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자랐다. 


학력은 물론 "언어구사력"까지 묻던 신청서. 에러까지 계속 나서 입력 오래 걸림🥵. 최근엔 이 항목 삭제.



비자 접수 시간만 생각했지, 접수 뒤 4일이 지나야 비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무리해서 신청 하면 출국 당일에 받아서 갈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두는 게 아니지. '어휴... 조금 더 서두를 걸.' 물론 중국 비자는 '급행 비자' 라고 돈을 더 내고 일찍 받는 제도가 있지만 상대적 저렴한 물가가 장점인 중국 여행에, 나의 게으름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2023년 10월 말 이후 예약제 방문은 폐지)


홍콩에서 션전으로 넘어갈 때 Port visa - 도착 비자 제도가 있어서 션전에만 5일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내주지만, 그 비자를 취급하는 곳이 3곳 정도만 있어서 교통 수단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홍콩/중국 간 출입국이 가능한 port (口岸)는 여러 곳 더 있기 때문에 중국 비자만 미리 만들었다면 고속철 같은 빠른 이동 옵션이 더 추가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해졌다. 

션전으로 넘어가는 중국 비자를 받는 가장 흔한 방법은 홍콩에서 Lo Wu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羅湖口岸(뤄후코안)에서 받는 방법인데, 접근이 가장 쉬운 만큼 줄이 길고 아침 일찍 quota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오후까지 또 기다려야 한단다. 오후마저 quota가 다 차면 그냥 돌아와야 하고. 🔙 게다가 내가 중국으로 가기로 한 날은 토요일. 그냥 션전에 놀러가는 사람이 더 몰릴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 검색 끝에 조금 더 널널하다는 황강- 皇岗口岸으로 가기로 했다. 블로그 글의 도움으로 완차이에서 황강코안까지 직행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 중국 국경으로 수많은 버스가 출발함. 구룡 쪽에서 출발하면 버스비가 더 싸다. 나는 중국에서 돌아와서 머물게 될 호텔에 짐을 미리 가져다 두고, 완차이 출발을 선택) 

버스 출발 위치 : 中旅巴士 CTG Bus, 138 Hennessy Rd, Wan Chai, 홍콩


완차이 - 황강코안 버스 비용은 57홍콩달러. 알리페이로 표 구입하는 키오스크가 있지만 2023년 7월 시점 외국인은 중국 본토 밖에선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던 옥토퍼스 카드 그냥 찍고 탑승하면 되는데도, 그 버스 승차장에 계신 직원 아주머니들이 내가 옥토퍼스 카드가 없다고 오해하셔서☺️ 결국 난 현금을 주고 표를 사서 탑승했다. 하지만 뭐... 그때 내가 갖고 있던 홍콩 돈은 십수년 전, hk$1 = 150원대 때에 인출했었던 돈이니, 좀 더 저렴하게 중국행 버스를 타게 된 셈이기도 함. 


원래 내가 중국 비자를 미리 받아뒀다면 홍콩 지하철 Lo Wu역이 아닌 Lok Ma Chau역으로 가서 국경을 넘어 중국 福田口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완차이에서 버스 출발한 지 36분쯤 흐르니 Lok Ma Chau라는 표지판이 지나가고... 좀 더 이동한 뒤 내려서 홍콩 출국 심사를 받게 되었다. 

홍콩 Lok Ma Chau落马洲 지하철역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그대로 도보로 다리를 건너서 福田口岸으로 입국할 수 있지만 그건 이미 중국 비자를 소지한 사람의 경우이다. 중국 비자가 없는 사람은 버스가 내려준 이미그레이션 건물에서 출국 심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중국쪽 皇岗코안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착각하신 분들이 고생하신 후기도 봤다. 비자 없이 록마차우 지하철역에서 국경을 넘으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홍콩으로 돌아와야 한다.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미그레이션 "홍콩 거주자" 줄로 사라졌는데 나만 외국인 줄로 이동. 사람이 거의 나밖에 없으니 심사는 금방 끝남. 

홍콩 출국 후 건물을 나와서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대 버스가 서 있는 곳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내가 타고 온 회사의 황강코안행 버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타면 된다. 처음에 완차이에서 탈 때 옥토퍼스 카드를 찍었던 사람은 다시 찍고 무료로 탈 수 있고, 나같은 경우는 완차이에서 구입했던 종이 표를 버스 입구에서 직원이 가져갔다;;; 음, 완차이에서 어려운 의사 소통 끝에 겨우 구입한 표라 기념으로 사진 남기려고 했는데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 쩝. 그래도 그 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스가 여러 대 서 있는 가운데서🙇 표를 보여 주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볼 수 있었으니..

