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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단 말이야?? 😲






유럽에서 1인당 커피를 제일 많이 마시는 나라가 핀란드라고. 
막연하게 이탈리아같은 나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유럽 뿐만 아니라...





인당 소비량은 전세계적으로도 1등이라고 한다. 
위의 그래프들은 그냥 구글 검색에서 먼저 나오는 거라서 2010년대 중반 수치인데, 2020년대 그래프를 봐도 핀란드는 네덜란드와 함께 1, 2위권을 다툰다.
그래??

난 카페인에 예민해서 외국 여행을 가도 카페에 앉아 커피만 마시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데... 

최근 기억을 떠올려 보면 외국에 갔을 때 거의 유일하게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 그것도 유럽에선 만나기 어렵다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하고 온 곳이 핀란드 헬싱키였다는 게 신기하다. ㅎㅎ 그만큼 커피를 안 마시고는 지나가지 못하게 되어있는 커피 사회?!?! ㅋㅋ






사진에선 스푼에 가려 안 보이는데
아메리카노만 시켜도 길쭉한 다크 초컬릿 한 조각도 같이 줬다. 물가 비싼 북유럽이지만 4000원대. 
최근에 북유럽만큼 물가 비싼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홍콩에선 동네 골목 카페도 커피 한 잔이 8000원대가 보통이라고 한다. 🤪 물론 홍콩에선 카페에 가진 않았고 남들 여행기에서 봤다.












핀란드 정교회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예전에는 일부러라도 스탑오버/레이오버 일정을 넣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지쳤다.

밤 11시까지도 밝은 6월의 헬싱키 시내에 예상보다 이른, 밤 8시에 성공적으로(?) 도착했지만 너무 피곤했다. 조그만 호스텔 침대에 커튼을 치고 누워서 '내가 여길 왜 왔지? 으아 피곤타... 낼은 또 비 예보 있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환승지 여행을 택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특히나 뚜벅이 여행에서 비 예보는 더욱 힘빠지는 일이었다. 


다행히 8-9시간 가까이 자고 일어나니 다음날은 그래도 힘이 좀 났고 오전에 비가 오기 직전인 것 같은 흐린 도시를 걸어다녔다. 일생 동안 몇 편 못 봤지만, 왠지 북유럽/동유럽 영화에서 본 것 같은...그런 음울한 회색 하늘과 회색 건물들...






다른 이들의 헬싱키 여행기를 보면 대부분이 성당 순례기인데, 나는 성당 순례에 그닥 매력을 느끼진 않기 때문에 굳이 거기를 목표로 하진 않았다.

아무 것도 못 보고, 의미없는 레이오버 여행을 마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점심을 먹고 힘을 내어 길을 나섰다. 

헬싱키 도시가 크지 않아서 걷다 보니, 유명한 건물들 끄트머리가 보여서, "그래 저 정도 봤음 됐지. 이젠 바다나 보자" 하고 걸으니 또 바다가 나왔다. 바다와 마주할 때쯤 마침내 회색 하늘이 푸른 하늘이 되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아..





오후 1시 30분



언덕 위 아름다운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과는 전혀 다른 파란 하늘과 함께.
남들 사진에서 보던 우스펜스키 대성당. 시내가 작아서 굳이 '뭘 하겠다'는 목표로 걷지 않아도 결국은 눈에 다 들어오는구나. 
이렇게 갑자기 화창한 날씨... 

위 사진을 찍기 10분 전 사진.



사진 찍은 시각 : 오후 1시 20분




이렇게 흐렸던 하늘이 몇 분 사이 확 개어버림. 핀란드 정교회는 당신을 환영합니다??ㅎㅎ
오전에 방문했었던 교회는 루터교 교회라고 한다.

저기쯤을 걸어갈 땐 몰랐는데 사진 속엔 이미 우스펜스키 성당이 있다.

