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구나... 새삼 느끼게 한 곳 , 헬싱키.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 누워만 있고 싶고, 생소한 지역에 처음 도착해서 당황했던 것도 그랬고... 그게 노화의 징후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시가 신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피곤한 ...그런... 익숙한 것에만 반응하는 그런 삶.
이제 한 달이 지나 돌이켜보니, 나의 태도 자체가 내가 생각하던 '늙은 분들'을 닮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게 됐다. 그래서 헬싱키는 깨우침을 준 도시가 됐다.
헬싱키가 좋았던 점의 하나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북유럽에 다녀온 친구가 거의 없어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결정을 내가 내렸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내가 남의 말을 안 듣고 내 생각만으로 일정을 만드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정작 말그대로의 '노파심'에서 남의 삶에 자꾸 말을 얹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나처럼)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경험이 더 많아 잘 안다고 자신하기에' 나의 이야기를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들도 '늙었기' 때문이었다. "내 경험이 더 많아. 넌 가만히 있어" 바로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그 '어른'의 모습이 이제 '우리'가 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을 때, 나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데 왜 그렇게 다들 조언을 해주는지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남에게 쓸데없이 조언을 하고 있었다. 나도 경험있다면서...
남의 이야기 중에 솔깃한 것은 접수했지만 ' 내 경험치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흘려보내는 게 많았는데 ....나도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도 내 말을 귀담아 안 듣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나도 살만큼 살았어. 응응 알았어. 다 안다구. 알아서 할게.' 동년배의 속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본인도 남한테 주제 넘게 참견할 땐 하면서도, '내 경험이 더 많아'이러면서 남의 말은 절대 안 듣다가 오히려 더 고생하는 것. 나만 그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도 다 그러고 있었다. 남에게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자존심에' 내 방법으로만 하고 싶은 것, 나는 그걸 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우리도 늙었다.
더 무서운 건, 이제 계속 남의 말 듣기 싫은 나의 꼬장꼬장함과 타인의 꼬장꼬장함을 느끼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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