로 4년이나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지만 프랑스어는 한마디 못하는 가운데.. mairie라는 단어도 매우 낯설다. 허허허. 이씨는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이다.
구글 지도로 위치를 알아보다가 구글에 찍힌 2021년 4월 시점에는 이비스였던 것을 보고, 이곳이 더 마음에 들어서 2박 예약을 했다. 세계 어딜가나 전형적인 모양새의 '이비스'가 → 아기자기한 '이비스 스타일스'로 내부를 바꾸는 리노베이션을 한 것이 적어도 2021년 이후라는 뜻이니까 굉장히 깨끗할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호텔 소개를 보면 이비스 스타일스는 2021년 9월초에 오픈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나의 방문 시점에선 9개월 정도밖에 영업하지 않은, 내부는 거의 새 호텔이었다.
지하철 12호선 남쪽 종점인 Mairie d'Issy역에서 걸어서 2-3분 걸리는 곳. 버스 승차장과 지하철역 출구가 있는 작은 광장 비슷한 곳에서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는데, HSBC가 보이고 저멀리 연두색 호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비스 '스타일스'이므로 예약시 조식이 포함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옆옆 건물이 대형 수퍼마켓 Monoprix라서 음식 조달도 쉽다.
구글 지도로 미리 파악하지 못한 단점은... 지하철역에서 매우 가깝긴 하나 호텔에 이르는 길이 언덕이다. 언덕을 오를 때는 바퀴 달린 가방도 소용이 없다. 매우 무거운 짐이 있다면... 1-2분이지만 온전히 내 힘으로 가방을 끌어올리는 고난을 각오해야 한다. 🤗
기본 방 크기가 14m² - 15m²여서 그냥 숫자만 보면 방 되게 작네 싶지만, 서울의 이비스 스타일 명동의 방도 16m²인 걸 생각하면, '야, 역시 유럽이야. 이렇게 좁은 방에 이 돈을 내다니...' 요런 생각을 해야 할 정도인 건 아니다.
처음엔 더블베드룸에 머물렀는데 좁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설 때마다 쿵~하고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 등 기본적으로는 오래 된 건물임을 알 수 있지만, 작년 9월에 새단장한 만큼 모든 건 깨끗하다.
뭔가 필요한 물건들을 놓고 쓰기에는 나쁘지 않은 설계. 눈에 딱 띄는 곳에 텅 빈 선반이 있고 호텔 방에 원래부터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으니, 저기에 놓아 둔 내 물건을 호텔에 놔두고 체크아웃하는 일은 왠지 적을 것 같음. 모든 물건을 싹 다 쓸어가면 되니까.
커피 포트든 클리넥스든 아무 것도 주지 않는 파리 3성 호텔의 특징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
전체적으로 명동 이비스 스타일보다 훨씬 여유있게 느껴지는데 비슷한 면적이 맞는 건지 아니면 방마다 크기 차이가 좀 있어서 이 방은 15m²보다 더 큰 건지 모르겠다.
단지, 조식은 여기보다 며칠 전 머무른 ibis styles Masséna Olympiades가 더 낫다. 여기는 식당도 작은 편이고 메뉴도 다양하지 않다.
다른 곳에 잠시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11m²~로 알려진 싱글베드룸에 머물렀다. 모든 싱글베드룸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꼭대기층에 위치한 룸인데, 여러 단점을 덮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여기도 천장이 기울어져 있을지언정 길게 설계된 방이라서 좁다는 느낌은 없다.
오래 된 건물에서는 이런 다락방이 '하녀방'이었다고 하던데... 뭐 어차피 내가 하녀가 아니므로 상관이 없다.ㅎㅎㅎ
특히 맘에 든 동향 창을 바라보고 있는 침대.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으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이라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저번에 다른 이비스에선 방을 바꾼 이유였던 물 흐르는 것 같은 소리까지 끊임없이 들렸지만 여기서는 이 '다락방'이 맘에 들어 방을 바꾸진 않았다. 어차피 바꿔줄 만한 싱글베드룸이 많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지만.
하늘 구경하러 파리 오는 사람은 없겠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색 관찰에 좋다.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길다란 건물은 몽파르나스 타워다. 동쪽으로 난 창이고, 얇은 블라인드 뿐 암막 커튼은 없어서 늦잠이란 불가능하니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고픈 사람에게도 좋다. 🤗
언덕을 올라오기 전에 상품 구색이 풍부한 "대형" Monoprix 매장이 있어서 장보기 편리한 게 굉장한 장점이고 (호텔서 도보 1-2분 거리) 파리 주변 도시이지만 12호선이 여러 관광지에 접근하기 때문에 숙소로 삼기에 좋다. Mairie d'Issy가 종착역이라서 대부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용하고 수수한 도시 같지만 호텔에서 도보 10분 이내에서 한식당을 포함 베트남, 태국, 레바논, 인도... 거의 모든 계열의 식당을 다 찾을 수 있다.
이 호텔도 체크인/체크아웃이 모두 12시로, 다음에 숙박할 사람들 체크인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Do not disturb 같은 표시를 꼭 문밖에 걸어놔야 10시부터 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청소원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어차피 남의 방문 두드리고 다니는 소리가 다 들려서 결국 소음은 피할 수 없지만.
언덕을 조금이라도 덜 올라가고 싶고🧗, 굳이 accor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이 베스트웨스턴도 평이 꽤 괜찮으니 고려해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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