성당 근처에 도달해서 날씨가 개면서 사진이 참 예쁘게 몇 장 찍혔다.
이 각도에서 보는 건 성당의 측면이고 입장을 위해선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가진 않았다. 성당 근처로 다가갈 때인가... 언덕에서 전차가 내려왔다. 난 사진을 찍기 위해 걷다가 길가에 멈춰선 건데, 내가 길을 건너려한다고 판단했는지 전차 안의 여자 운전사가 나를 보고 길 가운데를 지나던 전차를 세웠다. 

엥?😲
헬싱키 시내 공부를 거의 하지 않고 와서 교통 문화를 모른다. 보행자를 운전사가 육안으로 식별하고 차를 멈추기도 하는 시스템인가보다. 

내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전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여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아... 전차가 지나가기를 사람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도록 전차가 멈추기도 하는 거였구나.


도착한 당일에는 피곤해서 여길 내가 왜 왔지 했지만
지금은 헬싱키를 갔다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어,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첫인상은 '여기 살면 심심하긴 하겠다' 였지만.


원체 인구 수가 적기 때문에 조용해서 좋았던 도시.
러시아 전쟁 이전 항로로서는 서울에서 최단 시간에 유럽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시였다. 북유럽답게 물가가 비싸서 실행에 옮기긴 어렵겠지만, 언젠가 많이 낯설면서도 비교적 시간이 덜 걸리는 곳에 "숨고" 싶을 때 헬싱키에 가고 싶어질 것 같다.









Dare to be curious



오늘도 폰 배경화면을 바꾸다가 새로운 걸 하나 배운다. 물론 외국어라서 곧 기억 속에서 사라지겠지만.🤗





전차도 보이고 멀리 대성당도 보이고
전형적인(??) 북유럽 영화를 보면 나올 것 같은 딱딱한 회색빛 건물도 보이기에 찍었던 헬싱키 거리 사진.


갑자기 전차 옆 광고 문구가 궁금해서 번역해봤더니

Uskalla olla utelias -> dare to be curious 
라고 한다.
저 광고는 딱히 무엇이 목표인 광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체적으로도 늙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해준 게 헬싱키 23시간 체류였는데...

그렇게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으려는 노력 중에 가장 필요한 것,
Dare to be curious 라고 생각한다.

늙으면 하던 것만 계속 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다.
어릴 때는 "질문왕" 시기가 있을 정도로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궁금하지만, 나이가 들면 "Dare to be" 정도로 의식적으로라도 호기심을 갖지 않는 한, 익숙한 것만 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심지어 타인이 더 편한 길을 가르쳐줘도 '자존심 때문에라도' 내가 해온 것이 더 낫다며 새로운 방식을 굳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결국 나이가 들며 잃는 것은 "생기"인데, 호기심이 이 생기를 유지시켜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웃어도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최근 사진을 보며 걱정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찍힌 사진에는 반짝거리는 내 눈빛이 담긴 것을 보면서, 이 "생기"라는 게 삶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Temppeliaukio Church 헬싱키 암석 교회






암석을 깎아서 만든 교회라는 Temppeliaukio 교회.
사실 인간의 눈높이에서 보면 외부에서나 내부에서 봐도 굳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잘 안 와서
누군가 건축 과정을 잘못 번역한 것이 그냥 '암석을 파낸 교회'로 유명해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위 사이트(클릭 가능)에서 이 사진을 보니 왜 암석 교회인지 이해가 갔다. 
내가 직접 저 바위 위를 걸어서 올라가 보기도 했었는데 왜 그 일부를 깎아내고 만든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현지인들이 발음을 들려주는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더니 '뗌뻴리아우끼오'에 가깝게 발음한다.
번역기에 넣어보니 뜻은 'temple square'
1969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부는 이런 느낌.
헬싱키 다른 교회들과는 다르게 €5 입장료가 있지만, 확실히 한 번 들어가볼 만한 분위기가 있다. 
음향 효과도 좋아서 합창 같은 것이 있으면 아름답게 들린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관광객들 밖에 없었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 장소에는 남다른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는 것은 믿는다.

