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ánh canh @ 파리 13구



우연으로 만난 음식 반깐.

4월초부터 5월말 파리 숙소 예약을 시작했지만 5월 마지막주 주말은 유난히 호텔 가격이 올라서 예약이 어려웠다. '대체 뭐지?' 
파리에 살다 온 친구에게 물어봐도 '방학인가?' 이 수준의 대답. 😐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마지막주 토요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는 구장은 파리 북쪽인데도 파리 전역의 숙소가 난리 난리...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파리 남부 13구 끄트머리에 도착 첫날 숙소를 잡게 됐다.

숙소를 잡고 나서 지역 공부를 좀 해보니, 이곳은 아시아계 이민자가 자리잡은 지역이라고 한다. 서울로 치면 약간 '구로구'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위에 아시아 음식점이 많다고. 처음에 숙소를 예약했을 때 어딘가 후기에서 '호텔 옆에 라오스 음식점 가보세요' 라는 글을 보고 약간 호기심이 생겼지만 딱히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착 첫날,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낯설어서 다른 식당 앞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 호텔로 돌아오게 되니, 결국은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편인 그 음식점 "Lao Viet"에 실제로 가게 됐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5개월 만에 구글 지도 사진을 찾아보니 간판에 한자도 써있더라. "寮越"[liáo yuè] - 각각 중국어로 라오스를 뜻하는 寮 , 그리고 '월남' 할 때 바로 그 '월' 글자 越. 라오스-베트남 음식을 동시에 취급하는 식당인가보다.

인기있는 음식점인지 사람은 바글바글했고 앉을 자리는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시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다행히 나처럼 음식 포장을 기다리는 아시아계 여자분이 통역을 도와줬다. "Emporter" 라는, 나중에 내가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된 '포장' 용어도 그 분이 가르쳐줬다. 내가 "오늘 파리 도착 첫 날인데 여기서 음식을 포장해 가려고 한다"고 하니 그분은 왜 파리 중심부에 안 가고 여기에 온 건지 엄청 의아해했다. 아마 대림동 마라탕집에서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만난 서울 사람 기분이겠지. 😁

겨우 소통이 되어 드디어 나에게 메뉴판이 주어졌다. 메뉴에서 익숙한 pho를 못 찾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맨날 먹던 거 말고 라오스 음식을 먹을 테야' 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무튼 bánh canh 반깐이라는 이름이 붙은 국수 사진을 보고 그걸로 주문.






마침내 포장해서 호텔로 가져온 음식.
닭 육수 기반이고 선지가 들어있는 게 특이하다. 
맛은 무난한 예상할 수 있는 맛이었고, 여태 생각하던 베트남쪽 국수 면발과는 다른 면발이다. 그래서 당시 연락하던 파리에 사는 친구에게도 사진을 보내주면서 '라오스 음식 먹는다'고 자랑. 
프랑스 생활 10년 된 그 친구도 라오스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나...이 'bánh canh'이라는 면이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반깐은 그냥 베트남 음식이다. 
으엥? 난 여태 그래도 13구에 갔기에 라오스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왔는데,, 반깐은 그저 pho와는 다른 면발의 베트남 음식 종류일 뿐이라고?!?! 또한 bánh căn이라는 동글동글 구워서 요리하는 베트남 음식도 있었다.

하지만 더 조사해보니, 내가 먹은 국수의 조리법은 라오스의 khao piak과 더 비슷하다. 구글에서 조사해보면 'Khao piak sen' (sen= noodle)은 실제로 저렇게 쫄깃한 면을 넣은, 주로 닭육수를 기반으로 만든 면 요리라고 설명되어 있다. 마늘 플레이크가 뿌려져있지 않다는 점만 다르다.

반깐-라오삐악의 공통점은 저렇게 동글동글하고 어느 정도 쫄깃한 면(타피오카 사용)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베트남에서 반깐을 먹고 온 후기를 보면 대부분 '게' '새우' '도가니'를 넣은 국수이기에, 내가 파리13구에서 먹고 온 국수는 이름은 반깐이되 요리법은 라오스의 까오 삐악 까이(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양다리를 걸친 lao viet인가? ㅎㅎ 어차피 두 나라가 국경이 붙어 있으니, 이 음식도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마늘 플레이크가 없어서 약간 모양새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까오삐악 먹어 봤다'라고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어느 나라 음식이나 공통적으로, 별거 아닌 일상적 현지 요리가 외국에 진출하면 비싼 음식이 되지만 라오스에서는 2000원에 사먹을 수 있는 까오삐악 국수를 파리에서 13300원 주고 사먹고 온 사람 되었음. 🤗

난 면 요리를 꽤나 좋아해서 ⬇️아래 Noodles 태그를 클릭해보면 그동안 먹은 면들 나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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