몇 분 달리면 이제 드디어 중국 땅 입국 심사 건물 도착





버스 타고 가는 동안 중국 출입국에 꼭 필요한 건강 QR code를 꼭 생성해놔야 한다. 그게 없으면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보통은 중국의 카카오톡 기능을 하는 웨이신(wechat)으로 건물 앞 군데군데 붙어 있는 QR코드를 읽어서 작성하는데(건물 앞에 와이파이가 잡히도록 해놓았음), 나는 알리페이支付宝만 미리 회원 가입하고 왔기 때문에 알리페이의 미니 앱을 통해 qr코드를 생성하니 편했다. 단지 중국해관 QR 생성할 목적으로만 위챗을 깔 필요는 없다. 알리페이 앱으로도 됨. 2023년 11월 이후, 입국 시 건강 QR 신고 폐지.


Customs_Pocket_Declaration 이 미니앱 이름.


완차이에서 11시쯤 버스가 출발했는데 홍콩 국경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고 🚃 중국 땅 황강코안 입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11시 48분이었다. 완차이에서 지하철을 탔다면 lo wu역까지는 50여분 걸리고 비용은 50.8 홍콩달러다. 국경 지하철역에 도착한 것일 뿐 아직 홍콩 출국 심사도 하기 전에 이미 1시간이 지나는 여정. 그래서 홍콩섬에서 갈 때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하고 빠른 듯.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중국 입국심사대가 텅텅 비어있어서, "내가 비자만 만들어왔어도 여기서 그냥 통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섬 중심부에서 1시간도 안 되어 중국 입성 실현 가능. (고속철은 14분이 걸려서 이동이 짧게 걸리긴 하는데, 기차 탑승 전 신분증 확인 등 대기 시간과 출입국 심사 줄을 서다 보면 결국 1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비자가 없으니 왼쪽으로 돌아서 Port visa 발급처로 감. 의자 같은 것은 없고, 사진 찍는 기계와 창구 하나 덜렁 있으니 주의. 황강코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과는 달리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비자 발급에는 변수가 많으니 9시에 가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11시에 완차이에서 출발한 나 ㅎㅎ 참 낙천적이다. 도착하면 점심시간일 텐데...

영어로 보이는 글자는 "우선 번호표를 받아라, 사진을 찍고 비자 신청 양식을 작성해라, 번호 부르면 접수"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창구 앞은 바글바글했고, 오전 11시 50분 시점 - 번호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서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안 거는 편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영어로 할 수 밖에 없으니 붉은 얼굴을 가진 일명 "백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이제 번호표는 어딨는지 자기도 모르겠고 자기들은 번호표는 받았지만 9시 40분쯤 와서 두 시간 넘게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오전인데 직원들이 갑자기 쉰다며 창구를 닫고 사라졌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음.

줄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혼란한 상태에서 앞쪽으로 치고 들어가 봄. 물론 중국 숙소도 당일 취소 가능 상태이고 중국 입국을 못하면 홍콩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이미 홍콩에선 출국한 상태이니 재입국 심사도 해야 한다.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니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창구 바로 앞에 붙어 서있는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는데 영어 소통이 가능했다. 자신들도 아침에 와서 번호표를 받았고 아직 여기 줄 서 있는 상태라고. 창구쪽을 보니 "오늘 quota 더 이상 없음"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어휴.. 게으름쟁이, 남들처럼 일찍 오지.

아무튼 서류는 다 만들어놓기로 했다. 무료로 사진 찍는 기계로 사진도 찍었고, 비자 신청서도 일단 다 적었다. 서울에서 쓰는 신청서보다는 훨씬 간단하다. 이 북적대는 창구 앞은 열받아 있는 각국 시민들의 we are the world 현장으로 모두 친구가 된다. ㅎㅎ 아까 그 백인 남자의 일행이며 광동어도 구사하는 듯한 홍콩?? 여자분이 창구에 가서 푸쉬를 해보라고,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라고 해준다. 그 일행은 거의 3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비자를 받고 떠났다.

어쩌다 보니 내가 줄의 맨앞이 됨. 아까 나의 질문에 답해준 영어 잘 하는 동양인은 말레이시아 커플이었다. 39,40번 번호표를 가지고 있었던 그들은 비자 서류를 드디어 접수했다. 이제 나도 유리 부스 안 중국인 직원에게 얼굴을 들이밀 틈이 생겨 번호표 어찌 받냐고 물어보니, 사진이나 찍으라고 한다. "이미 찍었어. 신청서도 다 썼어." 

排队! 排队!영어로 답하던 그녀가 줄이나 서라고 중국어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참내. 나 중국 땅에 들어선 거 맞구나.


종종 자국 신분증(한국 주민등록증 같은)을 보여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내 앞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자국 신분증 제출을 요구 받았다. 나는 여권밖에 안 가져왔지만 지금 가진 여권에 예전에 톈진 다녀올 때 받은 관광 비자가 붙어 있어서 안심이 됐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들은 중국 입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중국에 다녀온 기록이 없는 사람의 신원을 확실히 하거나, 혹은 한국의 특정 주민 번호 뒷자리를 가진 사람은 도착 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없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확실히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몇몇 얼굴을 알고 있는데 어쩌다 창구 제일 앞에 서 있게 된 나. 갑자기 유리 부스 속 여성이 번호표를 마구 찍어내는 게 보인다. 흐흐. 희망이 있네. 