교회에 오니 최근 몇년간 정신적인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 친구가 유난히 생각났다. 나에게 전도를 하고 싶어해서 나를 종종 교회에 데려갔던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그 친구를 위해 잠시 기도했다.
매우 친했던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그 애에게서 낯선 반응이 돌아오면서 연락을 잘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매일매일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읽고는 있다.

'내가 여기 오니 이상할 정도로 니가 자꾸 생각나서 너를 위해 기도 했어. 평안한 삶을 되찾기를 바랄게' 하고 오랜만에 메시지라도 보낼까 고민해봤지만,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나는 이렇게 집에 박혀서 매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데, 쟤는 여행을 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을 할까봐 그만 뒀다. 
그리고... 오래 연락이 끊겨 대체 걔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거기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 연락을 주저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손을 놓치면, 이렇게 인연은 주저주저하다가 멀어지는 거겠지.












'노화'를 알게 된 곳





늙었구나... 새삼 느끼게 한 곳 , 헬싱키.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 누워만 있고 싶고, 생소한 지역에 처음 도착해서 당황했던 것도 그랬고... 그게 노화의 징후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시가 신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피곤한 ...그런... 익숙한 것에만 반응하는 그런 삶.


이제 한 달이 지나 돌이켜보니, 나의 태도 자체가 내가 생각하던 '늙은 분들'을 닮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게 됐다. 그래서 헬싱키는 깨우침을 준 도시가 됐다.

헬싱키가 좋았던 점의 하나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북유럽에 다녀온 친구가 거의 없어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결정을 내가 내렸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내가 남의 말을 안 듣고 내 생각만으로 일정을 만드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정작 말그대로의 '노파심'에서 남의 삶에 자꾸 말을 얹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나처럼)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경험이 더 많아 잘 안다고 자신하기에' 나의 이야기를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들도 '늙었기' 때문이었다. "내 경험이 더 많아. 넌 가만히 있어" 바로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그 '어른'의 모습이 이제 '우리'가 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을 때, 나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데 왜 그렇게 다들 조언을 해주는지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남에게 쓸데없이 조언을 하고 있었다. 나도 경험있다면서...

남의 이야기 중에 솔깃한 것은 접수했지만 ' 내 경험치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흘려보내는 게 많았는데 ....나도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도 내 말을 귀담아 안 듣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나도 살만큼 살았어. 응응 알았어. 다 안다구. 알아서 할게.' 동년배의 속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본인도 남한테 주제 넘게 참견할 땐 하면서도, '내 경험이 더 많아'이러면서 남의 말은 절대 안 듣다가 오히려 더 고생하는 것. 나만 그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도 다 그러고 있었다. 남에게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자존심에' 내 방법으로만 하고 싶은 것, 나는 그걸 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우리도 늙었다.

더 무서운 건, 이제 계속 남의 말 듣기 싫은 나의 꼬장꼬장함과 타인의 꼬장꼬장함을 느끼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묵언 수행의 성지 😁 - 헬싱키 더 야드 호스텔 The Yard Hostel Helsinki




외국의 호스텔 방문은 네번째인데 그중 가장 독특한 느낌을 준 곳이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완전한 비대면 체크인/아웃.

Booking.com을 통해 8인실 예약을 하는 그 순간부터 매우 활달하고 친절한 말투의 안내 메일이 마구마구 날아온다.
예약이 끝나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숙박할 즈음이 되면 또 하루에 몇 개씩 공지가 날아온다.
이메일의 그 활달한 말투 탓에 뭐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친절한 직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호스텔에 들어서서 나가기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해도 되는 곳이다.😁

더 야드 호스텔은 헬싱키 공항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헬싱키역에서 도보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고, 시내 어디로든 도보로 관광이 가능한 좋은 숙소였다.
사실 구글지도 같은 지도앱에서는 도보 시간을 훨씬 짧게 안내하지만
공항에서는 오는 기차가 헬싱키역 승강장에서 굉장히 먼 곳에서 서는 경우가 많고 옆 출구를 통해 역사를 통하지 않고도 역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역앞 광장에 서게 되면 방향이 매우 헷갈린다. 
아마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기차역에서부터 5-6분 내에 이 호스텔에 도착하기 쉽진 않을 듯. 
하지만 조금만 돌아다니보면 금세 지리 파악이 끝날 정도로 헬싱키 중심부는 작은 편.

