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의 윔블던도 끝




 


부상을 딛고 4강전까지 힘겹게 올라간 나달이 결국 기권을 결정. 2022년 윔블던 4강전은 내일 한 경기만 열리게 되었다.

나달이 일단 복귀 목표라고 말한 8월 8일 캐나다 Rogers Cup대회까지 나도 테니스 방학.😴


2019년 7월..

그저 테니스 보는 것이랑 나달이 좋아 경기를 보는 줄 알았다가, 나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시간.

그때, 내 아들만 서울대 보내고 싶은 학부형의 마음이 되어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아들은 서류심사에서 이미 떨어졌는데 남의 아들들만 합격 면접 보고 있는 걸 지켜보는 상황.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그런 내 모습을 자각하고 그때부터 마음을 많이 다잡으려 노력했고, 여태까지 십여년간 나달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안 가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제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나달이 그해 또 메이저 결승전을 가게 되자 내가 오히려 너무 긴장했지만 그때 새삼 빌리진킹이 했다는 말 "pressure is privilege"가 무슨 뜻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내 자식이 🤣 결승전에조차 못 가서 우울했던 몇달 전에 비하면 결승을 앞두고 초조해하고 있는 지금 이 경험은 정말 privilege 아닌가?


2022년, 3년전의 그 우울한 기억에서 돌고 돌아 올해는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 받았다. 드디어 맘이 편해졌다. 물론 아들 서울대 보내고 나니 이젠 또 하버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ㅋㅋ 하지만 충분히 마음이 놓였다.


최근 대회들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결승전을 지켜보게 되기까지 지난 3년간 정말 long long way를 왔구나...생각했지만, 이제 나달이 빠지고 남은 4강 진출자의 면면 때문에 또 그 3년전 마음가짐도 또 돌아와버렸다.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ㅋㅋㅋ. 내가 원하던 게 이루어져 이미 다 내려놓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나. 아직도 싫은 건 있네.

하하, 그동안 다른 선수 팬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잘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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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악플도 이제 그만 읽어야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상황인데, 악플이 달려있을 거 뻔히 알면서도 테니스 기자들의 트윗의 답글을 열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곤 했었다. 안티들은 뭘 해도 어차피 저주를 퍼붓는다. 나도 '허허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늘 그걸 열어서 읽어보면서 자극을 받곤 했다. 앞으로는 그것도 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옳은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작년 12월 중순엔가 '이제 더이상 테니스에 예전같은 관심이 안 가네'라고 이 블로그에 써놓고는, 결국은 어느해보다 테니스덕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많이 겪었던 2022년 상반기... 드디어 방학이다 ㅎㅎ.


황혼기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삼 재밌네.


누군가는 정치 유투브를 보고

누군가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뤄주실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테니스를 본다.

그러면서 그 세계를 모르고 어찌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서로가 신기하다. 이렇게 좋은데 🤗. 동시에 타인들은 어떻게 저런 존재를 믿고 일희일비하면서 그 존재가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즐거운 몰입의 세계.





댓글

  1. 컴백이 일단은 8월 14일 신시내티 마스터스로 미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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