11시 50분 전에 포트 비자 창구에 도착해서 얼쩡거리다가 12시 29분에 드디어 41번 번호표를 받았다. 🫡 나같이 소극적인 애가 어쩌다 그 주위에서 웅성웅성하던 모든 외국인을 제치고 오후 번호표의 1번을 받게 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ㅋㅋ 아무튼 줄을 잘 서야 함. 오후 번호표가 나오는 시간은 정해진 것 같지도 않고 직원 맘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드디어 오후 비자의 첫 접수를 하게 됐는데, 12시에 미리 찍어둔 사진에 내가 여권 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했다. 다시 찍어오래. 🙄 사진을 찍은 뒤 기계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되는데 두번째 사진 영수증이 나오다가 반이 찢어졌다. 🫠


😫 


세번째 사진을 찍고 12시 36분! 드디어 비자 신청서를 접수했다. Visa fee는 중국 지폐로는 안 받고 신용카드나 웨이신 알리페이 등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카드앱에서 정확한 신용카드 결제 시간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적별로 비용이 다른데 한국인은 168위엔. 약 3만원 정도였다. ( 🇨🇳2023년 9월 이후 275위엔으로 인상되었다가 2024년 12월까지 130위엔으로 다시 인하) 내가 이미 중국 여행 비자를 받은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내 잘못인 사진 외에는 아무 질문도 없이 접수됐다. 실수없이 번호만 제대로 입력했어도 3분 정도는 시간을 더 아꼈을 듯. '여기 왜 이렇게 난장판이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머리속이 더...🤯

막막하게 두어 시간을 창구 앞에서 보낸 느낌인데, 의외로 도착 46분 만에 비자 신청.📥 12시 36분 접수 후 비자가 부착된 내 여권을 돌려받은 시간은 오후 1시 4분. 접수 28분 만에 받음. 황강코안 도착부터 비자를 받기까지 총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된다. 비자 창구에 줄 서 있다가 서로 동지가 된 각국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입국 심사 줄로 이동.

아침에 와서 40번 번호표를 받았던 사람과 낮 12시 다 되어 황강코안 도착해서 41번 번호표를 받은 내가 같이 입국 심사 줄에 서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게으름 피운 게 오히려 나았다. 하지만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이고, 주말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의 황강코안 경험담을 읽으니 Port visa창구에 줄 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곧바로 접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럴 때는 웬만하면 30분 만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11시에 버스 타고 완차이를 떠난 후 13시 16분에야 드디어 도장 꽝 중국 입국. 션전에만 5일간 머물 수 있는 비자임을 확인시키려는 것 외에는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별로 안 걸렸지만 12시부터 내내 서 있어서 너무 피곤하고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기도 했다. 황강코안을 나와서 육교도 건너고 10분 넘게 걸어서 7호선 황강코안역 도착, 션전여행이 시작됐다.


심천 도착 비자 받기를 시도하려는 분에게 해주고픈 말은...

변수가 많으니 잘 대비해야 하고 남의 후기가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 or 중국 입출국이 정신없이 이어지다 보니 두 영토 사이의 국경 심사장 위치를 착각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 경험을 '원칙'으로 일반화한 사람들의 잘못된 정보가 블로그에 난무하니 잘 가려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나만 해도 댓글을 달아 주고픈 잘못된 정보를 쓴 블로그를 각각 3군데 이상 봤는데(예; 심천만코안이라는 왕래가 많은 국경이 또 있는데, 거기와 황강코안의 정보가 섞여 있다), 난 그 사이트 아이디가 없다는.🙎 솔직히 아이디가 있었다 해도 전혀 모르는 남에게 지적질 할 용기를 내기는 어렵긴 하지만...제 블로그는 아이디 없어도 댓글을 쓸 수 있으니 잘못된 정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그리고 황강코안 port visa 접수처에는 의자가 없으니( 뤄후코안에는 의자도 있는 제대로 된 대기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온다는 뜻) 남의 시선 상관 안 한다면 접었다 펴서 깔고 앉는 납작한 쿠션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바닥에라도 앉는 거 추천함. 🤗 난 그런 걸 가지고 왔을 리 없으니 계속 서 있었던 데다가 짐 가방을 메고 있었어서 그날 밤까지 허리가 아파왔다. 여행 망치는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하루 뒤 회복이 됐다. 짐은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고 그냥 짐 없는 당일치기 션전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댓글

  1. 홍콩 Sheung wan 등에서 페리를 타고 Shekou(蛇口)항에 도착해서 Port visa를 받는 방법도 있는데 인원이 넘쳐 비자를 못 받았을 경우, 이 방법은 홍콩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돈이 가장 많이 들고 날씨에 영향을 받는 교통 수단이라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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