숙박을 하루 정도 앞두면 계속 이메일이 날아오는 이유는 이 호스텔에 들어가기 위해 두 번의 비밀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한 번, 그리고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오면....






유럽 영화에서 매우 많이 보던 딱 이런 구조가 나온다. ㅎㅎ
여기서 뒤돌아서면 호스텔 문이 있는데 거기서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마침내 어두컴컴한 호스텔이 나온다. 음침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조명을 푸른 계열로 좀 어둡게 해놓은 실내가 나온다. 유럽 지역에서는 흔치 않게 입구 앞에 사람들이 신발을 다 벗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안내도 없어서 눈치를 스멀스멀 보면서 나도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섰지만, 나중에 보니 내부에서 신발을 신든 말든 그건 자유인 듯 했다.



booking.com



내가 예약했을 때는 위와 같은 사진을 보았는데, 실제로 가보면 조명 분위기를 바꾸어서 푸른색 계열이고 어두컴컴한 편이다. 숙박객들과도 서로 얼굴을 자세히 볼 필요 없다는 건가 😉

위 사진 왼편에 보이는 체크인 카운터에 내 이름이 적힌 봉투가 놓여있을 뿐 직원을 만날 일이 없다. 그 봉투 안에 내 방으로 들어가는 키 카드가 있고 내 방 번호가 적힌 종이가 있다. 정말 한마디도 말할 필요없는 호스텔.








침대 번호도 배정해주던 다른 호스텔과는 달리 그냥 방 번호만 있어서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남은 침대를 내 잠자리로 정했다. 베개 커버와 시트는 새 걸로 놓여져 있고 직접 깔면 된다. 그리고 체크아웃할 때 다시 벗겨서 세탁통에 반납.
내 침대 아래로 수납함 2개가 보이는데 내 침대 윗사람과 둘이 하나씩 쓰는 거다.
내가 사물함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물함의 존재조차 신경쓰지 않고 그냥 그 앞에 신발을 벗어둔 채로 침대에 들어가 커튼 치고 누워있었더니... 나중에 사물함을 쓰시는 윗침대 분이 내 신발을 방 한가운데로 치워놓았더라는;;;; 신발을 벗어둘 때에는 사물함의 위치를 생각해서 서로 배려해야 한다.







창밖 모습.
바로 근처에는 왁자지껄한 음식점과 펍이 있고 쇼핑몰, 길 건너에 대형백화점이 있는
시내 중심지인데 건물 안쪽 모습은 의외로 허름해보인다.

24시간이 안 되는 레이오버 체류인데다가 헬싱키 물가가 비싼 편이라 호스텔을 예약했지만
돌아오고 나서야 그래도 '내 창문'이 있는 호텔 방을 예약했더라면 북유럽의 백야를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여기선 하늘이 거의 안 보였다. 밤 11시에 노을이 지는 곳인데 그걸 제대로 못봐서 아쉽다.





알차게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침대 내부. 개인 조명, 파워 아웃렛, 거울, 선반...
커튼을 치면 외부와 차단된 그냥 내 공간 같아서 편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인 셈이라서 피로 누적으로 피곤해서 그냥 계속 누워있기만 했다.
물론 커튼이 소리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 태국 사람으로 보이는 내 윗층 침대분은 코를 많이 골더라는 :) 




물건 정리할 힘도 없어서 그냥 발치에 다 쌓아뒀다. ㅎㅎ 키가 작은 게 다행이네.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 백야를 맘껏 체험하고 싶었지만,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돌아와서 계속 누워있다가 그냥 밤 11시에 잠깐 밖에 나가서 얼마나 밝은지만 확인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끝이 났다.

바로 건너편에 펍이 있는데 사람들이 주중 밤 11시에 시끌벅적 너무 시끄럽게 술을 마시고 있어서 의외였다.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나도 동행이 있어서 저렇게 즐겁게 웃으며 저기 앉아 왁자지껄 얘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람들만 그렇게 밤늦게 술마시고 논다고 하더니 여기 사람들도 놀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물론 호스텔 내 소파가 놓인 공용 공간에는 친교를 다지는 몇몇 사람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지 않으며 말로만 듣던 북유럽식(?? 여행 온 사람들은 북유럽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말 한 번 안 했던 숙소. 묵언 수행의 성지라 할 만하다. 체크아웃 때도 그냥 내가 쓴 침대 시트와 키 카드만 반납하고 나오면 되므로 아무도 마주칠 일이 없다.


짐을 호스텔에 남겨두고 시내 도보 관광을 했는데 헬싱키 내에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도보로 커버 가능한 좋은 위치였다. 사실 미리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이 도시에 도착했는데, 금방 어디든 걸어갔다가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시내 중심. 그리고 호스텔 주변에 한국인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많고 바로 건너편은 대형 백화점이므로 쇼핑하기에도 좋다. 물론 북유럽의 물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여행을 할 당시에는 생각을 못해봤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주위 대형 백화점이나 그 분위기 등을 고려해볼 때 헬싱키의 '명동'에 위치한 호스텔이라고 보면 되는 듯하다.


이 호스텔을 찾아올 때 울퉁불퉁 돌바닥에 짐을 질질 끌고 오래 헤맨 느낌이라서 고생스러웠다고 생각했다. '아니 얌전히 집에 갈 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레이오버를 택했던가...' 그날은 그저 누워있고만 싶었을 정도로. 그런데 다음날, 시내 지리를 좀 파악한 뒤에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남겨뒀던 짐을 찾아서 질질 끌고 기차역으로 가보니 어제 내가 온 길 그대로 가게 되는 것이었다. 난 헤맨 것이 아니었네...?? 하긴 지도앱 보고 그대로 쫓아온 것이었으니 뭐 최단거리가 아닐 리는 없는데 왜그리 힘들게 느껴졌지??

아마도, 이젠 새로운 것에 점점 적응도가 떨어지는 나이가 되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니 좀 긴장하고 위축됐었나 보다. 그래서 유난히 헤맨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내가 제대로 전체 파악을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침대 수에 비해 샤워실이 너무 적어보이는 게 단점. 그렇다고 해서 대기가 있진 않았다. 유럽 호스텔에 단 5-6박 정도 해봤지만 그 경험으로 말하자면, 다들 잘 안 씻는다ㅎㅎ. 스태프를 줄였기 때문인지 화장실 청결도도 그리 높진 않지만 (더럽진 않지만 매우 깨끗하지도 않음) 예전 코로나가 없던 시기의 런던 호스텔도 그랬던 듯. 하룻밤에 내는 돈의 가치를 생각하면 봐줄 수 있는 수준. 그리고 사교적인 호스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호스텔의 알 수 없는 다소 삭막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위치가 매우 좋고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고, 침대가 완벽하게 개인 사생활을 보장해주는 편이라 나중에도 다시 찾을 것 같은 곳이다. 북유럽 물가가 비싸기 때문인지 나이 드신 숙박객도 많이 봤다. 늙어서 가도 어색하진 않을 듯. 😁 게다가 어차피 남들에게 신경쓰는 분위기도 아닌 이곳. 







헬싱키 도보 정복(?)





아침엔 흐렸지만 날씨가 점점 개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마지막날 공항행 기차표 포함 1일 무제한 교통권 끊고 시내 돌아다녀야지' 계획하고 출발했었는데, 북유럽답게 생각보다 표가 좀 비쌌다. (공항 zone을 포함한 1일 교통권이 파리 7일 교통권 가격의 절반😲). 그래서 그냥 내 다리로 걸어다닌 결과... 시내 지리 파악에 성공. 다음에 또 간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 알 것 같다.

도착한 날 짐을 끌고 숙소로 갈 때 낯선 환경에 엄청 헤맸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방향 감각을 익힌 후 다시 숙소에서 짐을 끌고 헬싱키역으로 갈 때 결국 어제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완전 헤맨 것은 아닌 걸 알게 되어 안도했다. 길이 고생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공항쪽에서 온 열차, 혹은 공항쪽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대부분 중앙 승강장에서 굉장히 먼 곳에 정차는 경우가 많아서 역 건물이 안 보여서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도시로의 오로라 관광 같은 거면 몰라도 헬싱키 자체는 하루 이상 머무를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다음에도 환승할 일이 생긴다면 7-8시간 정도 여유있을 때 다시 한 번 나와볼 의향은 있다. 프랑스에 비해 사람들이 밝고 친절하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억양의 영어를 사용해서 마음이 편했다.
 

특히 유럽 국내선을 타고 vantaa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입국 심사 이런 것도 없으니 시간 잡아먹는 게 없어서 금방 시내에 들어갈 수 있으니 더욱 시내 관광을 즐길 만하다. 단, 돌아갈 때 특정 시간대에(나의 경우는 오후 3시 반 정도)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한다면 굉장히 불편한 동선과 함께 끝없는 대기열의 난장판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 이미 보딩패스를 받은 다음 레이오버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비행기 출발 시간에 너무 임박해서 공항에 가면 안 된다. 수하물 액체류 검사를 굉장히 꼼꼼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VANTAA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기차는 i 아니면 P선을 타면 된다. 북쪽 vantaa공항에서 남쪽 헬싱키 시내까지 동쪽으로 둘러서 가느냐와 서쪽으로 둘러서 가느냐의 차이인데, 시간이 약간 덜 걸리는 i선의 경우 헬싱키 중앙역까지 27분 걸리고 편도 4.1유로. 하루에 공항 왕복 계획이 있다면 이때에는 ABC존 1일 이용권을 구입해도 시내에서 전차도 마음대로 탈 수 있으니 이익일 듯. 기차 앞에 행선지로 Helsingfors가 표시되는 경우가 있어서 혼자 '저게 헬싱키'이라는 뜻인가보다'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스웨덴어로 '헬싱키' 였다. 


교통앱에서도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고, 무인발권기는 승차장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걱정말고 일단 기차를 타러가자. 나는 촌스럽게(?) 헬싱키역사 내부에서 발권기를 찾아 헤매다가 짐을 질질 끌던 채로 기차를 눈앞에서 한 대 놓쳐 절망했다.😔 다시 짐을 질질 끌고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밤 11시의 헬싱키



생각보다는 그래도 이른 오후 8시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여름엔 거의 해가 안 지다시피 하는 곳이니 밤 늦게라도 시내를 좀 돌아보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피곤해 늘어지고 말았다.

나에게는 여기서 22시간뿐인데 또 내일은 비 예보가 있다. 뭘 할 수 있을지...

밥 먹고 그대로 호스텔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일단 나가봤다.
밤 10시 52분






밤 11시에 노을을 볼 수 있는 곳. 북유럽. 
분홍과 보라 색조마저 띤 하늘색이 예뻤는데 카메라에 그 색이 안 담긴다.

일단 굉장히 깨끗하고 깔끔한 인상이고 파리보다 사람들이 개성있다. 파리 시민들 의상같은 게 더 무난하게 느껴졌고.. 여기는 도착 몇 분 만에 이젠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아예 상의를 탈의하고 다니는 남자를 목격하는 등등 뭔가 더 자유분방하다. 사실 '멋있는' 개성은 아니고 '남의 눈을 신경 안 쓰는' 개성을 말한다.

이게 바로 성급한 일반화겠지 ㅎㅎ
난 아직 헬싱키역 반경 1km도 현재 벗어나지 못했고, 내일 비가 오면 더더욱 어찌될지 모르겠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